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디테일로 가득 찬 전기 화물차, 현대 ST1

현대자동차가 ST1 카고와 카고 냉동을 출시했다. 사용 목적에 최적화한 형태로 확장할 수 있는 샤시 캡(Chassis-Cab) 기반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물류 업무에 최적화한 특화 옵션과 ‘317㎞’의 넉넉한 주행거리가 돋보인다. 출시 하루 전인 어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미디어 설명회에서 ST1의 주요 특징을 미리 살펴봤다.

글 서동현 기자(dhseo1208@gmail.com)

사진 현대자동차, 서동현

스타리아를 쏙 빼닮은 디자인

현대차가 2000년대 초 선보였던 화물차 리베로. 포터와 봉고 등 주력 1톤 화물차들이 캡 오버 스타일이었던 반면, 승합차인 스타렉스의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해 시선을 끌었다. ST1은 리베로의 존재를 다시금 떠오르게 만든다. 스타리아의 앞 범퍼부터 1열 도어까지 뚝 자른 뒤 사다리꼴 프레임을 덧붙인 모양새다.

이와 같은 ‘세미 보닛’ 타입 디자인은 무엇보다 안전 면에서 유리하다. 운전자가 앞바퀴 위에 앉는 형태인 캡 오버 트럭보다 충격을 흡수할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엔진 없는 ST1의 보닛 아래는 전기 모터와 충전구, 24.8L 용량 프렁크 등으로 채웠다. 범퍼 소재는 무광 플라스틱. 스크래치가 자주 날 만한 도어와 적재함 하단부도 전부 플라스틱으로 둘렀다.

출시한 모델은 직육면체 적재함을 얹은 카고와 카고 냉동이다. 이러한 화물차는 운전석 지붕과 적재함 사이 단차 때문에 공기저항이 생긴다. 이를 막기 위해 루프 스포일러가 앞유리로부터 최대한 매끈하게 이어지도록 디자인했고, 도어와 적재함 옆면 연결부도 부드럽게 마감했다.

적재함 왼쪽에는 슬라이딩 도어를, 뒷면에는 트윈 스윙 도어를 달았다. 잠금 방식은 일반적인 승용차와 같은 전동식. 포터의 걸쇠 형태보다 쓰기 간편하고 겉으로 보기에도 깔끔하다. 후면 트윈 스윙 도어는 기본적으로 90°에서 고정할 수 있다. 고정 장치를 풀면 최대 258°까지 열리며, 자석 내장형 스토퍼 덕분에 활짝 열어도 문짝이 흔들리지 않는다. 리어 범퍼에는 높이 380㎜의 일체형 보조 스텝을 달아 적재함에 드나들기도 쉽다.

실내는 스타리아와 거의 똑같다. 10.25인치 중앙 모니터와 4-스포크 스티어링 휠, 전자식 변속 버튼이 대표적이다. 계기판은 스타리아의 10.25인치 화면 대신 12.3인치 컬러 LCD 디지털 클러스터가 들어갔다. 스마트폰 무선 연결을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 소프트웨어도 품었다. 시트 사이에는 스타리아 라운지에 들어가는 대용량 센터콘솔이 자리했으며, 대시보드 상단 수납함과 컵홀더 등으로 실용성을 챙겼다.

주행거리 317㎞, 350㎾ 초급속 충전도 가능!

ST1은 현대차의 3세대 승용 내연기관 플랫폼을 화물 적재에 알맞게 저상화한 전기차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즉 물류와 배송 작업에 최적화된 제원을 갖췄다.

배터리 용량은 ST1 카고와 냉동 카고 모두 76.1㎾h. 1회 충전 주행거리는 환경부 기준 카고 317㎞, 카고 냉동 298㎞다. 참고로 58.8㎾h 배터리를 얹은 포터 2 일렉트릭의 복합 주행거리는 기본형 211㎞, 특장차 177㎞다.

주행거리뿐만 아니라 충전 속도도 월등히 빠르다. 초급속 충전 시스템(350㎾)을 이용하면 배터리 10→80%까지 충전을 20분 만에 끝낸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자리한 초급속 충전기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전기 모터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218마력 및 35.7㎏·m. 포터 2 일렉트릭보다 34마력 높고 4.6㎏·m 낮다. 전비는 카고가 3.6㎞/㎾h, 카고 냉동이 3.4㎞/㎾h다.

ST1 카고의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5,625×2,015×2,230㎜. 지하 주차장을 드나드는 데 문제없는 사이즈다. 만일의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적재함 상단 테두리에는 후진 시 충돌 경고를 보내는 초음파 센서 4개를 달았다. 또한 적재고(495㎜)와 스텝고(380㎜)를 낮춰 짐을 싣고 내리기 편리하게 설계했다(카고와 냉동 카고 제원 동일).

적재함 실내 높이는 1,700㎜로 적재함에서 작업하는 사람이 허리를 크게 구부리지 않고도 편안하게 짐을 넣거나 뺄 수 있도록 했다. 내부 폭도 경쟁 모델보다 넓혀 8.3㎥의 큰 적재 용량을 확보했다. 적재함 앞뒤 길이는 2,642㎜, 너비는 1,810㎜다(냉동 카고는 실내고 1,608㎜, 전장 2,562㎜, 전폭 1,750㎜, 적재 용량 7.2㎥). 또한 냉동 카고의 적재함에는 열전도율을 낮춘 새 단열재를 둘러 단열 성능을 높였다. 바닥재는 부식과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정숙성과 승차감에도 신경 썼다. 앞 차축 부근 하체에 강성 높은 서브프레임 멤버를 적용하고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헤드라이닝에 흡음재를 넣었다. 윈드실드와 1열 도어에는 이중접합 차음 유리를 적용해 정숙한 실내 공간을 구현했다.

이와 함께 후륜 ‘HRS(Hydraulic Rebound Stopper, 유압식 리바운드 스토퍼)’를 통해 쇼크 업소버가 늘어날 때 발생하는 소음과 충격을 흡수하도록 설계했다. 조향 반응성이 뛰어난 ‘R-MDPS(Rack type-Motor Driven Power Steering, 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휠)’도 적용했다. ‘스마트 리젠 시스템(Smart Regen System)’도 들어간다. 타력 주행 시 도로 경사와 운전자의 감속 성향에 따라 회생제동 단계를 제어해 운전 편의성을 높이는 기능이다.

효율적이고 배려 넘치는 ST1만의 특화 옵션들

운전자를 배려한 물류차 특화 사양도 가득 담았다. ‘카고 도어 열림 주행 경고’는 운전자가 적재함 도어를 열어둔 상태로 주행을 시도하면 클러스터 화면과 경고음을 통해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기능이다(카고 모델에만 적용). ‘스마트 드라이브 레디’는 착좌 센서와 벨트 체결 및 도어 열림 여부 등을 스스로 판단, 운전자가 시동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자동으로 시동을 켜고 끄는 시스템이다(카고 냉동은 상품 신선도 유지를 위해 자동으로 시동 켜기만 가능). ‘스마트 워크 어웨이’는 운전자가 스마트 키를 소지한 후 차에서 멀어질 때 카고 파워 슬라이딩 도어의 자동 닫힘과 잠김을 설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ST1 카고 냉동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냉동기를 제어할 수 있는 ‘냉동기 컨트롤러’가 들어갔다. 인포테인먼트 화면의 냉동 애플리케이션과 연동돼 운전석에서 냉동기 온도를 확인할 수 있으며, 냉동기를 켜고 끄거나 온도를 설정하는 등 제어도 가능하다. 카고 온도 이탈 경고 기능도 있어 냉동기가 설정한 온도에서 벗어날 경우 클러스터 화면과 경고음을 통해 알린다. 또한 냉동기 전원을 고전압 배터리에서 끌어와 냉동기를 위해 별도로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였다.

비즈니스 플랫폼 특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비롯, 승용차 수준의 최신 편의 및 안전 사양들도 있다. 실시간 교통 정보를 반영하는 ‘클라우드 기반 내비게이션’을 탑재해 근처 전기차 충전소와 도착 예상 배터리 잔량, 주행 가능 거리 등 전기차 운행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능을 통해 내비게이션 정보, 날씨, 시간 및 날짜, 충전소 경유 제안 등을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스플릿 뷰(Split View) 메뉴로 차의 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시스템 무선(OTA, Over-the-Air)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능을 탑재해 서비스 거점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거나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실내외 V2L ▲빌트인 캠 ▲스마트 폰 무선 충전 시스템 ▲애프터 블로우 시스템 등도 준비했다.

안전 및 주행 보조 기능으로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 이탈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차로 유지 보조 ▲하이빔 보조 등이 있다. 또한 ▲안전 하차 경고 ▲전/측/후방 주차 거리 경고 ▲서라운드 뷰 모니터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등은 주차 및 하차 시 운전자를 돕는 옵션도 마련했다.

현대차는 ST1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사양을 다양하게 반영할 수 있는 디바이스와 고객의 비즈니스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적재함이 없는 샤시캡 모델을 바탕으로 고객 비즈니스에 맞춰 튜닝이 가능해 경찰 작전차와 응급 구조차, 캠핑카는 물론 전기 바이크 충전차, 이동식 스마트 팜, 애완동물 케어 숍 등 다채로운 특장 모델을 제작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샤시캡 모델에는 ‘플러그 앤 플레이(Plug & Play)’ 기술을 탑재했다. 내외부에 별도의 커넥터를 달아 고객사가 특장차에서 전원과 통신 데이터 등을 비즈니스에 맞춰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기능이다.

데이터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도 현대차 최초로 도입해 차의 다양한 데이터를 고객사에 제공하고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데이터 오픈 API는 고객사나 파트너사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통신 수단으로,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프로그래밍해 외부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사용자가 바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현대차는 ST1의 데이터 오픈 API를 통해 고객사 시스템으로 실시간 차량 운행 정보(위치, 속도, 시동 상태, 배터리 충전량 등), 운행 분석 데이터 등 고객사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한다. 이와 함께 보닛과 도어 열림 상태, 충전 플러그 연결 여부 등 상세 데이터를 전달하고 공조, 도어락 등에 대한 원격 제어를 가능하게 해 업무 편의성을 높일 전망이다.

아울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Operating System)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장착해 고객사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고객사가 원하는 차량 정보를 반영한 애플리케이션을 함께 개발하고 차에 적용해 다채로운 비즈니스를 구현할 수 있게 돕는 역할도 계획하고 있다.

ST1의 가격은 카고 ▲스마트 5,980만 원 ▲프리미엄 6,360만 원이며, 카고 냉동 ▲스마트 6,815만 원, 프리미엄 7,195만 원이다(친환경차 구매보조금 혜택 전). 4천만 원대 포터 2 일렉트릭과 비교하면 가격 차이가 상당하다. 최근 LPG 엔진을 쓰기 시작한 내연기관 포터 2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개인 고객을 끌어들이기엔 가격 장벽이 아주 높다.

즉 ST1의 주요 고객은 개인보단 기업이다. 오픈 API 등 ST1을 통해 새로 선보인 특화 기능들을 살펴보면 물류 회사의 수요를 겨냥한 모델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ST1 개발 과정에서 CJ와 롯데 등 18개 업체가 2주~2달 동안 실제 업무에 투입해 피드백을 전달했다고 한다. 비싼 가격은 국내 소형 상용차 중 가장 긴 주행거리와 빠른 충전 속도, 풍성한 편의장비로 보답받을 수 있다. 구매 보조금 역시 100%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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