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를 대표하는 미니밴, 오딧세이의 2025년식 모델을 만났다. 벌써 5세대의 두 번째 부분변경이다. 오딧세이는 여전히 담백하다. 첨단 기술력이나 수려한 외모보다 미니밴의 본질을 지키는 데 집중했다. ‘우리’를 위해 마련한 편의사양들은 물론, 남다른 활용성으로 일상의 범위를 크게 넓혀줄 수 있는 모델이다.
글 서동현 기자(dhseo1208@gmail.com)
사진 혼다코리아, 서동현

자동차 카테고리에서 ‘미니밴’끼리의 비교는 늘 화젯거리다. 가장 많이 언급하는 모델은 역시 기아 카니발.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파워트레인, 국내 소비자 취향에 딱 맞춘 옵션으로 늘 월간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한다. 두 번째는 토요타 시에나. 토요타의 강점인 연비와 내구성을 바탕으로 높은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다. 유일하게 사륜구동 옵션도 가지고 있다.
마지막은 혼다 오딧세이다. 오딧세이를 소유한 오너들의 평가를 보면 대체로 주행 성능과 승차감에 대한 호평이 많다. 상대적으로 디자인은 밋밋할지언정 막상 달리기 시작하면 불평이 싹 사라진다고. 아직 오딧세이의 운전대를 길게 잡아본 적이 없기에, 시승행사장으로 향하는 동안 기대가 가득했다.
① 익스테리어


구형과의 차이점이 가장 적은 부분은 외관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포함한 범퍼 디테일을 바꿨다. 엠블럼 주변부 그릴을 두 칸으로 나누고, 번호판 아래 공기 흡입구 면적을 넓혔다. 램프 상단 가로 바(bar)와 안개등을 감싼 장식은 블랙 컬러로 칠했다. 이전 모델의 인상은 한없이 온순했다면, 2025년식은 소소한 업데이트로 공격적인 감성을 챙겼다.



뒷모습도 마찬가지. 리어램프 사이를 잇는 장식을 까맣게 물들여 얼굴과 분위기를 통일했다. 범퍼 반사판은 수직으로 세웠는데, 혼다의 2세대 NSX 리어 범퍼 위 반사판 디자인을 채용했다고 한다. 북미형 모델을 그대로 들여왔기 때문에 방향지시등은 빨간색이다. 휠은 19인치 한 가지. 스포티한 투톤에서 금속 질감이 돋보이는 디자인으로 거듭났다.
② 인테리어





실내에선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곳 위주로 바꿨다. 미래적·친환경적 느낌을 위해 푸르스름한 빛을 내뿜던 계기판은 전통적인 원형 다이얼로 돌아왔다. 중앙 모니터는 9인치로 업그레이드. 최신 디스플레이 감성은 없지만 터치 반응속도는 훌륭하다. 마지막으로 어수선하게 흩어져 있었던 운전대 버튼들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버튼식 기어를 셀렉터를 따라 시선을 아래로 옮기면, 1열의 장점 중 하나인 수납공간을 발견할 수 있다. 널찍한 오픈형 트레이는 기본. 서랍형 수납함 두 개와 센터콘솔까지 더해 공간이 풍성하다. 체감상 카니발보다 쓰임새가 좋고, 시에나와 비슷한 수준이다. 적절한 위치에 자리한 컵홀더와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까지. 겉은 투박하지만 실용성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하이라이트는 2열. 오딧세이의 시트 배치 자유도가 경쟁자들에 비해 압도적이다. 양쪽 시트는 앞뒤 슬라이딩과 등받이 리클라이닝, 좌우 이동까지 가능하다. 또한 2열의 모든 시트는 완전히 떼어낼 수도 있다. 3열 시트까지 접어두면 사실상 2인승 화물 밴으로 쓸 수 있는 셈. 부피 큰 짐을 자주 나르는 북미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설계다. 의외로 3열 시트 착좌감도 포근하다. 바닥 쿠션 길이와 등받이 각도, 가죽 소재까지 기대 이상이다.


마지막 자랑거리는 2열 천장에 달린 리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RES). 모니터 사이즈부터 동급 최대 크기인 12.8인치로 키웠다. 풀 HD급 해상도를 지원하는데다가 재생할 수 있는 콘텐츠도 다양하다. HDMI 단자에 통신 단말기를 연결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웨이브 등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다. 무선 연결로 스마트폰 화면을 직접 미리링할 수도 있다.
국내 판매 오딧세이는 엘리트(Elite) 단일 트림. 북미에서 판매하는 네 가지 트림 중 최상위 사양이다. 무선 앱 커넥트와 1열 통풍 및 열선시트, 1열 전동시트 및 운전석 메모리 기능, 2·3열 블라인드 등 옵션이 빼곡하게 들어있다. 아쉬운 부분은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후방 시야 확보를 돕는 디지털 룸미러의 부재. 또 사이드미러는 시동을 끄기 전에 미리 접어둬야 한다.
③ 파워트레인

보닛 아래에 들어간 파워트레인은 이전과 같다. V6 3.5L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i-VTEC)과 10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앞바퀴를 굴린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284마력 및 36.2㎏·m. 엔진 형식과 배기량이 같은 카니발 V6 3.5 버전보다 10마력 낮고, 시에나보다 38마력 높다. 최대토크와 복합연비(9.0㎞/L)는 카니발 V6와 완전히 똑같다.
④ 주행성능


이번 시승행사에선 서울에서 남춘천IC 인근까지 고속도로 위주의 약 72㎞ 코스를 달렸다. 다른 기자와 2인 1조로 짝을 이룬 덕분에, 1열은 물론 2열과 3열 승차감까지 고르게 경험해볼 수 있었다.
먼저 뒷좌석에 탔다. 사실 첫인상은 아주 반갑진 않았다. 시트 방석 길이가 비교적 짧아서다. 카니발과 시에나는 허벅지를 든든하게 받쳤는데, 오딧세이의 2열 방석은 2% 허전하다. 게다가 앞뒤 슬라이딩 범위도 제한적이다. 탈착식 구조의 한계다. 따라서 경쟁모델들은 리무진급 공간도 만들 수 있지만, 오딧세이는 언제나 2·3열 탑승객에게 평등하다.


불만은 딱 여기까지였다. 주행을 시작하니 뒷좌석 환경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먼저 승차감이 좋다. 처음엔 다른 미니밴들보다 하체가 단단한 듯 싶었다. 그런데 굳건한 하체 덕분에 잔진동이 적다. 방지턱을 넘거나 한쪽 바퀴만 충격을 받은 이후에도 불쾌함이 적다. 이는 3열에서도 마찬가지. 고속에서도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승객들의 멀미도 줄일 수 있을 듯하다.
외부 소음을 막는 실력도 수준급이다. 오딧세이의 1·2열 창문은 이중접합 유리긴 하지만 그리 두껍진 않다. 그에 비해 풍절음 유입이 적다. 하부에서도 거슬리는 소음은 올라오지 않았다. 뒷바퀴 휠 하우스 방음도 꼼꼼하게 처리했는지, 3열에서 이동할 때도 상당히 쾌적했다. 결론적으로, 오딧세이의 2·3열은 차의 자잘한 단점들을 충분히 덮을 만큼 만족스럽다.


돌아오는 길에 운전대를 잡았다. 시동을 걸면 여섯 개 실린더의 풍성한 회전질감이 은은하게 스며든다. 저속에서 고속도로 제한속도에 이르기까지, 변속기는 부드럽고 착실하게 기어를 바꾼다. 가속 페달을 조심히 다루면 연비도 준수하다. 정체 없는 고속도로를 달려 얻은 트립 연비는 1L당 12.9㎞. 부하가 적을 땐 세 개 실린더의 작동을 멈춰 알뜰하게 기름을 아낀다.
다만 오딧세이의 엔진은 얌전하게만 운영하기엔 아깝다. 급가속하며 엔진 회전수를 5,000rpm 이상으로 올리면 미니밴 치고는 짜릿(?)한 사운드를 뽑아낼 수 있다. 변속기도 적당한 변속 충격을 만들면서 박력을 더한다. 비록 핸들링이 날카로운 차는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서 만날 수 있는 미니밴 중에선 가장 달리고 싶은 욕구가 솟아나는 모델이다.

단점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있다. 다른 브랜드보다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의 정확도가 낮다. 종종 왼쪽으로 쏠리는 데다가 운전대는 토크 감응형이다. 국산 경차에도 완성도 높은 시스템이 들어가는 지금, 오딧세이의 주행 보조 기능은 다소 아쉽다.
⑤ 총평

오딧세이의 가격은 6,290만 원. 가격으로 따지면 카니발(파워트레인에 따라 3,551만~4,006만 원부터)과 시에나(6,946만~7,000만 원)의 중간에 자리한다. 추가로 따져야 할 비용은 자동차세. 연간 90만2,460만 원을 내야 한다. 시에나는 64만6,620만 원. 카니발은 2.2 디젤이 55만9,260원이며, 1.6 터보 하이브리드가 29만820원이다.
혼다 오딧세이에 관심 있는 소비자라면, 시승할 때 꼭 가족 등 일행과 함께 다녀오길 권한다.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영업사원에게 운전을 부탁하고 뒷자리에 타보자. 오딧세이가 왜 미국 시장에서 성공했는지, 화려한 겉치장 없이도 어떻게 오랜 시간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었는지 알아챌 수 있다.
<제원표>
차종 | 혼다 오딧세이 엘리트(Elite) |
엔진 | V6 가솔린 자연흡기 |
배기량 | 3,471㏄ |
최고출력 | 284마력/6,000rpm |
최대토크 | 36.2㎏·m/4,700rpm |
압축비 | 11.5:1 |
연료공급장치 | 전자제어식 직분사 |
연료탱크 | 73.8L |
연료 | 휘발유 |
변속기 | |
형식 | 10단 자동 |
굴림방식 | 앞바퀴 굴림 |
보디 | |
형식 | 5도어 MPV |
구조 | 모노코크 |
길이×너비×높이 | 5,250×1,995×1,765㎜ |
휠베이스 | 3,000㎜ |
트레드 앞|뒤 | 1,710|1,710㎜ |
최저지상고 | – |
공차중량 | 2,090㎏ |
앞뒤 무게비율 | – |
회전직경 | – |
공기저항계수(Cd) | – |
섀시 | |
스티어링 | 랙앤피니언 |
스티어링 록투록 | – |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
브레이크 앞|뒤 | 앞 V 디스크뒤 디스크 |
타이어 앞|뒤 | 모두 235/55 R 19 |
휠 앞|뒤 | – |
공간 | |
트렁크 | – |
성능 | |
0→100㎞/h 가속 | – |
최고속도 | – |
공인연비(복합) | 9.0㎞/L |
이산화탄소 배출량 | 187g/㎞ |
원산지 | 미국 |
가격 | 6,290만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