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대형 SUV 1인자 팰리세이드가 2세대로 돌아왔다. 구형의 흔적을 찾기 힘든 파격적인 외모와 9인승 버전, 2.5 터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등이 신형 팰리세이드의 핵심. 이번 시승행사에서 만난 모델은 7인승 2.5 가솔린 터보 버전으로, 사륜구동과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등을 더한 6,316만 원짜리 ‘풀 옵션’ 사양이다.
글 서동현 기자(dhseo1208@gmail.com)
사진 현대자동차, 서동현
2018년 말 혜성처럼 등장한 팰리세이드. 싼타페급 이상의 대형 SUV를 원했던 소비자들이 단번에 현대차 전시장으로 몰렸다. 이듬해인 2019년 누적 판매량은 총 5만2,299대. 3,475만 원부터 시작하는 크기 대비 착한 가격 덕분에, 단숨에 종합 판매순위 10위에 안착했다. 어쩔 수 없이 익스플로러 등의 수입차로 눈을 돌리던 이들에게는 너무나 반가운 존재였다.
이후 2022년 첫 번째 부분변경을 치렀다. 고급 편의장비와 한층 강인한 그릴 디자인을 적용하고, 승차감을 개선해 제품 수명을 늘렸다. 그로부터 약 2년이 지났다. 플랫폼까지 바꾼 2세대 팰리세이드의 소개 자료에서는 ‘기술적 혁신’이 돋보이진 않는다. 대신 현대차의 당당한 플래그십 SUV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여러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띈다.
① 익스테리어
준비된 시승차는 캘리그래피 트림. 최상위 모델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차체 곳곳에 녹아들었다. 주간 주행등의 존재감을 더욱 높이는 실버 컬러 장식과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 액티브 셔터에 새긴 라디에이터 그릴 패턴 등이 대표적이다. 양쪽 모서리를 넓게 감싼 주간 주행등은 표면을 매끈하게 처리했다. 이전 세대의 얼굴은 조각칼로 다듬어 만든 느낌이라면, 이번엔 오랜 시간 물과 바람에 깎여 완성된 듯하다.
휠 크기는 21인치. 차체 컬러로 맞춘 휠 주변 클래딩도 캘리그래피 사양이다. 사다리꼴로 움푹 파낸 앞뒤 펜더는 보닛과 통일감을 이루면서 강인한 이미지를 더한다. 루프랙에도 디테일이 있다. 지붕과의 연결부 각도를 A·C·D필러 각도와 맞춰 일체감이 남다르다. 2열 못지않게 넓은 3열 창문 크기도 포인트.
리어램프 역시 헤드램프 형상을 따라 세로로 차곡차곡 쌓았다. 위치도 트렁크 패널 바깥으로 완전히 밀어내, 구형보다 뒷모습이 듬직하다. 아쉬운 부분은 익스클루시브·프레스티지 트림의 컬러 배치다. 캘리그래피는 범퍼와 번호판 부착 패널 컬러가 차체와 동일하다. 반면 나머지 두 트림은 해당 부위들과 휠 클래딩을 블랙 컬러로 칠해, 밝은 외장 색상을 선택했을 때 대비가 너무 심하다.
② 인테리어
인테리어 테마는 ‘프리미엄 리빙 스페이스’. 고급 가구에 둘러싸인 듯한 분위기를 노렸다. 이는 운전석에 타자마자 이해할 수 있다. 대시보드 위에 스크린을 툭 올리는 요즘 차들과 달리, 좌우로 끝까지 뻗은 구조물로 화면을 완전히 덮었다. 볼드한 대시보드는 가죽과 금속, 나무 등 다양한 소재로 꾸며, 신형 팰리세이드의 고급스러움을 한껏 끌어올린다.
스티어링 휠 디자인은 싼타페와 같다. 그 뒤로 기어레버가 들어갔는데, 이번엔 시동 버튼까지 변속기 칼럼에 이식했다. 기아의 모델들과 다르게 공조장치와 미디어 기능을 분리해 직관적으로 배치한 부분도 마음에 든다. 시승차는 7인승으로, 9인승과 달리 센터콘솔이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콘솔과 대시보드 사이 거리가 너무 좁아 수납공간을 활용하기가 까다롭다.
7인승의 시트 구조는 2+2+3. 즉 2열에 독립시트가 들어간다. 최상위 트림답게 옵션은 초호화다. 1·2·3열 열선과 1·2열 통풍 기능, 2·3열 전동식 폴딩·언폴딩, 2열 전동식 원터치 틸팅형 워크인 및 다이내믹 바디케어 시트까지 빼곡하다. 뒷좌석 전용 공조장치 패널과 송풍구는 천장에 자리했다. 센터콘솔이 움직이는 9인승 모델과의 호환성을 고려한 배치다.
몸집을 키우면서 3열 헤드룸(+4㎜)과 레그룸(+17㎜)도 늘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체감하긴 어려운 수준. 기본적으로 한 덩치 하는 탓에, 1시간 이내 정도는 앉아서 이동할 만한 공간이 나온다. 시트 리클라이닝과 슬라이딩은 무려 전동식으로 조절할 수 있다. 쿠션은 최대 110㎜ 앞으로 이동할 수 있어, 3열 시트를 펼치고도 최대 348L의 트렁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2열 시트 뒤 용량은 729L
모든 시트는 1열 중앙 디스플레이 또는 트렁크 왼쪽 벽에 위치한 버튼으로 제어할 수 있다. 시트 전체를 한 번에 접었다 펴는 ALL 버튼까지 마련해 상황에 따라 골라 쓰기 좋다.
③ 파워트레인 및 섀시
신형 팰리세이드는 파워트레인 라인업 전체를 갈아치우고 나왔다. 기존 V6 3.8L 가솔린과 직렬 4기통 2.2L 디젤 터보 엔진 대신, 직렬 4기통 2.5L 가솔린 터보 및 하이브리드로 정리했다. 시승차는 2.5 가솔린으로, 이미 싼타페 등 여러 모델에 들어갔던 엔진이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281마력 및 43.0㎏·m. 복합연비는 1L당 최대 9.7㎞다(2WD, 18인치 휠, 빌트인캠 제외 기준). 시승차는 AWD와 21인치 휠까지 더해 복합연비가 8.2㎞/L다.
플랫폼은 3세대로 진화했다. ①충돌 안전성, ②경량화, ③저중심 설계가 현대차그룹 3세대 플랫폼의 핵심. 아울러 해당 플랫폼이 처음 들어갔던 8세대 쏘나타 이후, 전반적인 승차감 성향에 변화가 있었다. 앞서 부분변경을 통해서도 승차감을 개선했던 팰리세이드가, 과연 풀 체인지를 거치면서 주행성능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했다.
④ 주행성능
첫째로 가속 성능을 체크했다. 현대차 중 2.5 가솔린 터보 엔진이 들어가는 가장 큰 모델인 만큼 힘이 부치진 않을까 걱정했다. 예상대로 시원시원한 맛까진 없다. 최대토크가 1,700rpm부터 나와 초반 가속이 쾌적한데, 그 추진력을 오래 끌고 가지 못한다. 특히 100㎞/h에서의 추월 가속이 다소 아쉽다. 회전수가 올라갈수록 4기통 특유의 거친 소리도 들이친다.
고속에선 풍절음도 제법 들어온다. 차체 앞머리와 앞유리 면적이 거대해서인지, A 필러보단 주로 정면에서 바람을 맞는 소리가 두드러진다. 2열 정숙성은 확인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모든 창문의 두께를 늘려 차음 성능을 강화했다고 한다. 다행히 바닥 소음은 조용한 편. 결론적으로 운전자 시점에서의 정숙성은 싼타페와 비슷했다.
구형과의 눈에 띄는 차이는 승차감과 핸들링이다. 현대차 SUV 최초로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들어갔다. 각종 센서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바탕으로 노면에 대응해 전반적인 승차감을 높이는 기능이다. 우선 1세대 팰리세이드 특유의 넘실대는 느낌이 줄었다. 고속에서 차체가 떴다가 가라앉을 때 여운을 길게 남기지 않고 차분하게 처리한다.
덤으로 고속 안정성도 올라갔다. 이를 알아챌 수 있는 가장 일차원적인 방법은 속도감. 계기판 숫자는 꾸준히 치솟는데, 몸과 머리는 좀처럼 불안함을 느끼지 못한다. 고속에서 하체를 꽉 붙드는 서스펜션과 무게중심이 낮은 3세대 플랫폼의 조합 덕분이다. 다만 1세대도 부분변경을 통해 잔진동을 잡아낸 만큼, 성향에 따라 이전 모델의 하체가 더 마음에 들 수도 있다.
스티어링 휠 록-투-록 회전수는 약 2.8회전. 그런데 회전수 대비 반응속도가 빠른 편이다. 급차선 변경을 시도했을 때 운전대를 따라 재빠르게 진행 방향을 바꾼다. 분명한 롤은 있지만, 회두성만큼은 한 체급 낮은 싼타페보다도 예민하다. 기함급 SUV의 반전매력이다. 단, 빠르게 차선을 바꾼 뒤 운전대를 정렬할 때쯤 차체 뒷부분에 미세한 반동이 남는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인천 영종도까지 달리면서 트립 연비를 측정했다. 약간의 정체를 포함해 1시간 반 동안 58㎞를 이동, 평균연비는 1L당 9.0㎞를 기록했다. 3.8 자연흡기에서 2.5 터보로 다운사이징했지만 연료 효율 면에선 큰 이득을 보지 못했다. 돌아오는 길엔 교통체증이 풀려 정확히 1시간을 달렸으며, 1L당 10㎞의 연비를 달성했다.
⑤ 총평
2.5 터보 기준 9인승은 4,383만 원부터, 7인승은 4,447만 원부터 시작한다. 구매를 고려한다면 9인승과 7인승의 장단점부터 파악해야 한다. 9인승은 여러 법적 혜택을 받는다. 법인 또는 개인사업자라면 부가세 10%를 환급받는다. 개별소비세는 면제다. 다자녀 가구 취득세 감면과, 6인 이상 탑승 시 버스 전용 차로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신 1열 가운데 시트 때문에 센터콘솔 수납공간이 크게 줄어든다. 7인승조차도 차체 크기 대비 수납공간이 넓은 편은 아니다.
7인승의 장점은 2열 편의성이다. 두 명만을 위한 독립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탑승자의 만족도가 높을 듯하다. 몸을 두드리는 다이내믹 바디케어 시트 역시 7인승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 그 밖의 9인승과의 차별점은 뚜렷하지 않다. 수납공간이나 뒷좌석 편의성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 오히려 9인승이 가진 혜택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나의 추천 옵션은 7인승 프레스티지(5,022만 원)에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70만 원), 플래티넘(180만 원), 컴포트 플러스(220만 원), 빌트인캠 2 플러스+증강현실 내비게이션(70만 원)을 더한 5,562만 원 사양.
신형으로 바뀌면서 팰리세이드의 가격이 많이 올랐다. 디자인과 소재, 옵션 구성 등을 보면 팰리세이드의 급 자체를 높이려는 현대차의 의도가 보인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과 2.5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도입해 기술적인 면도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팰리세이드 구매층은 고급스러움보다 실용성에 우선순위를 뒀다. 방향성을 바꾼 팰리세이드는 과연 실제 소비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제원표>
차종 | 현대 팰리세이드 2.5 터보 캘리그래피 |
엔진 |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
배기량 | 2,497㏄ |
최고출력 | 281마력/5,800rpm |
최대토크 | 43.0㎏·m/1,700~4,000rpm |
압축비 | – |
연료공급장치 | 전자제어식 직분사+포트분사 |
연료탱크 | 72L |
연료 | 휘발유 |
변속기 | |
형식 | 8단 자동 |
굴림방식 | 네바퀴 굴림 |
보디 | |
형식 | 5도어 SUV |
구조 | 모노코크 |
길이×너비×높이 | 5,060×1,980×1,805㎜ |
휠베이스 | 2,970㎜ |
트레드 앞|뒤 | – |
최저지상고 | – |
공차중량 | 2,140㎏ |
앞뒤 무게비율 | – |
회전직경 | – |
공기저항계수(Cd) | – |
섀시 | |
스티어링 | 랙앤피니언 |
스티어링 록투록 | – |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
브레이크 앞|뒤 | 모두 V 디스크 |
타이어 앞|뒤 | 모두 265/45 R 21 |
휠 앞|뒤 | – |
공간 | |
트렁크 | 729L/317~348L(3열 시트 뒤) |
성능 | |
0→100㎞/h 가속 | – |
최고속도 | – |
공인연비(복합) | 8.2㎞/L |
이산화탄소 배출량 | 207g/㎞ |
원산지 | 대한민국 |
가격 | 5,706만 원(시승차 6,316만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