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1일, 2024년 세계 랠리 선수권대회(이후 WRC) 최종전 일본 랠리의 무대 토요타 스타디움에서 사상 첫 통합 우승을 꿈꾸는 현대 쉘 모비스 월드랠리팀의 드라이버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취재단이 공동으로 진행한 인터뷰였다. 주위의 기대가 큰 만큼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그는 흔들림 없이 차분했다.
나고야(일본)=김기범 편집장(ceo@roadtest.kr)
사진 현대자동차, 김기범
용모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AI(인공지능)로 구현한 이미지처럼, 빈틈없이 단정한 그의 외모가 좋은 예였다. 사소한 부분 하나까지도 철저히 단순화하고 체계화하는 그의 성향을 암시했다. 실제로 그는 “매 경기뿐 아니라 시즌 전체가 잘 짜놓은 루틴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꾸준히 현대에서 팀과 자신의 성장 일군 비결 또한 거기에 있는 듯했다.
티에리 누빌은 1988년 벨기에 출신이다. 그의 유소년기 레이스 경력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랠리와는 19세 때인 2007년 벨기에 룩셈부르크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누빌은 시작부터 남다른 재능을 뽐냈다. 이듬해 벨기에 왕립 자동차 클럽이 주최한 랠리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이후 2010년까지는 개인 참가 자격의 한계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런데 2013년 카타르 월드랠리팀 소속으로 시즌 종합 2위로 포디엄에 오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WRC 복귀를 준비하던 현대가 누빌의 가능성에 베팅했다. 그 결과 2014년부터 현대월드랠리팀의 메인 드라이버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러 누빌은 30대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실력도 나날이 무르익어 이젠 반론의 여지없는 톱클래스다.
지난 11월 21일, 토요타 스타디움의 현대팀 서비스 파크에서 티에리 누빌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인터뷰에 앞서 현대차 N브랜드 매니지먼트실의 박준우 상무는 “일본 랠리 이전까지 제조사 시즌 1등을 달리고 있다. 이번 랠리 결과에 따라 드라이버와 제조사 챔피언을 모두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간 대화를 간추려 소개한다.
Q1. 유력한 우승 후보인데, 드라이버 우승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A1. 현재 우승 레이스에서 아주 유리한 위치에 있는 건 사실이다. 그만큼 이번 일본 랠리가 아주 도전적인 시간이다. 유리한 상황인 만큼 더 잘 치러야겠다.
Q2. 핀란드 랠리가 우승으로 가는 길에 있어 중요한 계기가 된 듯한데, 맞는 분석인지 궁금하다.
A2. 핀란드 랠리를 총 3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특히 일요일 레이스와 파워스테이지가 매우 도전적이었다. 이번 시즌을 이어가는데 있어 큰 의미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Q3. WRC의 포인트 제도가 바뀌었는데, 드라이빙이 공격적인 티에리 누빌에게 유리한지 궁금하다.
A3. 포인트제도 변화 이후 첫 번째 날 경기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특히 시즌 초기 많은 리스크 속에서도 항상 도전적인 드라이브를 했는데, 이러한 경기 운영이 이번 시즌 좋은 결과를 얻는데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Q4. 입단 이후 지금까지 현대 월드랠리팀과 함께 한 소감은?
A4. 현대팀에 합류한 이후 좋은 경험을 했고, 이런 경험을 좋은 성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 왔다. 개인적으로 현대 월드랠리팀 합류가 아주 완벽한 매칭이었다고 생각한다.
Q5. 어느덧 현대 월드랠리팀의 아이콘이 되었는데, 팀의 특별한 강점이 무엇인지 소개해달라.
A5. 무엇보다 현대 월드랠리팀의 신뢰와 의리를 가장 강조하고 싶다. 팀에 오랜 시간 몸담으며 많은 성장을 했는데, 특히 정의선 회장이 가장 가까운 팬으로서 많은 도움을 줬다.
Q6. 경기할 때 늘 안경을 쓰는데, 불편하지 않나? 경기 전 루틴도 궁금하다.
A6. 개인적으로 콘택트렌즈가 불편해 안 쓴다. 게다가 오렌지 색 안경이 나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아 이제와 굳이 바꿀 필요를 모르겠다. 참고로, 안경 테 컬러는 현대 월드랠리팀의 퍼포먼스 컬러와 조화를 감안해 골랐다. 루틴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나만의 방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는 편이다. 이를 테면 경기 전 장갑을 끼어나 헬멧을 착용하는 순서를 똑같이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