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8월 말, 가족과 함께 강원도 고성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끝없이 펼쳐진 깨끗한 바다와 높은 산에서 내려다보는 경관, 지역 맛집들을 찾아다니는 ‘힐링’ 여행이었다. 2박 3일 동안 이동을 책임진 차는 푸조 408. 다소 의외의 조합이었지만, 프랑스 출신 소형 크로스오버는 예상외로 우리 가족의 휴가에 활기를 더했다.
Text and photos by Donghyun Seo (dhseo1208@gmail.com)
공간 창출의 달인 408
‘그래도 4명인데 좁진 않을까…’ 사실 시승차를 빌려둔 뒤 한동안 걱정이 앞섰다. 408은 C-세그먼트에 속한다. 길이와 너비, 높이는 4,700×1,850×1,485㎜. 휠베이스는 2,790㎜다. 같은 집안 소형 해치백인 308(4,380×1,830×1,455㎜, 휠베이스 2,680㎜)보단 훨씬 여유롭지만, 오랜만에 네 자리 꽉 태워 이동할 생각에 괜히 조심스러웠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우리 집엔 신장 170㎝를 넘는 사람이 없다. 1998년 출고한 아버지의 아반떼를 아직까지도 함께 타고 다닐 수 있는 이유다. 강원도로 출발하는 날 아침, 뒷자리에 탄 부모님께 탈만한지 물어봤다. “엄청 넓은데?” 고개를 돌려보니 국산 중형 세단 수준으로 넓은 2열 공간이 나타났다. 역시 우리는 평생 소형차만 타도 될 듯하다.
뒷좌석만큼 트렁크도 넉넉했다. VDA 기준 기본 용량은 536L. 쏘나타·K5의 510L보다도 넓은 수치다. 2열 시트 폴딩 시 용량은 1,166L. 캐리어 대신 더플백과 백팩에 짐을 나눠 넣었더니, 408의 트렁크에 모두 담고도 공간이 한참 남는다. 뒷유리까지 활짝 열 수 있어 큰 짐 던져 넣기도 편하다. 시승차인 GT 트림에는 핸즈프리 전동식 트렁크까지 들어가 더욱 편리했다.
여전히 시선을 잡아끄는 디자인
첫 번째 경유지인 가평휴게소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 헐레벌떡 차에 탄 가족들이 이제야 408의 디자인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멋지네~”라며 먼저 호감을 표현한 건 어머니다. 놀랍게도 어머니는 약 15년 전부터 푸조 디자인을 좋아하셨다. 길게 늘린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코끝에 자리한 사자 엠블럼을 도로에서 마주칠 때마다 함께 고개를 돌린 기억이 있다.
당시의 디자인이 얌전한 ‘고양잇과(feline)’ 맹수에 그쳤다면, 408의 디자인은 본격적인 사자에 가깝다. 발톱으로 할퀸 듯 촘촘한 세로선으로 이룬 라디에이터 그릴, 날카로운 송곳니를 형상화한 주간 주행등, 선명한 LED 헤드램프로 과거의 푸조보다 한층 강인한 앞모습을 완성했다. 개성으로 가득한 얼굴은 무채색의 셀레늄 그레이 컬러로도 미처 감출 수 없었다.
뒷모습도 예사롭지 않다. 우락부락한 생김새 덕에 출시 초기 람보르기니 우루스와 닮았다는 소리도 자주 들었다. 지붕 끝에 쫑긋 세운 스포일러와 굵은 선으로 가득한 트렁크 및 범퍼는 여느 스포츠카와 비교해도 기죽지 않는다. 쿠페처럼 매끈한 옆태도 매력적. 차에 타기 위해 어떤 각도에서 다가가도 만족스럽다. 그런데, 아버지와 동생은 408의 외모보단 인테리어에 더 관심이 많았다.
고속도로를 한참 달리던 중, 동승석에 탄 동생이 고개를 슥 낮춰 계기판을 쳐다봤다. 3D 계기판이 도대체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했나 보다. 원리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대각선으로 설치한 투명 플라스틱 패널 위에 화면을 직접 비추는 방식이다. 아버지는 운전대가 작은 것 같다며 호기심을 보이셨다. 역시 푸조 아이-콕핏의 독특한 구조는 최신 자동차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유독 큰 관심을 끈다.
대시보드 중앙에는 10인치 디스플레이가 있다. 기본 트림부터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무선으로 지원해 차에 탈 때마다 케이블을 챙길 필요가 없다. 반응속도는 약간 느리지만 실생활에서 불편한 수준은 아니다. 그 아래에는 GT 트림 전용 편의장비인 i-토글 디스플레이가 자리했다. 자주 쓰는 기능 다섯 개를 마음대로 배치하는 ‘즐겨찾기’ 개념이다. 대체로 운전을 시작한 뒤부터는 필요한 기능이 한정적이다. 이때 사용할 옵션만 큼지막하게 띄울 수 있어 은근히 편리하다.
단점도 있다. 외부 기온이 30℃를 훌쩍 넘었던 여행 당일, 우리는 달리는 내내 실내 온도와 사투를 벌였다. 찬바람이 익숙한 나와 달리 부모님은 적당히 미지근한 온도를 원하셨다. 그런데 주행 중 온도 조절이 꽤 귀찮다. 홈 화면으로 나가거나 온도 조절 메뉴에 들어가야만 에어컨 온도를 바꿀 수 있다. 깔끔한 실내를 얻고 직관성을 놓친 점이 아쉽다.
승차감과 안정성은 대만족…방음 실력은 아쉬워
공간성에 이은 두 번째 걱정거리는 ‘성능’이었다. 408의 보닛 아래에는 직렬 3기통 1.2L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자리했다. 경차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배기량이 낮은 모델 중 하나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131마력 및 23.5㎏·m. 도로에 넘쳐나는 200~300마력대 승용차들과 비교하면 한참 낮은 수치다. 혼자일 땐 문제없는 성능이지만, 이번엔 얘기가 달랐다.
예상대로 시원시원한 초반 가속은 어려웠다. 다만 이른 시점(1,750rpm)에서부터 나오는 최대토크 덕분에 다행히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었다. 저단에서 ‘톡’하는 가벼운 변속감을 전달하는 8단 자동변속기는 속도를 높일수록 매끄럽게 작동한다. 결과적으로 2열에 누군가를 모시고 운전하기에 딱 알맞은 가속 특성을 지녔다. 너무 예민하지도, 굼뜨지도 않아 유유자적 운전하기 좋다.
시속 110㎞ 항속 주행 시 엔진 회전수는 1,900rpm. 변속 단수는 많지만 실린더가 3개인 탓에 회전수가 다소 높다. 연비는 준수했다. 고성까지 216㎞ 주행 후 계기판에 뜬 평균 연비는 1L당 14.9㎞. 평균 주행 속도는 59㎞/h였다. 서울을 빠져나온 이후부터 효율이 쭉쭉 오르더니, 가평휴게소에 들렀을 때 이미 13.6㎞/L까지 올라왔다. 결국 고속도로 연비(15.0㎞/L)에 가까운 수치를 달성하며 목적지에 도착. 성인 네 명+여행가방을 태우고 얻은 연비 치고는 괜찮았다.
숙소에 도착한 뒤, 가족들에게 간단한 시승 소감을 물었다. “뒷자리 시트가 너무 좋던데? 여기까지 오는데 허리가 하나도 안아프네”. 부모님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칭찬을 들었다. 소형차인 만큼 시트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몸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등받이와 쿠션이 잘 받쳐주었다고 한다. 지상고도 적당해 타고 내리기에도 전혀 부담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속도를 높여도 불안한 느낌이 없었다고 한다. 이는 운전대를 잡은 나도 공감하는 장점이다. 시속 130~140㎞ 영역에서도 차체 흔들림이 무척 안정적이다. 푸조의 소형차 제작 노하우를 다시 한번 체감한 순간. 그러자 87분짜리 플레이리스트를 짜온 동생이 한 마디 거들었다. “대신 음악이 잘 안 들리던데…” 가속과 함께 점점 커지는 노면 소음은 고속도로에서의 유일한 단점이었다. 타이어 폭은 205㎜에 불과했지만, 기본적인 방음 성능이 그리 훌륭하지 않다.
운전자 입장에서 만족스러웠던 옵션은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과 ‘오토 하이빔 헤드램프 컨트롤’이다. 장거리 운전에서 차선 유지 기능은 아주 쏠쏠하다. 고속도로를 자주 탄다면 해당 기능 때문이라도 GT 트림을 추천한다. 스스로 상향등을 켜는 LED 헤드램프에는 매트릭스 기능도 들어갔다. 어두운 길에서 전방의 차를 피해가며 밝은 빛을 뿌린다. 아우디나 메르세데스-벤츠처럼 섬세하진 않지만, 고성의 깜깜한 시골길에선 충분히 듬직했다.
우연히 맛본 크로스오버만의 매력
408은 독특한 경험을 선물해 주기도 했다. 여행 둘째 날, 미리 찾아둔 ‘화진포소나무숲 산림욕장’을 찾았다. 화진포 호수 방향에서 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높은 곳에서 동해 바다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햇빛은 뜨거웠고 나무 그늘은 적었다. 경사도 만만치 않아 끝까지 올라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주차장에 세워둔 408을 다시 가져와 편안하게 올라가기로 했다.
산책로는 투박한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외길. 흙이나 자갈 구간은 없었지만 상당한 언덕과 급커브가 기다리고 있었다. 408과 함께라면 걱정 없다. 최저지상고가 189㎜로, 푸조 2008(170㎜)보다도 키가 껑충하다. 즉 웬만해선 범퍼가 땅에 닿지 않는다. 성큼성큼 정상을 향해 올라가자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공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과는 전혀 다른,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산과 바다를 배경 삼아 사진 한 컷. 이번 여행 중 가장 예측할 수 없었던 한 시간이었다.
푸조 408과 함께한 여름휴가가 끝났다. 사흘 동안 561㎞를 달리면서, 신차 시승회에서 알아채지 못했던 여러 특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408은 굽잇길뿐만 아니라 고속도로에서도 참 잘 달린다. 바닥에 차분하게 가라앉도록 돕는 서스펜션은 탑승객 모두의 피로도를 낮추는 핵심 요소다. 허리 통증에 민감한 부모님 덕분에 뒷좌석 시트의 완성도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울러 국산 중형 세단을 뛰어넘는 적재 공간과 넉넉한 실내는 4인 가족을 거뜬히 품어냈다. 우리와 같은 단신 패밀리라면 더더욱 충분하다. 동시에 혼자 탈 때도 부담스럽지 않다. 용도가 무궁무진하다. ‘활동이나 스타일이 두 가지 이상의 분야에 걸친 것’이라는 크로스오버(Crossover)의 의미에 충실하다. 이러한 매력이 통해서일까? 408은 올해 1~8월 기준, 푸조 전 라인업 중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다.
장점
1) 536L에 달하는 트렁크 용량
2) 묵직한 고속 주행 안정성과 2열 승차감
단점
1) 음악 감상을 방해하는 노면 소음
2) 1열 통풍 시트는 GT 트림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Specification table
차종 | 푸조 408 GT |
엔진 | 직렬 3기통 가솔린 터보 |
배기량 | 1,199㏄ |
최고출력 | 131마력/5,500rpm |
최대토크 | 23.5㎏·m/1,750rpm |
압축비 | 10.5:1 |
연료공급장치 | 전자제어식 직분사 |
연료탱크 | 52L |
Fuel | Petrol |
Transmission | |
Format | 8단 자동 |
Rolling Method | Front wheel roll |
Body | |
Format | 5도어 크로스오버 |
Structure | Monocoque |
Length×Width×Height | 4,700×1,850×1,485㎜ |
Wheelbase | 2,790㎜ |
Tread forward|backward | 1,589|1,604㎜ |
Lowest ground elevation | – |
Tolerance weight | 1,455㎏ |
Front to back weight ratio | – |
Rotation diameter | – |
Coefficient of air resistance (Cd) | 0.28 |
Chassis | |
Steering | Rack and pinion |
Steering lock-to-lock | – |
Suspension Front|Rear | 맥퍼슨 스트럿|토션 빔 |
Brake Front|Rear | Front V discBack disc |
Tyre front|rear | 모두 205/55 R 19 |
Wheel Front|Rear | – |
Spaces | |
Trunk | 536/1,166L |
Performance | |
0→100 km/h acceleration | 10.4초 |
Top speed | 210㎞/h |
Certified fuel economy (combined) | 12.9㎞/L |
Carbon dioxide emissions | 129g/㎞ |
Origin | 法国 |
Pricing | 4,690만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