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전기 SUV의 미래, 폴스타 3

폴스타 3는 최고 517마력 및 92.8㎏·m의 강력한 성능 갖춘 5인승 전기 퍼포먼스 SUV로, 브랜드의 기함 역할도 겸한다. 정교하면서도 담백한 안팎 디자인, 지속가능한 소재, 첨단 디지털 기술이 조화를 이뤘다. 111㎾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얹고, 유럽 기준 610㎞의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운전감각은 의외로 편안하고 풍성한 아날로그 감각이 살아있다.

마드리드(스페인)=김기범 편집장(ceo@roadtest.kr)

사진 폴스타, 김기범

자동차 산업의 애플을 꿈꾸다

스웨덴 예테보리 외곽 토슬란다의 볼보 단지. 볼보자동차와 볼보트럭, 폴스타의 주요 시설이 모인 본부다. 단지 초입 오른쪽에 깍둑썰기로 자른 빙산처럼 반듯하고 새하얀 건물이 눈길을 끈다. 바로 폴스타 본사다. 폴스타는 극적인 변신의 귀재다. 한때 서킷에서 타이어 태우며 분초 다투던 브랜드가 지금은 누구보다 지속가능성과 친환경을 강조하고 있다.

폴스타는 스스로에 대한 정의 또한 명확하다. ‘디자인 리딩 브랜드’다. CEO도 볼보 디자인을 총괄했던 토마스 잉엔라트(Thomas Ingenlath). “자동차 산업의 애플이 될 거예요.” 한때 많은 자동차 제조사가 이렇게 외쳤다. 정작 애플이 자동차 프로젝트 ‘타이탄’을 포기한 지금, 폴스타는 누구보다 애플스러운 디자인과 디테일, 사용자 편의성을 추구하고 있다.

홈페이지가 좋은 예다. 서체와 컬러의 조합, 스크롤로 섹션 활성화시키는 방식마저 애플을 쏙 빼닮았다. 심지어 얼마 전 폴스타 폰까지 선보였다. 차종 디자인도 갓 ‘언박싱’한 애플 ‘신상’처럼 간결하고 정교하다. 다만, 창의와 혁신의 관점에서 폴스타 디자인은 ‘빠른 추격자’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최근 애플이 그렇듯 왠지 실수를 두려워하는 모범생 같아서다.

물론 내가 속칭 ‘애플빠’인데다 폴스타와 애플의 감성적 싱크로율이 높다 보니 오히려 더 엄격한 시선과 잣대로 재단하려는 경향도 없지 않다. 이처럼 약간은 비판적인 마음가짐으로, 폴스타 3를 세계 최초로 시승하는 현장을 찾았다. 지난 5월 7일,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였다. 간혹 비를 뿌렸지만 날씨는 대체로 화창했고, 기온은 10~20℃를 오갔다.

터프했던 과거는 잊어주세요

Hard-fought and important WTCC weekend in Argentina

폴스타는 스웨덴의 프리미엄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다. 그 뿌리는 ‘스웨덴 투어링 카 챔피언십(STCC)’에 출전하기 위해 얀 닐슨이 1996년 설립한 ‘플래시 엔지니어링’. 2005년 크리스티안 달이 인수해 이름을 ‘폴스타 레이싱’으로 바꿨다. 볼보자동차는 얀 닐슨 시절부터 재정적 지원과 경주차를 제공했다. 2015년 결국 볼보자동차는 폴스타를 자회사로 품었다.

처음엔 기존 폴스타 퍼포먼스가 했던 튜닝이 주력이었다. 다만 제도권으로 편입시킨 만큼 볼보자동차의 고성능 부서로 거듭났다. 그러나 폴스타 홈페이지에 이런 역사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신생 스타트업처럼 커뮤니케이션 중이다. 2017년 10월, 볼보자동차와 지리 홀딩스는 폴스타를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로 독립시켰다. 새로운 역사의 시작점이다.

그런데 스웨덴에선 이처럼 극적인 변화가 낯설지 않다. 가령 1967년 9월 3일, 단 하루 만에 전국의 차량 통행방향을 좌에서 우로 바꿨다. 또한, 볼보는 1991년 850을 시작으로, 전 차종의 구동축을 뒤에서 앞으로 옮겼다. 폴스타도 돌연 과거를 등진 채 처음 가는 길로 나섰다. 젊은 회사여서 가능했다. 이번에 만난 개발담당들이 좋은 예다. 많아야 40대였다.

폴스타 3는 5인승 E-세그먼트 전기 SUV다. 폴스타 라인업의 정점에 자리한 플래그십이기도 하다. 폴스타는 2026년까지 5종의 퍼포먼스 전기차 라인업을 구성할 예정이다. 2019년 출시한 폴스타 2를 시작으로, 2022년 말 폴스타 3를 글로벌 공개했다. 지난해엔 폴스타 4를 선보였다. 곧 4도어 GT 폴스타 5와 전기 로드스터 폴스타 6도 데뷔할 예정이다.

디테일 끔찍하게 챙기는 브랜드

“저희 팀엔 강박증 환자들이 정말 많아요.” 폴스타의 ‘사용자 경험(UX)’ 선임 연구원, 안토니오 코발레다의 너스레에 기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4가지 크기별 숫자와 알파벳을 띄웠다. 폴스타 전용 서체였다. 계기판과 화면 속 메뉴는 물론 시트 뒷면의 소재 소개문구, 앞 도어의 모델명과 출력 등 폴스타 차종 안팎을 수놓은 모든 서체를 통일했다.

그는 디스플레이 구성의 비밀도 소개했다. 철저한 계산에 따라 간격과 비율을 맞췄다. 디테일에 대한 집착은 제품에 국한하지 않는다. 홍보와 마케팅, 이번 시승회 같은 이벤트도 한 치의 오차 없는 완벽을 꿈꾼다. 강박과 집착의 결실이다. 삐뚜름한 배치나 벌어진 틈을 성가셔하는 난 폴스타에 대해 알아갈수록 본능적으로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대낮처럼 해가 쨍쨍한 스페인의 오후 7시, 마드리드 시내의 고급 호텔 앞마당에서 폴스타 3를 실물로 처음 만났다. 면 처리는 기교 없이 담백하다. 각 패널 맞물린 부위가 손금처럼 선명히 도드라진다. 아주 가까이서 봐도 허술한 구석을 찾기 어렵다. 선예도 한껏 높인 사진을 보는 듯하다. 또한, 수치보다 아담해 보인다. 1,627㎜의 낮은 차체 높이 때문이다.

휠베이스(2,985㎜)와 너비(2,120㎜), 최저지상고(211㎜)의 조화는 드라마틱하다. 납작하고 넓적한 몸매와 껑충한 뱃바닥이 어울려 날렵한 비율을 완성한다. 듀얼 블레이드 헤드라이트와 흡기구는 모로 눕힌 Y자 모양으로, 수면과 맞닿은 풍경처럼 대칭을 이룬다. 각종 센서를 숨긴 스마트 존과 보닛을 얇게 저민 프런트 에어로 윙은 정밀한 품질을 암시한다.

미니멀리즘과 만난 최신 OS

‘미니멀리즘(minimalism, 最小主義)’은 예술적 기교와 각색을 최소화하고 사물의 본질만을 표현할 때 현실과 괴리를 줄일 수 있다는 믿음이다. 폴스타의 디자인 철학이기도 하다. 윤곽의 틀조차 감춘 차체 안팎의 거울은 시작에 불과하다. 심지어 시동 버튼조차 없다. 운전대와 9인치 디지털 계기판, 14.5인치 세로 디스플레이를 빼면 여백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구성이 간결하고 소재가 담백할 뿐 내용은 풍성하다. 구글과 공동 개발한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운영체제)’가 좋은 예다. 다양한 기능을 직관적으로 다룰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퀄컴 테크놀로지’의 ‘스냅드래곤 콕핏 플랫폼’으로 구동한다. 개방성과 확장성 뛰어난 클라우드 기반 자동차 플랫폼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의 핵심 요소다.

원활한 연결성과 폴스타만의 주행감성을 완성할 마침표다. ‘무선 업데이트(OTA)’로 꾸준히 진화도 한다. ‘엔비디아 드라이브’ 코어 컴퓨터로 수많은 데이터도 처리한다. 폴스타 최초다. 조만간 라이다를 포함한 파일럿 팩도 선보일 예정이다. ①전동화, ②통합 전자제어 플랫폼, ③‘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 등 미래 자동차 기술의 핵심을 두루 갖췄다.

기함으로서 폴스타 3의 위상은 오디오로도 엿볼 수 있다. 시승차는 25개의 스피커를 심은 출력 1,610W(와트)의 바워스 & 윌킨스(Bowers & Wilkins) 오디오 시스템을 품었다. 3D 서라운드 음향 기술인 돌비 애트모스도 짝 지었다. 샘플 음원을 재생하자 섬세하고 입체적인 선율이 고막을 두드린다. 폴스타 3의 사용자 경험에 방점 찍을 요소 중 하나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운전감각

브레이크 페달 밟고 변속레버를 D로 옮기면 폴스타 3이 조용히 깨어난다. 시각은 나머지 다른 감각을 압도한다. 잘 정돈한 실내와 선명한 디스플레이 덕분에 나 역시 빳빳이 다린 드레스 셔츠 입은 듯 기분 좋은 긴장을 느낀다. 차창 안팎 풍경은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최신 초대형 디스플레이로 고풍스러운 마드리드 여행 콘텐츠 감상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노면이 고르지 않은 마드리드 시내 간선도로를 달리며 단전 아래 감각에 집중했다. 폴스타 3는 2.6톤의 무게를 감추는 동시에 요철에서 오는 충격을 부지런히 삼켰다. 기본 장비로 갖춘 0.002초마다 감쇠력 조절하는 ZF 능동형 댐퍼와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이 어울려 내는 시너지다. 전기차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자연스럽고 편안한 승차감을 뽐냈다.

시승차는 폴스타 3의 최상위 트림인 롱레인지 듀얼 모터 퍼포먼스 팩. 뒤 차축의 전기 모터엔 듀얼 클러치를 달아 좌우 구동력 배분하는 전자식 토크 벡터링을 구현했다. 두 개의 전기 모터가 내는 합산 최고출력은 517마력(380㎾), 최대토크는 92.8㎏·m. 참고로 폴스타 3 롱레인지 듀얼 모터는 489마력, 85.6㎏·m다. 고속주행을 위한 변속기는 따로 없다.

폴스타 3 롱레인지 듀얼모터 퍼포먼스 팩의 0→시속 100㎞ 가속 시간은 4.7초. 언제든 소음·진동 없이 즉각 토크를 쏟아낸다. 하체는 급가속 때 쏠린 하중을 든든히 떠받친다. 회생 제동을 섞어 쓰지만 브렘보 브레이크의 장점도 오롯이 도드라진다. 전기식 스티어링은 피드백이 풍성하고 직진안정성도 뛰어나다. 덕분에 517마력이 부담보단 여유로 다가온다.

디지털과 어울린 아날로그 감성

폴스타 3는 볼보자동차의 ‘SPA2(Scalable Product Architecture 2)’를 밑바탕 삼는다. 2014년 XC90과 함께 등장한 SPA 플랫폼의 전기차 버전으로 지난해 나왔다. 반면 곧 출시할 폴스타 4는 지리자동차의 ‘SEA(Sustainable Experience Architecture)’를 쓴다. 폴스타 3와 4는 기본형과 쿠페형 차이가 아닌, 기원과 유전자가 다른 전기차인 셈이다.

폴스타 3의 SPA2는 400V 아키텍처다. 800V급보단 성능과 확장성이 떨어진다. 개량형 플랫폼의 한계다. 하지만 소비자가 실제 사용할 때 경험할 수치와 기능들은 흠잡을 데 없다. 111㎾h의 넉넉한 리튬이온 배터리와 히트펌프를 얹고, 유럽 WLTP(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 기준 610㎞의 주행거리와 양방향 충전 및 최대 250㎾의 급속충전을 지원한다.

게다가 충분한 검증과 보완 거친 뼈대의 장점이 살아 있다. 여기에 반전의 묘미(妙味)가 있다. 가령 상품 기획과 구성 모두 메마른 디지털에 초점 맞췄지만, 실제 운전해 보면 촉촉한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난다. 외모는 차갑지만 운전감각은 따뜻하다. 센싱과 제어는 빠르고 정밀하되 움직임의 궤적은 4B 연필로 그린 스케치, 조종감각은 온화한 파스텔 톤이다.

폴스타를 상징할 숫자는 ‘0’이다. 지속가능한 소재와 ‘수명 주기 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s)’로 탄소배출 제로를 향해 수렴하며,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통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를 백짓장부터 정의해 나가고 있다. 폴스타 3는 이 같은 여정을 집약한 상징적 존재다. 외모와 성능, 과정과 결과 모두 의미가 남다르다. 그래서 더욱 독보적이다.

[표] 폴스타 3 롱레인지 듀얼모터 퍼포먼스 팩의 주요 제원

차종폴스타 3 롱레인지 듀얼 모터 퍼포먼스 팩
최고출력517마력
최대토크92.8㎏·m
배터리 용량111㎾h
충전시간급속(250㎾): 30분(10→80%)완속(11㎾): 11시간(0→100%)
굴림방식네바퀴 굴림
보디
형식5도어 SUV
구조모노코크
길이×너비×높이4,900×1,968×1,627㎜
휠베이스2,985㎜
트레드 앞|뒤1,673|1,655㎜
최저지상고211㎜
공차중량2,584~2,670㎏
앞뒤 무게비율50:50
회전직경11.8m
공기저항계수(Cd)0.296
섀시
스티어링랙앤피니언
스티어링 록투록
서스펜션 앞|뒤앞 더블 위시본뒤 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모두 V디스크
타이어 앞|뒤앞 265/40 R 22뒤 295/35 R 22
휠 앞|뒤
공간
트렁크484/1,411L, 프렁크 32L
성능
0→100㎞/h 가속4.7초
최고속도시속 210㎞
공인연비(복합)
1회 충전 주행거리560㎞(WLTP 기준)
원산지중국, 미국
가격9만6,500유로(약 1억4,370만 원)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