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의 최고급 SUV가 한국에 온다. 3월 17일 공식 출시를 앞둔 LX 700h가 주인공이다. LX 700h는 2021년 출시한 4세대를 기반으로, 지난해 업데이트 거치며 추가한 LX 최초의 하이브리드 모델. V6 3.4L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과 원반형 전기 모터 품은 10단 자동변속기를 얹고 네 바퀴를 굴린다. 국내 판매 중인 렉서스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비싸다.
글 김기범 편집장(ceo@roadtest.kr)
사진 렉서스
렉서스의 4세대 째 기함 SUV
렉서스의 ‘끝판왕’이 온다. 주인공은 렉서스코리아가 3월 17일 출시할 LX 700h다. 지난 2월 17일부터 사전계약을 받고 있다. 4인승 VIP와 5인승 오버트레일, 7인승 럭셔리의 세 가지 트림으로 나온다. 가격은 각각 1억9,457만 원, 1억6,587만 원, 1억6,797만 원. LX 700h VIP는 LM 500h 로얄과 더불어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렉서스 가운데 최고가다.
LX는 ‘럭셔리 크로스오버(Luxury Crossover)’의 이니셜이다. 1995년 렉서스 최초의 SUV로 등장했다. 1세대 LX는 개발명 ‘J80’인 토요타 랜드크루저의 일란성 쌍둥이였다. 하지만 2세대부터 독자적인 모습으로 진화를 거듭해 왔다. LX는 2001년 렉서스코리아 출범 이후 처음 한국 땅을 밟는다. 현재 모델은 개발명 J310의 4세대로, 2021년 데뷔했다.
1세대 이후 LX는 사다리꼴 뼈대 위에 차체 얹는 ‘보디 온 프레임’ 방식을 고수해 왔다. 카라반이나 트레일러 등 레저 관련 피견인차 끄는 견인력 중시하는 풀 사이즈 SUV 특유의 사용 환경 때문이다. 이번 LX의 밑바탕은 GA-F 플랫폼이다. 토요타 랜드크루저, 렉서스 GX 같은 SUV는 물론 토요타 타코마, 툰드라 등 픽업도 두루 쓰는 골격이다.
LX 700h 차체의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5,095×1,990×1,895㎜, 휠베이스는 2,850㎜다. 라이벌로 손꼽는 메르세데스-벤츠 GLS나 BMW X7보다 키는 크되 길이와 너비, 휠베이스는 살짝 작다. 겉모습은 렉서스의 최신 디자인 언어로 단장했다. 그릴 범위를 앞 범퍼 끝단까지 확장한 스핀들 보디와 날렵한 헤드램프 덕분에 덩치가 한층 더 우람해 보인다.
렉서스 중 두 번째로 강력한 모델
국내에 들어올 LX는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출시한 2025년형. LX 700h는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처음 데뷔한 최신형으로, 렉서스 풀 사이즈 SUV 역사상 최초의 하이브리드다. LX 700h의 엔진은 코드명 ‘V35A-FTS’의 V6 3.4L(3,445㏄) 가솔린 트윈 터보. 2017년 처음 공개한 이 엔진의 역할은 분명했다. V8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의 대안이었다.
V35A 엔진은 렉서스 LS500과 함께 데뷔했다. 이후 LX600과 GX550, 토요타 툰트라 등으로 적용 차종을 늘렸다. 연료는 일명 ‘D-4ST’의 복합 분사 시스템으로 공급한다. 냉간시동, 급가속, 정속주행 등 상황에 따라 실린더 당 6개의 노즐로 직접 분사하거나 10개 노즐로 흡기 포트에 간접 분사한다. 최대 연료분사압력은 저압이 2.4, 고압이 200바(bar).
엔진은 알루미늄 합금으로 빚어 무게를 182㎏에 묶었다. 터보차저는 병렬식으로, 좌우 실린더 3개씩 맡는다. 또한, 전자제어식 웨이스트게이트 밸브를 갖췄다. 인터쿨러와 터보차저는 추가 라디에이터와 전기 펌프의 별도 냉각 장치를 쓴다. 배기 시스템은 촉매 변환기와 가솔린 미립자 필터를 두 개씩 갖췄다. 엔진오일 용량은 7.1L, 교환주기는 1만5,000㎞다.
먼저 판매 중인 해외 시장의 제원을 참고하면, LX 700h의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일본 기준으로 엔진이 408마력(PS), 66.3㎏·m, 전기 모터가 54마력(PS), 29.5㎏·m다. 엔진과 전기 모터를 합친 시스템 최고출력은 미국 기준으로 457마력(hp)이다. V8 5.0L 477마력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 품은 LC500에 이어 렉서스에서 두 번째로 강력한 셈이다.
전기 모터 품은 10단 자동 변속기
변속기는 기어비 4.923~0.613의 자동 10단 ‘다이렉트 시프트(Direct Shift)’를 짝 지었다. 교차 기어비 설정과 빠른 변속으로, 엔진 사운드와 조화를 이루는 선명한 주행 리듬을 완성한다. 변속기 밑엔 오일 팬 가드를 달아 험로주행 시 손상 위험을 줄였다. 또한, 원반형 전기 모터 겸 발전기와 클러치를 품었다. 병렬 하이브리드 방식인 LX700h의 두 번째 심장인 셈이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풀타임 방식이다. 특정한 환경 또는 상황에서 앞뒤 구동력을 50:50으로 고정할 수 있는 토센(Torsen®) LSL 잠금 센터 디퍼렌셜이 모든 트림에 기본이다. 또한, 회전 중 가속할 때 디퍼렌셜은 좌우 뒷바퀴의 하중에 따라 구동력을 최적으로 나눈다. 직선으로 달릴 때는 도로 상태 변화에 잘 대응해 전반적 주행 안정성에 도움을 준다.
한편, 렉서스 LX 700h의 트림 가운데 ‘오버트레일(Overtrail)’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업데이트 전엔 LX에 없던 트림이다. 2023년 렉서스가 도쿄 아웃도어 쇼를 통해 처음 선보인 프로젝트의 결실이다. 전 세계 고객이 세련된 모험을 통해 자연을 탐험하도록 영감을 주는 이니셔티브다. 쉽게 말해 야외 탐험에 적합한 추가 기능과 장비를 갖춘 LX인 셈이다.
실제로 LX 700h 오버트레일의 사양을 보면, 앞뒤 디퍼렌셜 록(차동 잠금장치), 2,400W AC 인버터, 오프로드 올웨더 플로어 라이너, 33인치 올 터레인 타이어, 18인치 휠, 전면 스키드 플레이트, 무광 회색 그릴, 검은색 도어 핸들, 짙은 회색 루프 레일, 짙은 크롬 마감 윈도우 트림 및 범퍼 트림, 검은색 오버펜더 등을 기본 또는 옵션으로 마련했다.
플래그십에 어울리는 기술과 장비
LX 700h는 렉서스 SUV의 기함답게 다양한 기술과 장비를 갖췄다. 능동적 높이 제어(AHC) 및 적응형 가변 서스펜션(AVS)이 좋은 예다. 다양한 노면에서 승차감과 그립, 견인력, 제어능력을 두루 챙긴 비결이다. ‘다중 지형 선택(MTS)’은 로우 기어에서 자동과 모레, 진흙, 바위의 4가지, 하이 기어에서는 스노(눈)를 더한 5가지 주행모드를 제공한다.
‘다중 지형 모니터(MTM)’는 험로를 달릴 때 차 하부와 주변 가시성을 높여준다. 스티어링과 브레이크에 전동화 기술도 더했다. 가령 ‘전기 파워 스티어링(EPS)’은 기존 유압장치 대신 전기 모터와 감속 기어를 사용한다. ‘전자 제어 브레이크(ECB)’는 센서로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 밟는 깊이를 감지해 유압으로 제동력을 생성한다.
또한, LX 700h는 험로에서 ‘크롤 컨트롤’을 이용해 5가지 저속 설정 가운데 하나로 전진 또는 후진할 수 있다. 크롤 컨트롤은 엔진 출력과 유압 브레이크 압력의 결합 및 분리를 직관적으로 조정해 바퀴의 슬립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섀시의 동작은 최적화하는 기술이다. 아울러 ‘턴 어시스트’도 갖췄는데, 안쪽 뒷바퀴에 제동을 가해 차량의 회전반경을 줄여준다.
그밖에 LX 700h는 25개 스피커의 마크 레빈슨 오디오, 4개 카메라와 12개 초음파 센서 곁들인 원격 주차제어,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3.0 등을 갖췄다. 3월 17일 출시 때 국내 제원과 사양, 3월 18~21일 미디어 시승회 이후 리뷰를 접할 수 있을 전망이다. LX 700h는 일본 요시와라 공장에서 만든다. 따라서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전쟁에서 자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