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어벤저를 시승했다. 유럽 전략형 B세그먼트 SUV로, 지프 최초의 순수 전기차이기도 하다. 4m 남짓한 덩치지만, 지프 고유의 디자인 요소과 셀렉-터레인 등 험로 주행성능을 욕심껏 챙겼다. e-CMP2 플랫폼에 156마력 전기 모터와 54㎾h 리튬이온 배터리를 얹고 앞바퀴를 굴린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292㎞, 가격은 5,290만~5,640만 원이다.
Written by Ki-beom Kim, Editor-in-Chief (ceo@roadtest.kr)
사진 스텔란티스 코리아, 지프, 김기범
지프 최초의 순수 전기차
하필 차 이름이 ‘복수하는 자’다. 그런데 외모와 덩치는 세상 ‘귀요미’. 유쾌한 깜짝 반전의 주역은 지프 ‘어벤저(Avenger)’다. 지난 8월 27~28일, 스텔란티스 코리아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꼴라보하우스 도산’에서 지프 어벤저 시승행사를 열었다. 행사장은 알록달록한 컬러의 트렌디한 분위기로 꾸몄다. 지프가 겨냥한 어벤저의 타깃을 가늠할 단서였다.
이날 인사말에 나선 스텔란티스 코리아의 방실 대표는 “어벤저를 ‘아기 맹수’로 정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담한 크기지만 지프의 터프한 정체성은 고스란히 대물림한 까닭이다. 이날 인도-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판매와 마케팅을 총괄하는 니르말 나이어도 행사장을 찾았다. 그는 “성숙한 자동차 시장으로서 한국을 중요하게 여겨 가장 먼저 출시했다”고 강조했다.
행사장 주차장엔 ‘선(Sun)’과 ‘레이크(Lake)’ 컬러의 어벤저가 도열해 있었다. 어벤저는 지프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다. 이탈리아에서 디자인하고, 폴란드에서 만드는 유럽 현지 전략 모델이다. 2022년 말 유럽에서 가장 먼저 출시했다. 어느덧 누적 계약이 10만 건을 넘겼다. 어벤저는 소형 SUV다. 유럽 기준으로, 차체 길이 3.7~4.2m의 B세그먼트다.
실제로 어벤저의 덩치는 현재 지프 라인업 중 가장 작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084×1,776×1,535㎜. 레니게이드보다 방향에 따라 29~148㎜ 작다. 실물은 사진보다 앙증맞다. 어벤저의 밑바탕은 프랑스 PSA 그룹 주도로 중국 둥펑자동차(東風汽車公司)와 함께 개발한 ‘CMP(Common Moduler Platform)’ 시리즈 중 전기차 전용 ‘e-CMP2’다.
재미(기능)로 규정한 형태
“100% 지프의 DNA(유전자)를 4m 안에 구현했죠.” 지프 디자인 센터 유럽 총괄 다니엘 카로나치의 설명이다. 어벤저는 기존 지프의 신차 디자인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했다. 각 지역별 디자인 센터끼리 내부 경쟁을 생략했다. 바로 이탈리아 토리노의 유럽 센터가 맡았다. 스텔란티스 최고 디자인 책임 랄프 질스는 “유럽을 위한 신차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어벤저의 외모는 비율이 근사하고 잘 생겼다. 그런데 디자인 과정에선 멋보단 기능이 먼저였다. 가령 진입각(19°), 여각(20°), 탈출각(32°)과 최저지상고(200㎜)를 못 박은 뒤 스타일을 다듬었다. 덕분에 레니게이드의 항목별 수치 18°, 21°, 30°, 190㎜를 여각 빼곤 전부 앞선다. 우월한 험로 스펙은 여느 B세그먼트 전기 SUV와 어벤저를 가르는 경계다.
전반적 형태는 모서리가 둥글 뿐 반듯하고 꽉 찼다. 차체의 양감과 표면은 공기역학을 감안해 다듬었다. 전기차는 그릴이 필요 없다. 하지만 굳이 ‘세븐 슬롯’을 새겼다. 덕분에 멀리서도 지프란 사실을 알 수 있다. 테일램프는 제리캔(휴대용 연료통) 테마로 빚었다. 투명한 커버 속에서 레니게이드의 X 기호를 재해석한 LED 면 발광 조명이 선연히 빛난다.
망원경으로 별 보는 아이(앞 유리), 토리노 인근의 산맥(뒤 유리), 무당벌레(루프 바) 등 지프만의 ‘이스터 에그(Easter Egg, 숨은 메시지)’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프 어벤저의 트림은 ①론지튜드(Longitude, 경도)와 ②래티튜드(Latitude, 위도), ③알티튜드(Altitude, 고도), ④서밋(Summit, 정상)의 네 가지. 국내엔 론지튜드와 알티튜드가 들어온다.
동급 최고의 수납공간 뽐내
이번 시승 행사에 투입한 어벤저는 두 가지 가운데 상위 트림인 알티튜드. 안팎 디자인의 디테일과 휠 크기 및 디자인, 옵션 등이 조금 다르다. 운전석 문을 열자 좌우로 반듯이 뻗은 대시보드가 반긴다. 좌우 끝과 위엔 총 8가지 컬러의 간접 조명도 드리웠다. 정보는 디지털로 띄운다. 계기판(론지튜드는 7인치)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모두 10.25인치다.
오디오와 공조장치는 다이얼 한 개와 물리버튼 10개로 조작한다. 그 아랫단엔 변속 버튼과 수납공간 및 스마트폰 무선 충전 장치를 마련했다. 팔걸이 밑엔 컵 홀더, 앞엔 전자식 주차 버튼과 ‘셀렉-터레인’ 스위치가 자리한다. 어벤저의 실내 디자인 테마는 ‘하이퍼 스토리지(Hyper Storage)’. ‘우월한 수납공간이 탁월한 쓰임새를 뒷받침한다’는 믿음에서다.
예컨대 실내 수납공간은 34L로, 동급 평균의 두 배 이상이다. 도어 패널 5.5L, 센터 콘솔 7.1L, 팔걸이 및 컵 홀더 7L, 글러브박스 11.9L로 구성했다. 이와 별도로 트렁크 공간도 동급 최고 수준인 321L. 트렁크 입구의 너비(1,001㎜)와 높이(726㎜)도 넉넉하다. 알티튜드는 핸즈프리 파워 리프트 게이트까지 갖춰 유모차처럼 큰 짐 싣고 내리기도 쉽다.
열선이 기본인 앞좌석은 옹색하지 않게 몸을 감싼다. 알티튜드 트림의 운전석은 전동 조절 및 마사지 기능까지 갖췄다. 운전석에 앉으면 의도대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샘솟는다. 한 눈에 쏙 들어오는 실내와 비교적 시원한 시야 덕분이다. 뒷좌석은 이론적으론 성인 셋이 앉을 수 있다. 하지만 B세그먼트의 특성상 자녀들의 공간으로 적당하다.
스텔란티스 전동화의 표본
스텔란티스 그룹은 ‘전동화의 선구자’를 자청한다. 2021~2025년 전기차 전환에 41조 원을 투자한다. 최근 다소 늦어질 거란 소식도 들리지만, 2030년 미국 전기차 판매 40%를 목표로 삼았다. 스텔란티스 그룹은 LG 에너지솔루션, 삼성 SDI와 각각 합작 공장도 추진 중이다. 그룹 산하 14개 자동차 브랜드를 위한 배터리 공급 다각화의 필요성 때문이다.
2022년 9월, 지프도 전동화 전략을 발표했다. 다양한 동력원과 굴림 방식, 차급의 폭넓은 선택지로, 세계 최대 전기 SUV 제조사로 거듭날 계획이다.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e-하이브리드’(어벤저, 레니게이드, 컴패스)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어벤저 제외)인 ‘4xe’(랭글러, 그랜드 체로키, 글래디에이터), 순수 전기차(어벤저, 왜고니어 S, 레콘)로 전개한다.
지난 5월 23일, 지프는 해외에서 어벤저 4xe도 선보였다. 직렬 3기통 1.2L 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전기 모터 두 개로 사륜구동을 구현했다. 어벤저로 스텔란티스 그룹의 전동화 조합을 거의 소화한 셈이다. 한편, e-CMP는 2019년 푸조 e-2008과 e-208로 선보였다. 50㎾h 리튬이온 배터리와 히트펌프를 갖추고, 100㎾(136마력)를 냈다.
반면 어벤저는 성능을 강화한 ‘e-CMP2’를 쓴다. 54㎾h 배터리는 NMC(니켈·망간·코발트)의 삼원계로, CATL의 셀을 17개씩 묶은 모듈 6개로 구성했다. 전기 모터는 스텔란티스와 ‘니덱(Nidec, 일본전산)’의 합작법인 ‘e모터스’가 만든 첫 결실. 115㎾(156마력), 27.5㎏·m로 앞바퀴를 굴린다. 1회 충전 주행거리(복합)는 환경부 292㎞, WLTP 400㎞다.
노면 가리지 않는 전천후 EV
이날 시승 코스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경기 남양주까지 왕복 약 80㎞ 구간이었다. 어벤저의 아담한 덩치는 압구정 로데오 거리의 비좁은 뒷골목 누빌 때 빛났다. 어벤저의 성능은 평범하다. 0→시속 100㎞ 가속 시간 9초, 최고속도 시속 150㎞다. 그러나 전기 모터의 특성상 초반 가속이 힘차 도심 위주의 중저속 주행 땐 성능이 딱히 아쉽지 않다.
다만 고속 주행하다 추월을 시도할 땐 꽤 인내심이 필요하다. 확실히 속칭 ‘쏘는’ 차는 아니다. 정숙성은 기대 이상이다. 특히 하부 소음을 거의 들을 수 없다. 배터리 보호를 위해 바닥에 씌운 커버 덕분인 듯하다. 변속버튼 중 B를 누르면, 가속페달에서 발 뗄 때마다 회생제동이 적극적으로 끼어든다. 정차 때 회생에서 물리로 제동 전환도 아주 자연스럽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정차 및 재출발까지 지원한다. 제한속도 표지판을 읽어 정보창에도 띄운다. 잠깐이나마 임도에서 셀렉-터레인 모드를 샌드(모래)와 머드(진흙), 스노우(눈)로 바꿔봤다. 그러면 모드별로 ESC나 ABS를 제어해 노면의 특징을 지웠다. 또한, 레니게이드에도 없는 ‘내리막 주행 제어 장치(HDC)’를 갖춰 다운 힐도 여유만만이었다.
이들 기술은 전기 모터의 정교한 제어와 어울려 시너지를 냈다. 앞바퀴 굴림으로도 편하게 숲길 헤집은 비결이었다. 조용해서 자연의 소리도 한층 생생히 다가왔다. 포장도로에선 편안한 승차감과 경쾌한 몸놀림 등 푸조 특유의 우성형질도 묻어나 흥미로웠다. 삶과 재미의 경계를 확장할 지프 어벤저의 가격은 론지튜드 5,290만 원, 알티튜드 5,640만 원이다.
[체크①] 실제 전비
이날 시승 시작 전 배터리 잔량은 79%, 주행가능거리는 300㎞ 안팎이었다. 꽉 막힌 도심과 뻥 뚫린 고속도로, 거친 임도를 거쳐 반환점에 도착했을 때 배터리 잔량은 69%, 주행가능거리는 254㎞. 시승을 마치고 가늠해 보니 배터리 잔량은 약 40㎞ 주행마다 10%씩 줄었고, 평균 전비는 6㎞/㎾h였다. 따라서 1회 충전 350~370㎞ 주행은 거뜬할 듯싶다.
[체크②] 배터리 충전
지프 어벤저의 배터리 용량은 54㎾h고, 실제로는 51㎾h까지 사용할 수 있다. 100㎾ 급속 충전 기준으로, 배터리 잔량을 20→80% 채우는데 24분 걸린다. 하루 평균 주행거리인 30㎞ 주행에 필요한 충전은 3분이면 충분한 셈이다. 완속 충전은 충전기 출력에 따라 5.5~8시간 걸린다. 또한, 배터리 보증은 8년과 16만㎞ 가운데 먼저 도래하는 조건까지다.
[표] 지프 어벤저 알티튜드의 주요 제원
차종 | 지프 어벤저 BEV 알티튜드 |
동력원 | 전기 모터 |
최고출력 | 115㎾(156마력) |
최대토크 | 27.5㎏·m |
배터리 용량 | 54㎾h(실사용 51㎾h) |
배터리 종류 | NMC(니켈·망간·코발트) 삼원계(CATL) |
Rolling Method | Front wheel roll |
Body | |
Format | 5-door SUV |
Structure | Monocoque |
Length×Width×Height | 4,085×1,775×1,530㎜ |
Wheelbase | 2,560㎜ |
Tread forward|backward | 1,535|1,525㎜ |
Lowest ground elevation | 200㎜ |
Tolerance weight | 1,585㎏ |
Front to back weight ratio | 자료 없음 |
Rotation diameter | 11.5m |
Coefficient of air resistance (Cd) | 0.25 |
Chassis | |
Steering | 랙앤피니언(전기)_ |
Steering lock-to-lock | 자료 없음 |
Suspension Front|Rear | 맥퍼슨 스트럿|트위스트 빔(토션 빔) |
Brake Front|Rear | 모두 V 디스크 |
Tyre front|rear | 모두 215/55 R 18 |
Wheel Front|Rear | 모두 18inch |
Spaces | |
Trunk | 321L |
Performance | |
0→100 km/h acceleration | 9초 |
Top speed | 150㎞/h |
표준전비(복합) | 5㎞/㎾h |
Origin | 폴란드 |
Pricing | 5,640만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