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고객이 미소 지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최근 ‘모리조’라는 레이싱 드라이버 ‘부캐릭터’로 한국을 찾은 도요다 아키오 회장의 당부였다는 후문이다. 판매 실적보다 서비스를 중요시하는 기업 철학을 엿볼 단면이다. 지난 11월 9일, 경기 용인의 토요타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서 전국 렉서스 딜러의 분야별 대표 선수가 모여 자웅 겨루는 현장을 찾았다.
글 김기범 편집장(ceo@roadtest.kr)
사진 한국토요타자동차, 김기범
#1. 고객 지원: 고객 불만 롤 플레이
“그냥 환불해주세요!”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고객의 요구는 단호했다. 렉서스 영업사원 A는 미소 띤 채 설득에 나섰다. 고객에게 공감을 표한 뒤 재량으로 가능하고 불가능한 조치를 차분히 설명했다. 결국 고객이 수긍해 인사 나누고 헤어졌다. 반면 영업사원 B는 “환불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긋고 시작했다. 언성이 높아졌고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이 같은 상황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고객응대의 기본 가치는 고객에게 공감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영업사원 A는 고객의 감정에 편입한 뒤 그 상황을 이해하고 재량에 따라 신중하게 답변했다. 이와 같이 미소를 띄고 상대방을 긍정적으로 대하면서 문제에 접근하는 세심한 태도가 고객을 수긍시키는데 성공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반면에 영업사원 B는 긍정적인 대응 방법을 찾지 못하고 단순히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한정적인 대응으로 시작했다. 그로 인해 고객과의 간극은 더욱 벌어졌고, 고객의 불만은 더욱 증폭되었다.
이 예시를 통해서 고객 서비스에서의 중요한 역량 중 하나는 고객을 이해하고 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 즉 공감능력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재량에 의해 가능한 해결책을 제안할 수 있고, 긍정적인 태도로 고객을 대함으로써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능력도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고객 서비스를 수행하면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2. 일반 정비(1): 범퍼 탈부착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잔뜩 긴장한 정비사가 렉서스 RZ의 차체에서 범퍼 분리에 나섰다. 공구 쥔 손의 미세한 떨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두 딸과 아내가 코앞에서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정비사는 분리를 마치자마자 종을 친 뒤 반대로 조립을 서둘렀다. 하지만 마음 같지 않다. 볼트 구멍이 맞지 않아 같은 동작을 되풀이했다. 내 손에 땀이 나는 듯했다.
#3. 일반 정비(2): 전기 트러블 슈팅
경연장에 들어섰을 때 좌우로 정반대 상황이 펼쳐졌다. 왼쪽 정비사는 모든 미션을 마치고 책상 앞에 앉아 종료를 기다렸다. 반면, 오른쪽 정비사는 진단 코드 뜬 화면과 렉서스 NX를 연신 오갔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는데, 노트북 화면에 빨갛게 빛나는 에러 표시는 좀처럼 꺼질 기미가 없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심사위원의 표정이 서서히 싸늘해졌다.
지난 11월 9일, 한국토요타자동차가 경기 용인시 보정동에 자리한 토요타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서 ‘2024년 제15회 렉서스 스킬 콘테스트(Lexus Skills Contest)’를 치렀다. ‘고객 행복을 위해 모두가 다 함께’를 테마로, 2002년부터 지금껏 이어오고 있는 연례행사다. 2014년부터는 토요타와 렉서스가 각각 스킬 콘테스트를 격년제로 치르고 있다.
고객 행복 위한 문제수행 평가
올해는 전국 렉서스 딜러에서 자체 예선을 통과한 54명이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평가 부문은 서비스 어드바이저, 부품 스페셜리스트, 세일즈 컨설턴트, 고객지원, 일반 정비, 판금, 도장 등 총 7가지다. 이 가운데 고객 지원 부문이 특히 관심을 모았다. 주제는 ‘고객 불만 롤 플레이’. 평가를 위한 역할극이지만, 실제처럼 일촉즉발의 상황이 펼쳐졌다.
덕분에 참여자와 관객 모두 한껏 몰입했다. 때론 웃음도 터져 나왔다. 하지만 조마조마한 위기도 수시로 닥쳤다. 불만 고객 역할을 맡은 주인공은 렉서스 콜 센터 팀장. 수많은 응대 경험을 토대로, 판매 담당의 약점과 허점을 짚어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영업사원의 대응은 천차만별이었다. 관전 포인트는 격앙된 고객의 환불 요구에 대한 대처방법이었다.
앞서 언급한 영업사원 A는 인증중고차로 판매 및 차액에 상응할 혜택 약속으로 고객의 분노를 삭혔다. “해결 단계별로 추가 논의하자”는 조건도 잊지 않았다. 나아가 노련하게 렉서스의 다른 신차 판매로 유도했다. 또한, 요구를 빠짐없이 확인하고 챙기겠다는 명분으로, 고객 동의를 받아 대화를 녹취하는 센스도 돋보였다. 결정적으로, 고객의 미소를 끌어냈다.
전국 렉서스 임직원 함께 하는 축제
올해 신설한 세일즈 컨설턴트 부문도 시선을 끌었다. 주제는 고객 재구매 대응. 금융상품과 렉서스 케어 프로그램 제안 및 중고차 상담 활용능력이 평가의 초점이었다. 한국토요타자동차의 금융 프로그램 설계 담당이 고객 역할을 했다. 쉬는 시간에 그와 대화 나눠 보니 “고객 입장에서 물어보면서 앞으로 보완해야할 점을 역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엔 한국토요타자동차 콘야마 마나부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과 각 딜러 임직원, 대표 선수들의 가족이 참여했다. 북적이는 인파와 행사장 앞마당에 늘어선 무료 푸드 트럭 덕분에 지역 축제를 방불케 했다. 각 딜러의 자존심 건 경쟁도 흥미진진했지만, 그보다 렉서스 가족들이 한 데 모여 ‘고객감동’이라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콘야마 마나부 사장은 “스킬 콘테스트는 토요타와 렉서스 진출 국가마다 치른다”고 설명하고, “최근 방한한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판매대수보다 웃음 짓는 고객 늘리는데 주력하라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토요타 트레이닝 아카데미는 지상 4층 연면적 1,507㎡규모의 종합 교육공간으로, 미래 인재양성을 위해 지난 4월 경기 용인 보정동에 오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