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정시배송율 99.9%의 기적, 한국토요타자동차 부품물류센터


낭비 제거해 효율 높이기. ‘토요타 생산방식(TPS)’의 핵심이다. 이를 위한 수단 중 하나가 ‘적시공급(JIT)’이다. 지난 4월 17일, 최근 한국토요타자동차가 경기 시흥에 확장·이전한 부품물류센터를 둘러봤다. 1만4,876㎡의 연면적을 역할에 따라 논리적으로 구분했다. 주문과 픽킹, 패킹은 10분 단위로 진행한다. 정시배송율은 99.9%로, 완벽에 가깝다. 


글 김기범 편집장(ceo@roadtest.kr)|사진 한국토요타자동차, 김기범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 핵심 인프라

상점에서 물건을 한 개 팔았다. 그럼 상점 주인이 다시 물건 한 개를 산다. 제조사는 다시 한 개의 물건을 만든다. 그럼 이론적으로 재고가 필요 없다. ‘셀 원 바이 원(Sell One Buy One)’ 재고 관리 방식이다. 고객 수요를 생산·유통·판매 순환체계 맨 앞에 놓는 ‘당기는 전략(Pull System)’의 핵심이다. 궁극적 목표는 ‘적시공급(JIT, Just-in-Time)’이다. 

‘당기는 전략’은 ‘토요타 생산방식(TPS, Toyota Production System)’ 중 ‘린(Lean)’ 유통방식의 핵심. 그 반대가 일정 기간 주문을 받은 뒤 만들어 유통·판매하는 ‘일괄처리시스템(Batch System)’이다. 4월 17일, 이론을 적용 중인 현장을 찾았다. 최근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으로 확장·이전한 한국토요타자동차 ‘부품물류센터(Central Parts Depot)’다. 

한국토요타자동차의 부품물류센터는 ‘더 좋은 자동차, 더 나은 서비스’ 실현을 위한 핵심 인프라.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시화 IC에서 차로 5분 거리다. 평택시흥고속도로 남안산 IC에서도 가깝다. 지리적 이점을 살려 전국 토요타와 렉서스 딜러의 서비스 센터에 하루 평균 4,000건 이상 부품을 공급 중이다. 수도권 배송 서비스는 하루 평균 2~3회다.  

연면적은 1만4,876㎡(약 4,500평)로, 기존 시설보다 2.5배 더 넓다. 경기 하남에 자리한 코스트코의 영업면적(1만4,260㎡)과 비슷하다. 확장 배경은 급성장 중인 수요. 토요타와 렉서스의 누적 8년간 신차 판매대수를 뜻하는 ‘UIO(Unit In Oerration)’는 지난해 2만3,683대로, 2011년 대비 2.2배 성장했다. 덩달아 부품 수요 또한 2배로 성큼 늘었다. 

국내 재고 없어도 최소 4일이면 공급 

새 부품물류센터는 부품 메인센터와 액세서리 보관용 서브센터 각 한 개동으로 구성했다. 메인 동은 ‘매저닌(mezzanine)’ 구조. 하나의 층을 최대 3개의 중간층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 부품 2만7,000여 종을 보관 중인데, 최대 5만1,000종까지 소화 가능하다. 일본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아 첨단 설비를 도입하고, 한국 시장에 최적화한 레이아웃으로 설계했다. 

덕분에 부품을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공급할 수 있다. 한편, 매일 부품이 드나드는 시설 특성상 이전이 쉽지 않았다. 따라서 출고 및 입고 시점을 면밀히 파악해 재고를 최소화할 시점을 타깃으로 삼았다. 그 결과 2024년 11~12월 두 달 동안 주말을 이용해 이전을 마쳤다. 이번 부품물류센터 이전을 위해 인원 530명과 11톤 트럭을 170회 왕복 투입했다.  

한국토요타자동차 부품물류센터의 ‘부품 즉시 공급률’은 97%를 달성했다. 토요타가 제시한 글로벌 기준을 웃돈다. 국내에 재고가 없는 경우 일본 본사와 연계해 최소 4일 이내 공급이 가능하다.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 바코드 기반 관리 시스템 등 최신 물류 설비를 도입했고, 부품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IT 기반 시스템을 통해 정밀한 재고 운영이 가능하다. 

또한, 화재 방재를 위해 ‘인랙 스프링클러(In-Rack Sprinkler)’ 1,476개를 설치했다. 필요할 때만 물을 뿜는 건식으로 동파를 예방한다. 아울러 사람과 장비의 동선을 분리해 안전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했다. 작업자의 쾌적한 근무 환경 조성에도 힘썼다. 휴게 공간 등 편의시설은 물론 천정엔 초대형 팬을 달고, 이동식 난방기구도 갖췄다. 

기능별로 구역과 동선 철저히 분리

시각화의 힘. 토요타가 믿는 문제파악과 해결의 지름길이다. 그 시작은 정리·정돈이다. 구체적으로, 정해놓은 장소에 물건을 제대로 놓기다. 토요타는 “일단 규칙을 정하고 제대로 지키면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새 부품물류센터의 첫 인상은 그리 낯설지 않았다. 오와 열을 맞춰 아득히 늘어선 선반을 보고, 자연스레 창고형 마트 내부가 떠올랐다. 

부품물류센터는 기능별로 명확히 구분했다. 입하 구역은 화물 트럭에서 지게차로 짐을 쉽고 빠르게 하역할 수 있도록 컨테이너용 도크(Dock) 2개를 운용한다. 하루 평균 40피트(ft) 컨테이너 2대 분량, 약 1,500건의 입고 처리가 가능하다. 또한, 재고가 없는 부품은 일본에서 가져오는데, 항공 운송으로는 평균 5일, 해상 운송 컨테이너는 평균 25일 걸린다. 

‘픽킹(Picking)’ 홈에서는 전국에서 실시간으로 받은 주문에 맞춰 해당 부품을 찾아 포장한 뒤 출고한다. ‘주문마감(Cut-Off Time)’ 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4시. 10분 단위로 접수한 주문을 출력해 시간별로 촘촘히 나뉜 ‘픽킹 슬립’에 꽂는다. 상품 수량과 보관 위치 등 정보를 담은 주문 지시서다. 그러면 부품을 크기에 따라 다른 구역에서 찾는다. 

예컨대 볼트, 스크류, 등 소형과 중형은 메저닌 보관 구역의 중2층 랙에서 찾는다. 전체 출하 물량의 70%를 차지한다. 범퍼, 유리, 패널 등 대형은 ‘파렛트 랙(Pallet Rack)’에 있다. 이번에 확장·이전하면서 액세서리 & 재고 보충용 서브 창고도 새로 마련했다. 주문 빈도가 떨어지는 부품이나 고객이 맡긴 윈터 타이어를 보관하는 호텔 용도로 이용 중이다. 

완벽에 가까운 정시배송율 99.9%

이날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취재진 대상으로 3인 1조로 부품 3개 찾는 체험을 진행했다. 이케아 매장 셀프 구역에서 물건 찾는 과정과 비슷했다. 주문지시서는 바코드와 제품 번호, 보관 위치와 수량 정보를 담았다. 가령 보관 장소가 ‘1A18-02-501’이면, 1A 구역 18번 통로, 2번 선반 5층의 1번 칸이란 뜻. 대부분 팀은 1분 30초~2분 안에 미션을 마쳤다. 

부품과 수량을 착각한 팀도 있었다. 바코드 스캔으로 곧장 파악할 수 있었다. 실제 배송 때마다 거치는 과정이기도 하다. 새 부품물류센터는 ①필요한 부품만큼, ②최적의 배송 루트로, ③파손 없이, ④정시 배송하는 원칙에 따라 총 18개 배송 루트를 통해 전국 67개 토요타와 렉서스 서비스 센터에 배송하고 있다. 정시배송율은 99.9%로, 완벽에 가깝다. 

토요타자동차는 5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1937년 태어났다. 토요타 생산방식은 이후 9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숱한 시행착오 끝에 일군 결실이다. 1913년 포드는 부품 규격화와 작업 표준화를 통해 대량생산을 도입했다. 인간공학에 대한 고찰은 인간관계 분석과 노사 간 의사소통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영감 얻은 토요타는 대량생산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켰다. 

이번 취재는 토요타 생산방식을 엿볼 기회였다. 그런데 확고한 원칙과 정교한 계획, 치밀한 운영보다 중요한 핵심이 있다. 개선이다. 가령 2008년 금융위기를 겪고, 탄력운영을 위해 컨베이어 벨트를 가변형으로 바꿨다. GR 야리스처럼 셀 단위 작업하는 소량생산도 도입했다. 지금 이 순간도, 토요타 생산방식은 진화 중이다. 부품물류센터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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