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의 주력 모델인 어코드 & CR-V 하이브리드. 두 차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혼다만의 독자적 기술인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최근 4세대로 거듭나며 연료 효율과 운전의 즐거움을 모두 끌어올린 점이 특징. 지난 17일, 혼다코리아가 ‘하이브리드 테크 데이’를 열고 혼다의 전동화 기술을 자세히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글 서동현 기자(dhseo1208@gmail.com)
사진 혼다코리아, 서동현
오전 8시 30분. 경기도 성남시 정자역 바로 옆에 위치한 카페 ‘더 고’에 기자들이 모였다. 이곳은 이달 27일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는 혼다코리아의 브랜드 체험 공간 겸 모빌리티 카페다. 2층 규모의 실내를 화사한 컬러로 꾸미고, 혼다의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을 곳곳에 전시했다. 덕분에 커피를 마시러 온 손님들도 혼다의 다양한 모빌리티들을 접할 수 있다.
행사의 첫 순서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이론 교육. 기술 설명을 위해 일본 본사에서 파워트레인 개발 책임자와 CR-V 및 어코드 글로벌 개발 총책임자가 날아왔다. 이들은 적게는 21년, 많게는 27년 동안 혼다에 몸담고 있는 베테랑 엔지니어. 오늘의 시승차를 탄생시킨 주인공인 만큼 어느 때보다도 디테일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직렬과 병렬을 오가는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
혼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핵심 요소는 ①발전용 모터 ②주행용 모터 ③앳킨슨 사이클 가솔린 엔진 ④IPU(Intelligent Power Unit) ⑤PCU(Power Control Unit) 등 다섯 가지다. 전기 모터 두 개는 이름 그대로 각각 배터리 충전과 바퀴 구동을 맡는다.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엔진으로부터 나온 힘으로 전력을 채우고, 이를 주행 모터가 끌어다 쓰는 방식이다.
IPU(지능형 전원 장치)는 리튬이온 하이브리드 배터리. 세대를 거듭할수록 작고 가볍게 진화했다. 가령 SUV용 배터리는 부피와 무게가 구형 대비 24, 12%씩 줄었으며 세단 배터리는 9, 14%씩 감소했다. 배터리 사용 용량도 이전보다 10% 높여 모터 작동 시간을 늘렸다. 또한 SUV는 트렁크 바닥에, 세단은 2열 시트 아래에 배터리를 넣어 공간 활용성을 최적화했다. 마지막 요소인 PCU는 ‘두뇌’를 담당한다. 엔진과 전기 모터, 배터리 사이에서 흐르는 에너지를 주행 상황에 맞게 제어한다.
즉 혼다는 ‘전환식’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쓴다. 이는 직병렬 하이브리드의 대표주자인 토요타의 시스템과는 다른 개념이다. 토요타는 PSD(Power Split Device, 동력 분할 기구)로 엔진·전기 모터 2개 힘의 비율을 조정한다. 충전 모터는 엔진의 힘으로 항상 배터리를 채운다. 구동 모터는 배터리 전력으로 움직이며, 감속할 땐 회생제동으로 배터리를 충전하기도 한다. 높은 출력이 필요할 경우 엔진이 깨어나며 주행 모터와 함께 바퀴를 굴린다.
혼다의 시스템은 평소엔 직렬식으로 움직인다. 엔진은 발전용 모터를 통해 배터리만 채우고, 구동용 모터가 추진력을 만든다. 그런데 엔진 효율이 가장 높은 ‘항속 주행’ 상황에선 엔진이 직접 바퀴를 굴린다. 변속기 내부에 마련한 록업 클러치가 엔진과 구동축을 연결해 힘을 곧장 전달할 수 있다. 동시에 발전용 모터는 틈틈이 배터리를 충전해 엔진을 보조할 준비를 마친다.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진화한 어코드 하이브리드
자료를 통한 설명은 여기까지. 혼다코리아가 준비한 어코드 하이브리드와 CR-V 하이브리드를 타고 시스템의 작동 과정을 체험할 차례다. 먼저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운전석에 올랐다. 신형 어코드는 지난해 10월 국내에 들어온 11세대 모델. 2023년 미국 세단 시장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19만7,947대).
보닛 아래에는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 2개가 자리했다. 엔진과 주행용 모터 최고출력은 각각 147마력 및 184마력. 최대토크는 18.4㎏·m와 34.0㎏·m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모터 중심의 직렬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주행하기 때문에 엔진보다 전기 모터 출력이 훨씬 높다. 합산 최고출력은 204마력. 복합연비는 1L당 16.7㎞다.
주행 모드는 두 가지 종류로 나눴다. 기어레버 아래 드라이브 모드 스위치를 위아래로 움직이면 ECON과 노말, 스포츠, 인디비주얼 모드 중 선택할 수 있다. 가장 효율적인 모드는 ECON. 실내 에어컨과 가속 성능을 제어해 노말 모드 대비 3%의 연비 향상 효과를 만든다. 하지만 모터 출력이 워낙 강력해 ECON 모드에서도 답답함은 좀처럼 느낄 수 없다.
드라이브 모드 스위치 아래 ‘e’ 버튼은 에너지 흐름을 결정한다. 기본 모드는 오토(AUTO)로, 엔진과 전기 모터 구동을 능동적으로 결정한다. EV는 순수 전기 모드. 주차장이나 주택가를 빠져나올 때 요긴하다. 버튼을 길게 누르면 충전(Charge) 모드로 바뀌며 1.06㎾h 배터리를 우선적으로 채운다.
10세대 어코드 하이브리드와의 차이는 가속과 동시에 알아챌 수 있다. 이질감이 사라졌다. 혼다의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 엔진이 끊임없이 회전수를 높였다. 실제 가속은 더딘데 엔진은 계속 목청을 키웠다. 이제는 평범한 자동변속기 달린 승용차로 빙의해 중간중간 숨을 고른다. 이른바 ‘리니어 시프트 컨트롤’이다. 스포츠 모드에선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로 가상 엔진음까지 버무린다.
두 번째 변화는 승차감이다. 3년 전 시승했던 구형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동급에서 가장 탄탄한 하체를 지녔었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맛도 괜찮았다. 덕분에 운전의 재미는 분명했는데, 지저분한 노면에서 댐퍼가 조금만 부드러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신형 어코드는 승차감에서 적당한 타협을 이뤘다. 비교적 나긋나긋한 서스펜션을 품어 뒷자리에 탄 가족들까지 만족시킨다. 저속에선 충격을 매끈하게 거르면서도, 안정적인 고속 주행 성능은 그대로 유지했다.
핸들링 성능은 새로 도입한 ‘모션 매니지먼트 시스템’으로 보완한다. 운전대 조작에 따라 파워트레인과 브레이크를 통합 제어하는 기능이다. 가령 코너를 돌아나갈 때 앞바퀴에 적당한 무게가 실리도록 유지해 알맞은 접지력을 확보한다. 그러나 조향 감각이 이전만큼 예민하진 않다. 보다 폭넓은 소비자층을 위한 업데이트지만, 어코드만의 색채가 옅어진 점이 조금 아쉽다.
이날 어코드 하이브리드와 약 60㎞를 이동해 기록한 트립 연비는 1L당 18.6㎞. 고속도로 시승 후 마지막 굽잇길에 들어서기 전까진 20.0㎞/L를 돌파하기도 했다. 중·저속 영역에선 전기 모터로, 고속에선 엔진으로 달리는 혼다의 전략은 실제로도 성공적이었다. 고속에서 뒷유리로 들이치는 풍절음만 빼면 전체적인 정숙성도 괜찮았다.
CR-V 하이브리드, 세단보다 운전이 재미있네?
돌아오는 길은 CR-V 하이브리드와 함께했다. 현행 어코드보다 한 달 앞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6세대다.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의 인기는 어코드보다 한 수 위다. 지난해 미국 판매량은 무려 36만1,457대. 전체 순위는 6위며, SUV 중에선 2등을 차지했다. 국내에는 하이브리드 4WD와 2WD, 1.5 가솔린 터보 2WD 등 세 가지 모델을 판매한다.
시승차는 사륜구동 버전. 파워트레인 동력을 뒷바퀴로 전달하는 프로펠러 샤프트 때문에 2WD 모델보다 공차중량이 50㎏ 늘었다. 이에 따라 복합연비도 1.1㎞/L 낮은 14.0㎞/L로 인증받았다. 엔진과 전기 모터 성능은 어코드 하이브리드와 거의 같은데, 엔진 최대토크만 0.2㎏·m 더 높다. 대신 어코드 하이브리드에 없는 ‘저속 록업 클러치’를 더했다.
그래서 CR-V 하이브리드는 고속은 물론 저속에서도 정속 주행 시 엔진 출력을 직접 바퀴로 보낼 수 있다. 실제로 도심에서 시속 50㎞로 꾸준히 달릴 때, 모니터 속 에너지 흐름도 중심에서 엔진-바퀴를 연결했다는 뜻의 톱니바퀴 아이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혼다 개발진들은 왜 CR-V 하이브리드에만 저속 록업 클러치를 넣었을까?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이날 함께한 혼다의 파워 유닛 개발 책임자 모토하시 야스히로(Yasuhiro MOTOHASHI)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CR-V는 어코드보다 무겁습니다. 상대적으로 전기 모터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저속 록업 클러치로 엔진 활용 범위를 늘려 모터의 부담을 줄이고 효율까지 챙겼죠. 특히 미국에선 견인 수요도 많습니다. 무거운 트레일러를 이끌려면 모터만으로는 버거울 수 있어 어코드와 차별화했습니다.”
파워트레인 작동 모드도 어코드와 살짝 다르다. 어코드에는 충전 모드와 6단계 회생제동 기능이 있다면, CR-V에는 4단계 회생제동을 갖춘 ‘B 모드’가 있다. 여기에 커스텀 모드 대신 눈길에서 유용한 ‘스노우 모드’와 ‘HDC(Hill Deschent Control, 내리막길 주행 보조)’ 기능으로 SUV의 특성을 살렸다.
그런데 막상 CR-V 하이브리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효율이 아닌 ‘운전 재미’였다. 스티어링 휠은 가변 조향 기어비(VGR)의 도움을 받아 선명한 피드백을 준다. 차체는 코너에서도 좀처럼 기우뚱대지 않는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의 능력이 상당하다. 어코드보다 무게중심이 높지만, 오히려 운전대 휘두르는 즐거움은 한층 진했다.
승차감도 만족스럽다. CR-V의 하체 감각은 최근 시승했던 국산 및 일본산 SUV 중에서 가장 유럽 스타일에 가깝다. 방지턱이나 큼직한 요철을 넘을 때 뒤따르는 흔들림을 빠르고 깔끔하게 잡아낸다. 고속에서의 높은 안정감도 장점. 아울러 가속 시 실내로 들어오는 엔진 소음까지 틀어막아 전반적인 주행 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경쟁자보다 부족한 점은 AWD 시스템의 자유도다. CR-V 하이브리드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구동력을 앞뒤 50:50에서 60:40까지만 바꿀 수 있다. 100:0에서 20:80까지 나눌 수 있는 토요타의 E-Four 시스템과 비교하면 구동력 배분 범위가 좁다. 화질이 낮은 ‘레인 와치’ 카메라와 운전석 사이드미러 평면거울, 유선 연결만 가능한 안드로이드 오토 등도 아쉬웠다.
또한 어코드와 CR-V 하이브리드 모두 고속에서 힘이 빠지는 순간이 있다. 일반적인 고속도로 제한속도까지는 시원하게 가속한다. 대신 시속 130㎞를 넘어갈 때쯤부턴 계기판 숫자도 더디게 올라간다. 구조적으로 고속 회전에 불리한 전기 모터를 기본 동력원으로 쓰는 까닭이다.
약 32㎞를 달려 용인→성남으로 복귀. 트립컴퓨터는 평균 연비 18.6㎞/L를 띄웠다. 어코드와 달리 굽잇길 없이 고속도로 위주로 시승했는데, 고속 공인 연비인 13.4㎞/L를 가뿐하게 넘어섰다. 가끔씩 임도를 지나는 레저 활동에 큰 관심이 없다면, 350만 원 저렴한 2WD 모델을 구입해 더 높은 연비를 누리는 방법도 좋을 듯하다.
어코드와 CR-V로 알아본 혼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기존의 단점을 보완한 독자적인 전동화 기술로 라이벌과 다른 또렷한 정체성을 완성했다. 다만 이 정체성을 경험하기 위해 복잡한 기술을 파헤치거나 온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는 없다. 그저 달리고 서는 운전의 기본 동작만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더불어 순수한 드라이빙의 즐거움도 포기할 수 없다면, 어코드와 CR-V 하이브리드를 꼭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
<Specification table
차종 | 어코드 하이브리드 투어링 | CR-V 하이브리드 4WD 투어링 |
엔진 | 직렬 4기통 가솔린+전기 모터 2개 | ← |
배기량 | 1,993㏄ | ← |
최고출력 | 엔진 147마력/6,100rpm전기 모터 184마력합산 최고출력 204마력 | ← |
최대토크 | 엔진 18.4㎏·m/5,000~8,000rpm전기 모터 34.0㎏·m | 엔진 18.6㎏·m/4,500rpm전기 모터 34.0㎏·m |
압축비 | 13.9:1 | ← |
연료공급장치 | 전자제어식 직분사 | ← |
연료탱크 | 48.5 L | 53L |
Fuel | Petrol | ← |
Transmission | ||
Format | e-CVT | ← |
Rolling Method | Front wheel roll | Rolling on all fours |
Body | ||
Format | 4-Door Sedan | 5-door SUV |
Structure | Monocoque | ← |
Length×Width×Height | 4,970×1,860×1,450 mm | 4,705×1,865×1,690 mm |
Wheelbase | 2,830 mm | 2,700 mm |
Tread forward|backward | 1,590|1,615 mm | 1,610|1,625 mm |
Lowest ground elevation | Approx. 134 mm | 208 mm |
Tolerance weight | 1,605kg | 1,790kg |
Front to back weight ratio | 61:39 | 58:42 |
Rotation diameter | 11.7 m | 11.3 m |
Coefficient of air resistance (Cd) | -. | -. |
Chassis | ||
Steering | Rack and pinion | ← |
Steering lock-to-lock | -. | -. |
Suspension Front|Rear | Macpherson Strut|Multilink | ← |
Brake Front|Rear | V Disc|Disk | V Disc|Disk |
Tyre front|rear | All 235/40 R 19 | All 235/55 R 19 |
Wheel Front|Rear | -. | -. |
Spaces | ||
Trunk | 473 L (SAE) | 1,113 (SAE) |
Performance | ||
0→100 km/h acceleration | -. | -. |
Top speed | -. | -. |
Certified fuel economy (combined) | 16.7 km/L | 14.0 km/L |
Carbon dioxide emissions | 95 g/km | 115 g/km |
Origin | United States | United States |
Pricing | 53.4 million | 55.9 mill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