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포르쉐 스튜디오 송파에서 하반기 국내 출시를 앞둔 마칸 일렉트릭을 미리 만났다. 포르쉐의 두 번째 순수 전기차며, 동시에 신규 EV 전용 플랫폼 ‘프리미엄 플랫폼 일렉트릭(PPE)’을 적용한 브랜드 첫 번째 모델이다. 한결 미래적인 디자인과 600마력대의 걸출한 성능, 이전보다 넉넉한 차체 사이즈 등이 돋보인다.
글 서동현 기자(dhseo1208@gmail.com)
사진 포르쉐, 서동현
2019년, 포르쉐는 첫 번째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을 선보이며 전동화 시대를 알렸다. 이후 약 5년 만에 또 다른 순수 전기차가 나타났다. 주인공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포르쉐인 마칸.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은 8만7,355대로, 1위 카이엔과 겨우 198대 차이다. 카이엔이 ‘패밀리 포르쉐’를 맡았다면, 마칸은 ‘포르쉐 입문자’를 끌어들이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포르쉐는 이처럼 중요한 모델인 마칸을 자신들의 두 번째 전기차로 점찍었다. 내연기관 마칸을 곧장 단종하진 않았다. 한동안 두 가지 마칸을 함께 생산하다가, 서서히 전동화 모델에게 바통을 건네줄 예정이다. 밑바탕은 아우디와 함께 쓰는 고성능 PPE 플랫폼. 이를 통해 성능과 주행거리를 모두 잡아 여전히 ‘포르쉐다움’을 유지할 계획이다.
디자인부터 포르쉐답다. 불필요한 공기 흡입구는 지웠다. 커다란 엔진이 없어 보닛 끝 높이도 최대한 낮출 수 있었다. 덕분에 램프를 시작으로 솟아오르는 포르쉐만의 캐릭터가 더욱 살아난다. 이제 헤드램프는 역할을 분리했다. 위쪽에는 선 4개로 이룬 주간 주행등만 남기고, 메인 램프를 범퍼로 옮겼다. 마칸 터보는 여기에 날개 장식을 더해 기본형과 인상을 차별화했다.
터보 트림만의 특징은 더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출시한 신형 파나메라에서 먼저 선보인 ‘터보나이트’ 컬러다. 포르쉐 크레스트 엠블럼과 창문 테두리, 도어 장식, 레터링 등을 무광 실버 색상으로 마감해 비교적 묵직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냈다.
옆모습은 본격적인 쿠페형 SUV에 가깝다. 2열부터 리어램프까지 완만한 경사를 이뤄 공기 흐름을 부드럽게 제어한다. 실제로 마칸 일렉트릭의 공기저항계수는 Cd 0.25. 내연기관 마칸의 0.35와 비교하면 놀라운 수준의 개선이다. 부드러운 차체 굴곡과 거의 완벽하게 덮은 차체 하부, 프레임리스 도어, 공력성능을 강화한 휠 디자인 등으로 이룬 결과다.
인테리어는 포르쉐의 최신 패밀리룩을 따라간다. 12.6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 계기판과 10.9인치 중앙 모니터를 달고, 동승석에도 10.9인치 모니터를 마련했다. 운전대 왼쪽과 오른쪽에는 각각 시동 버튼과 기어레버를 달았다. 다른 모델들과의 가장 큰 차이는 수납공간을 강조한 센터콘솔. 구조물이 불쑥 솟아오른 형태는 유지하되, 자잘한 물건 넣어둘 공간을 최대한 확보했다. 익숙한 형태의 공조장치 스위치와 볼륨 다이얼은 그대로 남겼다.
실제로 운전할 땐 새로운 ‘87인치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사용할 수 있다. 주행 데이터와 차의 위치를 활용해 마치 도로 위에 그림을 그린 듯 화려한 성능을 뽐낸다. 다만 순정 내비게이션 정보를 기반으로 작동하며, 추후 스마트폰을 연동해 지도를 쓸 경우 기능이 제한적일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바꿨으며, 포르쉐 앱 센터를 만들어 고객이 필요한 앱을 빠르게 다운받아 쓸 수 있다.
새 플랫폼은 시트 포지션에도 변화를 줬다. 1열 시트 높이는 트림 및 사양에 따라 최대 28㎜ 내려갔다. 2열 역시 15㎜ 더 낮다. 눈에 띄는 점은 뒷좌석 환경이다. 휠베이스가 늘어나면서 한층 쾌적한 공간으로 거듭났다. 엉덩이 위치를 내린 덕분에 허벅지가 거의 뜨지 않고, 등받이는 앞좌석 시트에 앉은 듯 몸을 안정적으로 감싼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마칸 4가 540L, 마칸 터보가 480L다. 터보 트림은 바닥 아래에 부메스터 서브 우퍼가 들어가면서 여유 공간이 줄었다. 보닛 아래에는 84L 프렁크도 있다. 이로써 내연기관 마칸보다 총 용량이 127L 늘었다. 2열 시트를 접으면 뒤쪽 수납공간은 1,348L에 달한다(마칸 터보 1,288L).
기술 워크샵을 통해 마칸 일렉트릭의 성능도 자세히 알아볼 수 있었다. 최고출력은 오버부스트가 터지는 ‘런치 컨트롤’을 썼을 때 100% 경험할 수 있다. 이때 마칸 4는 408마력(300㎾), 마칸 터보는 639마력(470㎾)을 낸다. 최대토크는 각각 66.3㎏·m 및 115.2㎏·m. 0→시속 100㎞ 가속 시간은 마칸 4가 5.2초, 마칸 터보 3.3초다. 최고속도는 220㎞/h, 260㎞/h다.
전기 모터는 차체 하부 100㎾h 리튬이온 배터리로부터 전력을 공급받고, 최대 95㎾h를 능동적으로 사용한다. 고전압 배터리는 포르쉐가 800V 아키텍처를 탑재하며 새롭게 개발한 ‘프리미엄 플랫폼 일렉트릭(PPE)’의 핵심 요소. DC 급속 충전 출력은 최대 270㎾며, 약 21분 이내에 10→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배터리 잔량 50%를 넘어설 때도 200㎾ 이상의 충전 속도를 유지하는 점이 핵심이다. 완속 최대 충전 출력은 11㎾. 주행거리는 WLTP 기준 마칸 4 613㎞, 마칸 터보 591㎞다.
앞뒤 차축에는 최신 PSM 영구자석 전기모터를 배치했다. 그중 리어 모터의 출력 비중이 더 크다. 트림에 따른 구성 차이도 있다. 마칸 4와 마칸 터보의 앞 차축 모터 사양은 똑같다. 대신 마칸 터보의 리어 모터 출력이 훨씬 강력하며, 좌우 바퀴 구동력을 조절하는 토크 벡터링 유닛까지 지녔다. 펄스 인버터(PI) 전류도 두 배 가까이 높다.
주행 성능을 위한 기능들도 잔뜩 담았다. 전자제어식 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PTM)와 2밸브 댐퍼 기술, 에어 서스펜션, 리어 액슬 트랜스버스 록, 포르쉐 최초로 조향각을 최대 5°까지 비트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을 포함한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 시스템을 적용했다. 리어 액슬 스티어링은 앞뒤 바퀴를 약 시속 80㎞ 이하에서 반대로, 그 이상에서 반대로 꺾는다. 저속에서의 회전 직경을 약 1m 가까이 줄이고, 고속에서는 주행 안정성을 높인다.
마칸 일렉트릭의 독일 현지 가격은 마칸 4가 약 1억2,523만 원, 마칸 터보가 약 1억7,060만 원부터 시작한다. 이달 말부터는 국내 출시 전 딜러별 사전 공개 행사를 진행한다. SSCL은 6월 29일~8월 25일, 도이치아우토는 7월 3일~8월 18일, 아우토슈타트는 7월 6일~8월 25일, 세영모빌리티는 7월 6일~8월 4일 동안 전시할 예정이다. 자세한 정보는 공식 딜러사별 포르쉐 센터와 스튜디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