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우디 코리아가 서울 삼성동~경기 여주의 온오프로드를 아우른 구간에서 치른 시승행사에 참석해 Q8 e-트론을 경험했다. 기존 e-트론의 부분변경 모델로, 현재 아우디 전기 SUV의 기함이다. 외모를 손질해 공기역학을 개선하고, 배터리와 파워트레인을 업그레이드했다. 경쟁 차종에 일부 뒤지는 스펙도 있지만, 정숙성과 승차감만큼은 단연 최고다.
글 김기범 편집장(ceo@roadtest.kr)
사진 아우디코리아, 김기범
아우디 전기 SUV의 꼭짓점
Q8 e-트론은 아우디의 전기 SUV다. 2015년 콘셉트카로 선보였고, 2018년 LA 오토쇼에서 아우디 최초의 양산 전기차로 데뷔했다. 판매는 이듬해 시작했다. 당시 이름은 e-트론. 그런데 이번에 Q8 e-트론으로 거듭났다. e-트론이 아우디의 전기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까닭이다. 현재 e-트론 라인업은 GT와 Q4, Q6, Q8의 네 차종이 중심축이다.
e-트론 GT를 제외하면, Q로 시작하는 아우디는 내연기관 및 PHEV 심장 품은 차종처럼 전부 SUV. 따라서 Q8 e-트론은 아우디 전기 SUV의 꼭짓점인 셈이다. 1억860만~1억3,560만 원의 가격도 기함의 정당성을 부여한다. 하지만 기술 진화의 관점에서는 막내에 가깝다. 전기차의 세대 구분엔 초점 흐릴 여지가 없다. 스펙으로 명백히 드러나서다.
그럼에도 현실은 냉정하다. Q8 e-트론은 더 자리를 지켜야 한다. 따라서 금형 수정은 피하되 핵심 부품을 업데이트했다. 가령 Q8 55 e-트론의 배터리 용량을 114㎾h로 키웠다. 올 초 나온 개발명 ‘J2’의 포르쉐 타이칸(93.4㎾h)보다도 넉넉하다. 부피는 이전과 같되 밀도를 높였다. DC 급속충전 속도 역시 Q8 55 e-트론 기준 최대 170㎾h까지 높였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기존 플랫폼의 한계를 엿볼 단서이기도 하다. 큰 배터리와 40m의 냉각 파이프, 22L의 냉각수와 엮은 히트 펌프를 얹고도,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368㎞(복합)에 머물기 때문이다. 반면 800V의 PPE 플랫폼 얹은 아우디 Q6 e-트론이나 포르쉐 마칸 일렉트릭 같은 2세대 전기차들은 1회 충전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가 한층 우월하다.
아우디 Q8 e-트론의 플랫폼은 ‘MLB 에보(Evo)’. 아우디 Q7과 폭스바겐 투아렉, 포르쉐 카이엔, 벤틀리 벤테이가, 람보르기니 우루스 등과 나눠 쓴다. 다들 쟁쟁한 차종이다. 그러나 엔진 기반이다. 전기차 전용이 아니다. 과도기적 존재다.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사가 전동화로 전환하면서 필연적으로 거치는 과정이다. 브랜드 첫 전기차의 숙명이기도 하다.
눈으로 품질이 보이는 디자인
아우디 디자인은 콜라병과 같다. 몇 년 전 독일 포츠담에서 인터뷰한, 아우디 디자인 총괄 마크 리히테(Marc Lichte)의 비유다. “세계적으로 병 모양은 같은데, 맛은 조금씩 다르거든요. 아우디도 각 시장에 맞는 차를 디자인해요. 예컨대 아시아 지역은 싱글 프레임이 유럽과 달라요. 좀 더 입체적이고, 크롬을 약간 더하는 등 세부적 디테일에 차이를 뒀죠.”
개인적으로 아우디 디자인을 좋아한다. ‘눈으로 보이는 품질’의 상징과도 같아서다. ‘형태를 기능을 따른다’는 격언에 충실하다. 멋이나 변화를 위한 파격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단정하고 정교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스스로 정한 틀에 얽매여 있다는 생각도 든다. 싱글 프레임 그릴 중심으로, 느린 호흡의 점진적 변주를 꾀하는 진화공식에 익숙해진 탓이다.
Q8 e-트론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외모를 손질했지만 여전히 전형적인 아우디다. 특히 급진적 디자인 진화로 호불호 나뉘는 BMW와 대조적이다. 물론 같은 이유로 아우디를 선호하는 고객도 많다. 이번 Q8 e-트론으로 거듭나면서 공기역학을 세심히 다듬었다. 전자 그릴 셔터와 에어 커튼, 언더 커버로 꼼꼼히 개선했다. 엠블럼도 2차원 평면으로 바꿨다.
전반적으로 e-트론보다 그릴과 범퍼 주위가 둥글고 큼직해졌다. 그 결과 제도판 눈금처럼 촘촘하고 조밀했던 느낌이 줄었다. 첫 인상이 편안해졌다. 차체는 e-트론처럼 기본형과 쿠페형의 스포트백 두 가지. Q8 55 e-트론 기준 공차중량(2,670㎏)은 같다. 그런데 스포트백의 전비와 주행거리가 살짝 뒤진다. 날렵한 꽁무니가 효율엔 되레 불리하지 않았나싶다.
차체 길이는 e-트론보다 14㎜ 더 길다. 휠베이스는 2,928㎜로 같다. 1~2열 공간은 넉넉하다. 짐 공간은 뒤쪽 528~569L, 보닛 아래 프렁크가 62L. 실내는 e-트론과 판박이다. Q6 e-트론과 달리 디스플레이를 분산했다. 버츄얼 사이드 미러는 기본 장비다. 화각과 OLED 화질은 흠잡을 데 없다. 그러나 매번 시선을 사선으로 옮기는 수고가 뒤따른다.
뛰어난 정숙성과 승차감 돋보여
이날 아우디코리아는 서울 삼성동에서 경기도 여주까지 편도 70㎞ 안팎의 포장도로와 40~50분 소요되는 오프로드를 준비했다. 올림픽대로를 타고 양평을 통해 여주로 향하는 도로는 고속주행 위주였다. 이날 내가 배정받은 시승차는 아우디 Q8 스포트백 55 e-트론 콰트로 프리미엄. 이번 행사에 동원한 모델 중 최상위 트림이다. 가격은 1억3,560만 원.
114㎾h(실제 사용량은 106㎾h) 리튬이온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의 각형 배터리 셀 12개씩 36개 묶음으로 완성했다. 참고로, Q8 50 e-트론의 95㎾h 배터리 셀은 삼성 SDI가 납품한다. 두 가지 배터리 모두 니켈·망간·코발트(NMC) 양극재를 품은 삼원계다. 50과 55 모두 앞뒤 차축에 전기 모터를 물려 사륜구동을 구현했다. 전기 콰트로인 셈이다.
Q8 스포트백 55 e-트론 콰트로의 최고출력은 408마력, 최대토크는 67.7㎏·m. 아우디는 디자인과 운전감각의 싱크로율이 무척 높다. 본질에 충실하고 정갈하다. Q8 스포트백 55 e-트론의 첫 느낌을 좌우한 으뜸 요소는 정숙성. 세심하게 보완한 도어 씰과 스트립, 흡수성 단열재, 소음 감소 캡슐로 감싼 전기 모터 등이 어울려 낸 시너지다.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는 승차감이다. 전기차란 사실을 까맣게 잊기 충분하다. 조작감과 움직임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매끈하다. 고전압 배터리 하우징으로 차체 강성을 높이고, 기본 사양인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으로 하체의 긴장을 푼 덕분이다. 스티어링 기어비는 기존 15.8에서 14.6:1로 바꿨다. 또한, 스티어링 댐퍼와 ESC 조정으로 한층 정교한 조작이 가능해졌다.
강력하고 직결감 높은 토크는 육중한 무게를 수시로 지워낸다. 가속은 조용하면서 즉각적이고 맹렬하다. Q8 스포트백 55 e-트론의 0→시속 100㎞ 가속 시간은 5.6초, 최고속도는 시속 200㎞, 전비는 2.9㎞/㎾h(복합)다. 반면, 같은 출력의 메르세데스-EQ EQE SUV 500 4매틱은 각각 4.9초, 시속 210㎞, 3.8㎾h. 대신 가격이 2,000만 원 안팎 더 비싸다.
깜짝 보너스 같은 험로 주파능력
여주 반환점은 아주 흥미로운 시설이었다. 각종 이벤트 대여를 목적으로 꾸민 듯했다. 주제는 단연 험로 주행. 교육과 식사를 위한 건물 세 동 너머 숲 속으로, 다양한 난이도의 험로가 미로처럼 뻗어나간다. 갓 출고한 Q8 e-트론들이 자욱한 먼지 속으로 줄지어 사라졌다. 드디어 내 차례. 별다른 준비는 필요 없다. 주행 모드를 ‘오프로드’로 바꾼 게 전부다.
그러면 전 모델 기본 장비로 갖춘 에어 서스펜션이 차체를 35㎜ 더 들어올린다. 노면이 많이 험할 경우 추가로 15㎜ 더 높일 수도 있다. 그러면 최저지상고 226㎜, 접근각 14°, 램프각 14°, 이탈각 20°로, 궂은 지형 누빌 전투태세를 마친다. 에어 서스펜션은 고속도로에서 차체를 최대 26㎜까지 낮추는 등 최대 76㎜의 범위 내에서 차체를 오르내릴 수 있다.
Q8 e-트론과 험로의 궁합은 반전이었다. 그야말로 새로운 발견이었다. 사실 가속 페달 컨트롤은 서킷보다 험로에서 더 빈번하고 중요하다. 서행 위주고 노면에 따라 공략법이 다른 까닭이다. 여기서 전기 파워트레인의 장점이 빛났다. 초반 토크가 좋고 정교하게 제어하기 좋았다. 무게중심도 낮다. 입력과 출력의 간격이 단순해 왜곡이나 지연 또한 적었다.
차창 밖은 자욱한 먼지와 걸어서 오르기조차 힘든 경사의 연속이었다. 반면, 실내는 딴 세상처럼 깔끔하고 쾌적했다. 뱅앤올룹슨 프리미엄 3D 사운드 시스템에 귀를 맡기고, 서라운드 뷰 디스플레이와 버츄얼 사이드 미러로 주변 살피며 꿀렁꿀렁 숲길 누비는 재미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걸쳤다. 게다가 사정없이 요동치는 와중에도 승차감은 ‘꿀맛’이었다.
룸미러 속 뒤따르는 Q8 e-트론의 그릴 위로 띠 조명이 은은히 빛난다. 절제의 달인, 아우디가 큰 맘 먹고 부린 기교다. 아우디는 독일의 다른 두 프리미엄 브랜드와 달리 개성보다 교과서적 원칙에 충실하다. 전동화 시대에도 이 고집엔 변함이 없다. Q8 e-트론이 좋은 예다. 한편, 이날 트립 미터로 가늠해보니 여름엔 1회 충전 500㎞도 어렵지 않아 보였다.
<제원표>
차종 | 아우디 Q8 스포트백 55 e-트론 콰트로 프리미엄 |
최고출력 | 408마력 |
최대토크 | 67.7㎏·m |
배터리 용량 | 114㎾h |
충전용량 | 급속: 170㎾완속: 22㎾ |
굴림방식 | 네바퀴 굴림 |
보디 | |
형식 | 5도어 SUV |
구조 | 모노코크 |
길이×너비×높이 | 4,915×1,935×1,630㎜ |
휠베이스 | 2,928㎜ |
트레드 앞|뒤 | 1,680|1,682㎜ |
최저지상고 | 191㎜ |
공차중량 | 2,670㎏ |
앞뒤 무게비율 | – |
회전직경 | – |
공기저항계수(Cd) | 0.27 |
섀시 | |
스티어링 | 랙앤피니언 |
스티어링 록투록 | – |
서스펜션 앞|뒤 | 모두 멀티링크(에어스프링) |
브레이크 앞|뒤 | 모두 V디스크 |
타이어 앞|뒤 | 모두 265/45 R 21 |
휠 앞|뒤 | – |
공간 | |
트렁크 | 528/1,567L(프렁크 62L) |
성능 | |
0→100㎞/h 가속 | 5.6초 |
최고속도 | 시속 200㎞ |
전비(복합) | 2.9㎞/㎾h |
1회 충전 주행거리(복합) | 351㎞ |
원산지 | 벨기에 |
가격 | 1억3,560만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