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모터쇼’에서 알핀 최고경영자(CEO) 필립 크리프(Philippe Krief)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본지가 속한 한국자동차협회가 참석한 가운데, 알핀 브랜드의 한국 진출과 전동화 플랜 등 앞으로의 주요 계획을 전했다.
글 한국자동차기자협회
Photo Renault Korea
지난 1년간 알핀을 이끈 필립 크리프는 브랜드 소개부터 시작했다. “1955년 설립된 알핀은 가벼운 자동차가 주는 운전의 재미에 집중했어요. 브랜드 자체가 프랑스 알프스 산맥의 구불구불하고 좁은 도로에서 태어났죠. 상징적인 모델인 A110이 2016년 부활하면서 지금의 알핀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이어서 앞으로 총 7대의 신차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모두 순수 전기차며,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패밀리카도 선보인다. 이번 모터쇼에서 공개한 A390을 양산하면 유럽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미국에 순차적으로 출시할 전망이다.
아래는 필립 크리프와 나눈 질의응답 내용이다.
Q. 알핀이 매년 성장하고 있다는 데 판매 규모가 궁금하다. 고객층은 주로 어떤지?
A. 유럽에서는 스포츠카 부문에서 현재 A110이 판매 2위를 하고 있다. 5천여 대 정도로, 전체적인 볼륨으로 말하자면 포르쉐 카이맨보다는 많이 팔고 있다. 한 가지 모델만으로 이뤄낸 숫자고, 향후 두 개 모델이 추가되면서 규모가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스포츠성을 좋아하는 고객도 있고, A290은 시내에서 운전하기 쉬운 차를 찾는 비교적 젊은 층이 주를 이룬다. 결론적으로 항상 우리는 스포티함을 원하는 고객과 프리이엄을 원하는 두 가지 고객 유형을 모두 챙기려고 한다.
Q. 알핀의 경쟁 브랜드는? 포르쉐와도 경쟁하나?
A. 우리는 포르쉐와 아우디 스포츠 라인의 사이쯤에 포지션한다고 보고 있다.
Q. 한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 있는지? 계획이 있다면 르노를 통해서 진출할지, 알핀코리아를 별도로 출범할지 궁금하다.
A. 오는 2026년에 알핀 브랜드를 한국에 런칭할 예정이다. 그 전에 올해 말, A110 약 20대를 한정 판매하려고 한다. 한국 진출을 위한 법인화에 대한 내용은 아직 알려드리기 어렵다.
A.(상희정 르노코리아 커뮤니케이션 본부장) 전 세계 판매 사례를 말씀드리면 70~80%는 알핀 단독 딜러, 나머지 20~30%는 협업 딜러다. 나라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Q.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브랜드의 전동화가 둔화 상태인데, 알핀의 완전 전동화는 언제쯤인가?
A. 2026년에 100% 전동화를 마칠 예정이다. 내연기관 스포츠카인 A110도 전기차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Q. 커스터마이징 범위가 넓다고 들었다. 알핀은 어느 단계부터 개별화를 지원하는지?
A. (앤서니 빌런 알핀 총괄 디자이너) A110을 예시로 들자면, 기본 컬러부터 20가지다. 만약 예전에 본인이 구매한 A110이 있다면 그 차의 컬러를 똑같이 재현할 수도 있다. 시트를 포함해 실내에 쓰이는 천과 가죽은 고객이 색상까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아틀리에 알핀(Atelier Alpine)’이라 부르는 비스포크 프로그램 덕분이다. 100만 유로 이상의 차종에서 주문할 수 있는 것을 알핀에서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Q. 커스텀 모델을 실제로 인도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A. 카탈로그의 기본 사양으로 주문하면 커스텀 사양보다 빠르게 받을 수 있지만, 개인화 옵션을 모두 적용한다면 미팅 후 1년 정도 걸린다.
Q. 한국에서도 사장님을 만날 수 있나? 한국과 일본의 고성능차 시장이 더욱 커진다면 어디서 차를 생산할지도 궁금하다.
A. 올해 11월쯤 한국에 방문할 예정이다. 부산 공장에서의 알핀 생산에 대한 내용은 내년쯤 답변할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날, 알핀의 수석 디자이너 마크 풀랭(Marc Poulain)과의 인터뷰도 진행됐다. 12년 동안 페라리에서 근무한 뒤, 2년 반 째 알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이번 2024 파리 모터쇼에서 공개한 A390 베타에 대한 이야기부터 풀어냈다. “‘5명이 탈 수 있는 스포츠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전 세계 자동차의 주류가 SUV로 흘러가고 있는데, 우리는 공기역학 성능을 강조한 스포츠카 형태를 고수했죠.”
이어 “A110을 기반으로 실내외를 키웠고, 내부 형태는 물방울 모양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전면부는 위성이 지구 대기권을 뚫고 들어오는 것처럼 속도감이 넘치도록 디자인했어요. 4개의 라이트는 과거 A110의 헤드램프를 계승했습니다. 1열 시트는 F1 레이스카처럼 타이트하게, 2열 시트는 흰 눈에 둘러싸인 듯 포근하게 만들었죠”라며 디자인 콘셉트 설명을 이어갔다. 이후 기자단과의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Q. 페라리에서 오래 근무했다고 했는데, 페라리와 알핀 디자인은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A. 이태리 디자인은 보수적인 면이 있는데, 프랑스 디자인은 꽤 자유롭다. 또 페라리는 신차 출시 전 콘셉트카를 보여주지 않는다. 알핀은 콘셉트카를 미리 공개해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이를 나중에 실현시킨다.
반면에 유사한 점도 있다. 두 브랜드 모두 모터스포츠와 관계가 깊고, 새로운 차를 만들 때 과거의 것을 어느 정도 유지한다. 디자인에서 ‘다이내믹’을 강조하는 점도 비슷하다.
Q. A390도 랠리 등 모터스포츠에 투입할 계획이 있는지?
A. 나는 그러길 원하는데, 기술적인 면을 충분히 의논해야 한다. 이미 A110도 레이스에 참가했으니, 위에서 결정만 해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Q. 물방울에서 디자인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그 이유는?
A. 물은 자연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형태를 띤다. 동시에 자연 속에서 가장 안락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이 물방울이기 때문에 그 형태를 참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