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클래식 모터사이클 팬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로얄엔필드. 그중 무려 92년 동안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뷸렛(Bullet) 시리즈가 신형 모델로 돌아왔다. 엔진과 차대는 새롭지만, 물방울 모양 연료탱크와 일체형 시트 등 뷸렛 고유의 아이덴티티는 그대로 지켰다. 지난 25일, 경기광주한옥마을에서 열린 뷸렛 350 런칭행사에서 그 실물을 직접 만났다.
글|사진 서동현 기자(dhseo1208@gmail.com)
로얄엔필드의 350 시리즈는 클래식 모터사이클 라이더 중에서도 초심자에게 특히 인지도가 높다. 단기통 349㏄ 엔진을 얹은 메테오 350과 클래식 350, 헌터 350 등 장르가 다른 세 가지 모델을 선보여 선택의 폭을 넓힌 덕분이다. 군더더기 없는 레트로 디자인과 부담 없는 출력, 500만 원대의 합리적인 가격표도 입문자들을 유혹하는 주요 포인트다.
뷸렛 350은 시리즈 네 번째 모델이다. 하지만 역사는 어떤 로얄엔필드 차종보다도 길다. 1932년 처음 탄생해 지금까지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긴 세월 동안 영국과 인도 등에서 군용 모터사이클로도 활약했으며, 환경 규제에 맞춰 파워트레인도 꾸준히 개선해왔다. 그리고 지난해 9월 1일, 최신 J 시리즈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진화했다.
컬러는 총 3가지. 스탠다드 블랙(Standard Black)과 스탠다드 마룬(Standard Maroon), 블랙 골드(Black Gold)다. 스탠다드 컬러는 유광 페인트와 크롬 부품으로 꾸몄으며, 블랙 골드는 무광 블랙 차체와 엔진, 머플러 등이 특징이다. 뷸렛의 상징과도 같은 연료탱크 핀스트라이프는 3대를 걸친 도색 장인이 손으로 직접 그린다.
외관은 이전 세대보다 둥글둥글하게 변했다. 가령 기존 시트는 1열에서 2열로 이어지는 부분이 불쑥 치솟았다면, 신형 시트는 한층 부드럽게 마감했다. 박격포처럼 거대했던 머플러도 클래식 350과 똑같은 부품으로 바꿨다. 계기판도 클래식 350과 완전히 같다. 원형 다이얼 아래에 작은 LCD 창을 더해 연료 게이지와 트립컴퓨터, 시계 등을 담았다. 더불어 연료탱크 앞 차대가 두 갈래로 내려오는 트윈 다운튜브 프레임도 품었다.
클래식 350과의 차이점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클래식 350의 리어 펜더 테두리는 완전한 원형인데, 뷸렛 350의 펜더와 주변 프레임은 구형처럼 사다리꼴로 꺾어 만들었다. 공기 흡입구 커버도 타원형 대신 직사각형으로 빚었다. 눈썹 같은 헤드램프 상단 금속 커버는 블랙 골드 트림에만 들어간다. 핸들 바는 35㎜ 높아 운전 자세가 미세하게 더 편하다.
시트고 역시 클래식 350과 같은 805㎜. 시트 모양은 달라도 앞부분이 좁은 구조는 동일해 발 착지성도 비슷다. 195㎏의 공차중량마저 똑같다. 즉 뷸렛 350은 메테오 350보단 핸들링이 재미있고, 클래식 350보단 허리에 부담이 적은 모델을 원했던 라이더에게 추천할 수 있다. 근본 넘치는 연료탱크 디자인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엔진은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2.8㎏·m를 낸다. 보어×스트로크 72×85.8㎜의 장행정 타입으로, 낮은 rpm에서부터 나오는 두툼한 토크가 특징이다. 기어 단수는 5단. 브레이크는 바이브레(BYBRE) 제품이다. 앞바퀴엔 직경 300㎜ 디스크와 2-피스톤 캘리퍼를, 뒷바퀴엔 270㎜ 디스크와 1-피스톤 캘리퍼를 끼웠다. 앞뒤 휠 사이즈는 각각 19, 18인치다. 연료탱크 용량은 13L.
이번에도 가격은 합리적이다. 스탠다드 컬러 2종이 518만 원, 블랙 골드는 530만 원이다. 최상위 트림 가격이 각각 599만 원, 587만 원인 메테오 & 클래식 350보다 훨씬 저렴하다. 대신 두 모델은 선택의 폭이 넓다. 다채로운 컬러와 튜브리스 캐스팅 휠이 들어간 모델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다. 튜브 타이어 손상을 경험해 본 라이더라면 튜브리스 휠을 우선순위로 두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빈약한 액세서리 가짓수도 아쉽다. 클래식 350을 타면서도 모터사이클을 꾸밀 수 있는 순정 부품의 종류가 적어 해외 직구 사이트를 수시로 드나들었다. 뷸렛 350 전용 주요 부품은 투어링 및 로우 시트와 섬프 가드, 헤드램프 테두리 장식, 엔진 가드, 블랙 투어링 사이드미러, 블랙 사이드 페니어 정도. 클래식한 감성을 끌어올릴 만한 아이템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러한 상품을 더욱 늘릴 계획이 없냐는 질문에 로얄엔필드 코리아 강기향 본부장은 “인도 본사와 항상 소통하면서 요청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항상 노력 중이며, 추후 다양한 액세서리를 선보일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뷸렛 350 출시로 엔트리 라인업을 완성한 로얄엔필드 코리아. 보증과 AS 관련 정책에 대한 소비자들의 논쟁은 아직도 있으나, 여전히 ‘가성비 좋은 클래식 모터사이클’이라는 수식어는 놓치지 않았다. 올해에도 브랜드 역사상 가장 진한 헤리티지를 가진 뷸렛 350을 앞세워 입문 라이더들의 마음을 훔칠 예정. 과연 클래식 장르의 인기가 식어가는 지금, 쿼터급 시장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