국산 대표 중형 세단 중 하나인 기아 K5. 그중 자연흡기 엔진을 품은 2.0 시그니처 트림을 시승했다. 서울-동해 왕복 약 500㎞를 주행하면서 2.0 파워트레인의 특징과 주행 감각, 연비 등을 알아봤다. 이와 함께 1.6 터보 모델과의 차이, 경쟁자인 현대 쏘나타와의 경쟁력도 자세히 살폈다.
글 서동현 기자(dhseo1208@gmail.com)사진 기아, 서동현
K5의 2023년 누적 판매량은 3,563대. 현재 기아가 판매하고 있는 세단 중 가장 인기 높은 모델이다. 그런데 남모를 부담감도 짊어지고 있다. 라이벌 현대차의 세단 라인업이 워낙 막강해서다. 그랜저는 국산차 판매량 1위에 올랐고, 중형 쏘나타와 준중형 아반떼가 비슷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K8과 K3는 각각의 경쟁 차종만큼의 파급력을 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K5도 쏘나타(5,165대)에게 성적이 밀리는 상황. 마침 3세대 K5에게도 부분변경 시기가 다가왔다. 그렇게 지난해 말 상품성을 보강한 신형 모델을 투입했다.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외모 변화지만, 탑승객을 위한 편의장비도 양껏 추가해 부족함 없는 옵션표를 완성했다.
① 익스테리어
구형 K5개인적으로 3세대 K5의 디자인은 역대급이라고 생각했다. 2세대는 1세대의 성공에 부담을 느꼈던 탓인지 다소 보수적으로 진화했다. 반면 3세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변신했다. 헤드램프에 기교를 잔뜩 부리고 콧날을 뾰족이 다듬었다. 좌우로 연결한 리어램프는 독특한 점선 그래픽을 품었다. 멋스러운 패스트백 스타일 뒤태도 한층 더 매끄럽게 깎아냈다.
신형은 더 과격하다. 기아의 최신 디자인 포인트인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을 적용한 덕분. 세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주간 주행등이 보다 짙은 첫인상을 남긴다. EV6 GT를 쏙 닮은 범퍼도 새로 이식했다. 호불호가 갈릴 만한 요소는 리어램프. 램프 끝을 아래로 깊숙하게 찔러 넣었는데, 너무 과한 디자인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헤드램프와의 통일감을 위해서였을까?
② 인테리어
실내는 실용적인 개선을 치렀다. 계기판과 중앙 모니터를 연결한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얹고 공조장치 조작 패널을 바꿨다. 센터콘솔에는 지문인식 버튼을 추가했다. 핵심 기능은 중앙 모니터에 들어간 ccNC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덕분에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다. 탑승객에게 전달하는 정보의 양도 이전보다 풍성하다. 공조장치 패널은 K8과 EV6 등에도 들어간 전환형 디스플레이다. 다른 기능을 쓸 때마다 화면을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패널 위아래 높이가 줄어 센터콘솔 수납공간을 쾌적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 속에 USB-C 타입 단자 2개와 12V 소켓 하나,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를 가지런히 모았다. 센터콘솔의 다이얼식 변속 레버와 오토홀드, 드라이브 모드 버튼 등은 이전과 같다.
시승차는 최상위 트림인 시그니처. 여기에 추가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더한 ‘풀 옵션’이다. 1열 통풍 및 열선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동승석 릴렉션 컴포트 시트, 헤드업 디스플레이, 빌트인 캠 2, 12 스피커 크렐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디지털 키 2, 파노라마 선루프 등 편의장비를 빠짐없이 갖췄다. 이제 중형급 이상 국산차의 풀 옵션 사양에선 아쉬울 부분이 없다.
2열도 마찬가지. 열선시트와 수동식 창문 커튼, 이중접합 차음유리, USB-C 타입 단자 2개가 들어갔다. 실내 공간을 잘 뽑아내는 기아답게 무릎과 머리 위 공간도 여유롭다. 적당히 뒤로 누운 시트 등받이도 장점. 뒷좌석은 6:4 폴딩도 지원해 기본 용량 510L의 트렁크를 더 넓게 확장할 수도 있다.
③ 파워트레인 및 섀시
보닛 아래에는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자리했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160마력 및 20.0㎏·m. 복합연비는 18인치 타이어 기준 12.2㎞/L다. 제원표를 보며 문득 든 생각, ‘굳이 2.0을 살 이유가 있을까?’. 1.6 터보와 맞대면 출력과 토크, 연비, 변속기 등 모든 면에서 불리하다. 트림에 따라 약 80~120만 원 저렴할 뿐이다.
④ 주행성능
그렇다면 실제 주행 소감은 어떨까? 서울-동해시를 왕복하는 약 500㎞ 구간을 달리며 장단점을 살폈다. 첫 번째 포인트는 연비. 동해시로 출발할 땐 나를 포함한 성인 4명이 탑승했고, 트렁크에 짐까지 실었다. 도착 직후 평균연비는 1L당 14.4㎞. 시속 100~110㎞로 꾸준히 달렸지만, 승객이 많아 고속도로 연비인 14.1㎞/L보다 크게 높이진 못했다.
돌아오는 길은 조건이 달랐다. 지인들을 다른 차에 태워 보내고 혼자 서울로 돌아왔다. 경량화(?) 덕분인지 연비는 쭉쭉 올랐다. 서울에 진입하기 전 1L당 16.0㎞를 기록했다가, 은평구 자택에 도착했을 땐 15.7㎞/L로 마무리했다. 최종 연비는 인증 수치보다 높게 나왔지만, 고속 주행 환경과 잘 어울리는 파워트레인은 아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변속기다. 1.6 터보 8단 자동변속기를 쓰는 반면, 2.0은 6단을 쓴다. 따라서 고속 항속 주행 시 엔진 회전수를 비교적 높게 유지한다. 시속 100㎞에서 확인한 회전수는 2,000rpm. 같은 조건에서 1,500~1,700rpm을 쓰는 7~8단 변속기 모델보다 분명히 높다.
물론 장점도 있다. 정차 중 진동이 아주 적다. ‘진동’이라고 표현하기조차 애매한 수준의 떨림만 운전대와 시트를 통해 들어온다. 또 엔진 토크가 불쑥 나오는 느낌이 싫다면 2.0이 더 마음에 들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투박하게 밟아도 요란하게 튀어나가지 않는다. 여유로운 운전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1.6 터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듯하다. 그럼에도 나의 결론은 1.6 터보다.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7.0㎏·m의 성능을 지니면서, 최대토크를 뿜어내는 엔진 회전수 영역이 훨씬 넓다. 복합연비로 따져본 연간 유류비와 자동차세도 유리하다. 게다가 전기 모터가 랙 기어에 달린 R-MDPS도 1.6 터보 전용 사양이다. 2.0 대신 1.6 터보를 구매하기 위한 추가 비용은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파워트레인은 아쉬웠지만, 운전하는 느낌 자체는 마음에 든다. K5는 ‘무난함’이 매력이다. 화려한 외모에 끌린 20대부터 패밀리카로 접근한 5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를 끌어들일 수 있는 이유다. 그래서 디자인은 패기가 넘치지만, 막상 도로에선 시종일관 차분하게 달린다. 서스펜션이 저속에서 탄탄하게, 고속에선 부드럽게 움직이며 누구나 만족할 만한 승차감을 만든다. 미세하게 올라오는 잔진동쯤은 너그럽게 넘어가줄 수 있다. 단, 내가 K5를 구매한다면 순정 피렐리 타이어는 다시 찾지 않을 듯하다. 도심 등 저속에서는 별다른 불편함이 없었다. 하지만 노면이 조금이라도 거친 고속도로에선 타이어 소음이 실내로 꽤 들이친다. 가격 역시 국산 타이어보다 비싼 편이라 가성비 면에서도 훌륭하진 않다.
⑤ 총평
호불호 없는 상품성과 주행 성능을 갖춘 K5. 그런데 K5 구매를 고민할 때 늘 머릿속을 맴도는 세단이 있다. 바로 현대 쏘나타다. 실내외 디자인은 천차만별이지만 차체 크기와 옵션은 거의 같은 수준이다. 그래서 디자인을 제외하고 가격과 트림별 옵션을 비교해 봤다. K5 2.0의 트림별 가격은 프레스티지 2,784만 원, 노블레스 3,135만 원, 시그니처 3,447만 원이다. 쏘나타는 프리미엄 2,808만 원, 익스클루시브 3,192만 원, 인스퍼레이션 3,556만 원으로 24~109만 원 비싸다. 추가 옵션을 잔뜩 넣을 소비자라면 디자인만 보고 골라도 상관없을 만큼 가격 차이는 무의미하다. 대신 옵션 없이 각 트림 그대로 구매할 예정이라면 가격표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최하위 트림 기준, K5에는 1열 열선은 물론 통풍시트까지 기본으로 들어간다. 쏘나타는 열선 기능만 있는 대신 운전석 8방향 전동시트를 챙겼다. K5의 중간 트림엔 서라운드 뷰 모니터가 들어가 차 주변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쏘나타는 서라운드 뷰가 없지만, 실내를 화사하게 꾸미는 앰비언트 라이트와 편리한 전동식 트렁크가 들어간다. K5는 시그니처 트림부터 전동식 트렁크가 기본이다. 최상위 트림은 쏘나타가 가격 차이만큼 장점이 많다. 특히 뒷좌석 옵션이 풍성한데, 2열 센터 암레스트와 뒷유리 전동식 커튼, 2열 창문 수동식 커튼, 2열 시트 폴딩 기능이 들어갔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기본. 대신 K5는 쏘나타에 없는 2열 이중접합 차음유리로 방음 성능을 키웠다. 정리하자면 뒷좌석에 승객이 자주 탈수록 쏘나타의 옵션 구성이 비교적 낫다. 반대로 혼자 또는 2인이 주로 탄다면, K5를 더 가성비 좋게 구매할 수도 있다. 다시 한번 쏘나타와 대등한 위치에 선 K5. 올해 국산 중형 세단 시장에서의 승자는 누구일지 궁금하다. 장점1) 넉넉한 앞뒤 실내 공간2) 쓰기 편리한 일체형 커브드 디스플레이 단점1) 너무 느긋한 6단 자동변속기2) 고속에서 올라오는 노면 소음 <제원표>차종기아 K5 2.0 시그니처엔진직렬 4기통 가솔린 자연흡기배기량1,999㏄최고출력160마력/6,500rpm최대토크20.0㎏·m/4,800rpm압축비-연료공급장치전자제어식 포트분사연료탱크-연료휘발유변속기형식6단 자동굴림방식앞바퀴 굴림보디형식4도어 세단구조모노코크길이×너비×높이4,905×1,860×1,445㎜휠베이스2,850㎜트레드 앞|뒤1,610|1,617㎜최저지상고-공차중량1,455㎏(18인치 휠)앞뒤 무게비율-회전직경-공기저항계수(Cd)-섀시스티어링랙앤피니언스티어링 록투록-서스펜션 앞|뒤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브레이크 앞|뒤앞 V 디스크뒤 솔리드 디스크타이어 앞|뒤235/45 R 18휠 앞|뒤-공간트렁크510L성능0→100㎞/h 가속-최고속도-공인연비(복합)12.2㎞/L이산화탄소 배출량137g/㎞원산지대한민국가격3,447만 원(시승차 3,803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