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로드테스트>는 토요타 신형 프리우스 하이브리드와 함께 실제 도심 출근길 연비 체크에 나섰다. 결과는 놀라웠다. 경기 광주에서 서울 신논현역 사무실까지, 무려 ‘1L당 25.8㎞’의 연비를 기록했다. 이번엔 차와 경로를 완전히 바꿨다. 신형 프리우스 PHEV를 불러내 서울-부산을 오가는 846㎞를 달렸다. 프리우스 PHEV의 장거리 실연비, 과연 어떻게 나왔을까?
글 서동현 기자(dhseo1208@gmail.com)
사진 토요타, 서동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lug in Hybrid)는 일반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장단점이 뚜렷하다. 우선 EV 모드 성능이 뛰어나다. 힘 좋은 전기 모터와 대용량 하이브리드 배터리 덕분에 기름을 쓰지 않고 달릴 수 있는 거리가 훨씬 길다. 충전 케이블을 연결하면 배터리를 따로 충전할 수 있다. 하루 주행거리가 짧다면 순수 전기차처럼 달릴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완속 충전기를 마음껏 이용할 수 없을 경우 PHEV의 매력은 줄어든다. 배터리가 바닥나도 일반 하이브리드 시스템처럼 작동하지만, 무거운 배터리 탓에 효율 면에서 비교적 불리하다. 프리우스 PHEV의 공차중량은 1,605㎏. 하이브리드 버전보다 160㎏이나 무겁다. 전기 모터를 제외한 휘발유 연비는 1L당 19.4㎞로, 역시 하이브리드(20.9㎞/L)가 앞선다.
우리는 고민 끝에 배터리를 적당히 채운 뒤, 추가 충전 없이 서울과 부산을 왕복했다. 주유는 쉽지만 충전은 번거로운 현실적인 상황을 가정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서울→부산 코스는 기름 100%와 배터리 약 80% 상태로, 부산→서울 코스는 기름 100%만으로 주행했다. 정확한 유류비 계산을 위해 연비는 ‘풀-투-풀(Full-to-Full)’ 방식으로 측정했다. 실내에는 성인 남성 두 명이 탔고, 트렁크엔 더 이상 틈이 없을 만큼 장비와 짐을 담았다.
① 서울→부산 413㎞ 주행
월요일 오전 8시 40분. <로드테스트> 사무실 옆 주유소에서 프리우스 PHEV에 기름을 가득 채웠다. 계기판에 뜬 잔여 주행거리는 601㎞. 전기 주행거리는 43㎞를 띄우고 있었다. 전날 시승차를 받을 당시 배터리가 바닥난 상태였던 탓에, 출근길에 주행 모드를 ‘차지(Charge)’로 바꿔 열심히 충전했다. 이어서 트립 컴퓨터를 리셋하고 부산 기장군에 있는 목적지로 향했다.
시동을 걸면 계기판에 ‘AUTO EV/HV’라는 아이콘이 뜬다. 운전자의 페달 조작에 따라 전기 모드와 하이브리드 모드를 스스로 오가는데, 기본적으로 전기를 먼저 쓴다. 고의로 급가속하지 않는 이상 엔진의 숨소리는 조금도 듣지 못한다. 사실 가속 페달을 과격하게 밟을 일조차 없다. 모터의 최대토크가 21.2㎏·m로 넉넉해 엔진이 끼어들 틈조차 없어서다.
꽉 막힌 반포 IC로 진입해 경부고속도로에 탑승. 기어레버를 아래로 당겨 회생제동을 극대화하는 B 모드도 적극 활용했다. 조금씩 정체가 풀리자 평균 속도는 시속 70~90㎞대로 올라왔다. 그래도 엔진은 잠잠하다. 시속 135㎞까지는 전기 모터만으로 속도를 올릴 수 있으니까. 결국 사무실로부터 44㎞ 떨어진 첫 경유지 경기광주휴게소까지 기름 한 방울 태우지 않았다.
휴게소를 빠져나온 지 약 2분이 지나자 엔진이 깨어났다. 지금부턴 ‘HV(하이브리드) 모드’다. 151마력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엔진이 주로 앞바퀴에 힘을 보내고, 전기 모터가 틈틈이 보조한다. 가령 고속 주행 중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속도를 줄이면 곧바로 EV 모드로 전환한다. 반대로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합산 최고출력 223마력을 빠르게 끄집어낸다. 늘 배터리 잔량을 일정 수준 남겨두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최대 성능을 낼 수 있다.
두 가지 동력원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이유는 토요타만의 ‘e-CVT’ 덕분이다. 전기 모터 2개(MG1, MG2)와 유성기어를 엮어 변속기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MG1은 항상 엔진의 힘으로 배터리를 충전한다. MG2는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고, 감속할 땐 회생 제동으로 배터리를 충전한다. 차종에 따라 뒤 차축 전용 모터(MG3)를 더하면 사륜구동 시스템인 ‘E-Four’가 된다.
강력한 전기 모터와 배기량 늘린 엔진이 만나, 신형 프리우스 PHEV는 성능을 타협할 필요가 없는 친환경차로 거듭났다. 프리우스 프라임이라고 불렸던 구형 모델은 직렬 4기통 1.8L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로 합산 최고출력 122마력을 냈다. 0→시속 100㎞ 가속 시간은 11.2초. 반면 신형은 6.7초 만에 시속 100㎞에 도달한다. 한 세대 만에 일어난 폭발적인 성장이다.
고속 주행 감각도 이전 세대보다 낫다. 3년 전, 4세대 프리우스 AWD를 타고 부산을 왕복했던 당시를 떠올려 보면 차이가 명확하다. 4세대도 TNGA 플랫폼과 리어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 도입으로 무게중심을 낮추고 승차감을 개선했었다. 5세대의 기반은 2세대 TNGA 플랫폼. 저중심·경량화·고강성에 다시 한번 심혈을 기울였다. 시속 100㎞를 훌쩍 넘는 영역에서도 휘청대지 않는 차체와 충격을 말끔히 흡수하는 서스펜션에서 그 효과가 확실히 드러난다.
오후 3시 40분, 기장군 이동항 근처 주유소에 도착해 다시 가득 주유했다. 총 주행거리는 413㎞. 계기판에 뜬 평균연비는 ‘25.1㎞/L’였다. 풀-투-풀 연비는 어땠을까? 주유량 17.7L로 나눈 결과, 실제 연비는 ‘23.3㎞/L’를 기록했다. 주행 시간과 속도 등으로 간접 계산하는 트립 연비와는 1.8㎞/L의 오차를 나타냈다. 사진과 영상 촬영을 위해 특정 구간에서 급가속과 감속을 반복한 결과인 듯하다. 주유 비용은 2만8,327원.
② 부산→서울 382㎞ 주행
이튿날 점심, 다시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주유소를 찾았다. 숙소로 이동하며 소모한 기름을 채우고 트립 컴퓨터를 리셋. 계기판은 주행가능거리 625㎞를 띄웠다. 전기+하이브리드 모드로 주행한 첫날과 달리 둘째 날은 하이브리드 모드로만 달렸다. 또한 트립과 실제 연비 사이의 오차를 줄여보고자 교통 흐름에 맞춰 더욱 균일한 속도로 이동하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엔 고속 환경에서 느낄 수 있는 프리우스 PHEV의 편리함에 집중했다. 먼저 주행 보조 시스템이다. 운전대 3시 방향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 활성화 버튼을 누르면 간단한 조작만으로 세팅을 끝낼 수 있다. 차간거리 조절과 차로 유지 능력이 좋아 이번 장거리 시승에서 요긴하게 썼다. 고속도로를 갈아타면서 곡선 구간도 지나쳤는데, 도로를 인식해 직접 속도를 줄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단, B 모드에선 사용할 수 없다.
시트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겉보기엔 큰 특징 없는 시트인데 안락한 맛이 일품이다. 장시간 운전해도 등과 허리, 엉덩이, 허벅지 중 한쪽으로 힘이 쏠리지 않았다. 휴게소를 거치지 않고 2시간 가까이 운전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시승차인 XSE 트림에는 전동 조절 기능과 럼버 서포트, 3단계 열선·통풍, 2단계 메모리 기능까지 가득 들어있다.
운전 내내 신경 쓰였던 딱 한 가지는 ‘소음’이었다. 신차 시승회 때는 비가 많이 내렸고, 도심에서는 속도가 느려 눈치채기 힘들었던 부분이다. 시속 90㎞를 넘어서면 외부 소음이 스멀스멀 들어온다. 특히 옆 차로에서 달리는 차의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 폭 195㎜에 불과한 타이어 덕분에 오히려 노면 소음은 거슬리지 않았다. 스스로 내는 소리보다 외부 소음에 취약한 편이다.
오후 6시 10분, 퇴근길 정체가 시작될 무렵 서울에 무사히 도착했다. 주행거리는 382㎞. 중간 경유지를 거치지 않아 부산으로 내려갈 때보다 약 30㎞ 덜 달렸다. 계기판 트립 연비와 풀-투-풀 연비는 각각 ‘22.3㎞/L’와 ‘21.8㎞/L’. 전기 모터의 도움을 받지 못한 탓인지 두 수치 모두 첫날보다 줄었으나, 반대로 오차는 줄었다. 또한 고속도로 휘발유 연비인 1L당 18.5㎞도 손쉽게 넘어섰다.
주유 비용은 2만9,389원(17.5L). 여기에 고속도로 통행료 2만1,500원을 더하면 편도 기준 약 5만 원으로 이동한 셈이다. 서울-부산 KTX 기차표보다 약 만 원이나 저렴하다. 복합연비 인증 수치는 구형보다 소폭 줄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만족스러운 효율을 뽐낸다.
③ 2→3세대로의 진화, 어떻게 달라졌을까?
5세대로 진화한 토요타 프리우스. 그런데 프리우스 ‘PHEV’를 기준으로 두면 이번이 3세대다. 1세대는 2012년에 탄생했다. 3세대 프리우스를 기반으로 4.4㎾h 배터리를 얹고, 일본 기준 전기 주행거리 26.4㎞를 자랑했다. 2세대의 데뷔 시기는 2017년. TNGA 플랫폼을 처음 도입하고 배터리 용량을 정확히 두 배 키웠다. 전기 주행거리는 40㎞로 크게 늘었다. 또한 프리우스 프라임이라는 이름과 독특한 외관 디자인으로 기본형과 차별화했다.
신형 프리우스 PHEV는 HEV 모델과 ‘일란성 쌍둥이’다. 완속 충전구와 휠 디자인, 트렁크 배지, 리어램프 커버 색상을 뺀 모든 요소가 똑같다. 인테리어도 대시보드 장식 및 앰비언트 라이트 컬러, 시트 컬러, 디지털 룸미러(PHEV XSE 사양)만 다르다.
실내 구성은 평범하면서도 새롭다. 전작에서 대시보드 가운데 자리했던 계기판은 스티어링 휠 위로 돌아왔다. 자그마한 7인치 디스플레이 속에 간결한 폰트로 주행 정보를 띄운다. 직경이 대폭 줄어든 운전대는 오묘한 운전 자세를 만든다. 자동차보단 레이싱 시뮬레이터 앞에 앉은 기분이 든다. 12.3인치 중앙 디스플레이는 기본 사양.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해 지도를 시원시원하게 띄울 수 있다.
그 아래로 송풍구와 공조 장치 버튼, 컵홀더, 기어레버, 주행 모드 버튼을 직관적으로 배치했다. 즉 적응하기 쉽다. 초대형 모니터에 모든 기능을 몰아넣는 제조사가 늘어나는 요즘, 오히려 프리우스처럼 ‘아날로그’적인 인테리어가 괜히 반갑다. 가죽과 금속 등 호화로운 소재는 없다. 그러나 값싼 재료를 저렴해 보이지 않게 가공한 점이 만족스럽다.
몇 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다. 컵홀더 앞 공간은 마치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가 있을 듯 생겼지만, 단순한 수납공간일 뿐이다. 삼성 스마트폰 유저 입장에선 안드로이드 오토만 유선으로 지원하는 점도 불만이다. 마지막은 A 필러 높이. 운전할 땐 괜찮은데, 차 문만 열고 내부의 물건을 꺼낼 때 허리를 상당히 많이 숙여야 한다. 180㎝ 넘는 장신의 오너라면 당혹스러울 법하다.
<제원표>
차종 | 토요타 프리우스 PHEV XSE |
엔진 | 직렬 4기통 가솔린+전기 모터 |
배기량 | 1,987㏄ |
최고출력 | 엔진: 151마력/6,000rpm합산 최고출력: 223마력 |
최대토크 | 엔진: 19.2㎏·m/4,400~5,200rpm전기 모터: 21.2㎏·m/0~5,509rpm |
압축비 | 14.0:1 |
연료공급장치 | 전자제어식 직분사+포트분사 |
연료탱크 | 43L |
연료 | 휘발유 |
변속기 | |
형식 | e-CVT |
굴림방식 | 앞바퀴 굴림 |
보디 | |
형식 | 5도어 미니밴 |
구조 | 모노코크 |
길이×너비×높이 | 4,600×1,780×1,430㎜ |
휠베이스 | 2,750㎜ |
트레드 앞|뒤 | 1,560|1,570㎜ |
최저지상고 | 152㎜ |
공차중량 | 1,605㎏ |
앞뒤 무게비율 | – |
회전직경 | 10.8m |
공기저항계수(Cd) | 0.27 |
섀시 | |
스티어링 | 랙앤피니언 |
스티어링 록투록 | – |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더블 위시본 |
브레이크 앞|뒤 | 앞 V 디스크뒤 디스크 |
타이어 앞|뒤 | 모두 195/50 R 19 |
휠 앞|뒤 | – |
공간 | |
트렁크 | 674L(SAE 기준) |
성능 | |
0→100㎞/h 가속 | 6.7초 |
최고속도 | – |
공인연비(복합) | 엔진: 19.4㎞/L전기 모터: 5.6㎞/㎾h |
이산화탄소 배출량 | 14g/㎞ |
원산지 | 일본 |
가격 | 4,990만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