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Classic). 6세대 부분변경 모델로 돌아온 포드 익스플로러를 시승하며 떠오른 단어다. 디자인은 우직하고 실내는 드넓다. 엔진은 풍성한 출력으로 2.1톤 대의 차체를 가볍게 떠민다. 선명한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편의장비도 충분하다. 그런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올드 스쿨이다. 최신 유행 좇는 소비자보다, 딱 필요한 기능만 갖춘 SUV를 원하는 이에게 어울린다.
글 서동현 기자(dhseo1208@gmail.com)
사진 포드코리아, 서동현
포드 익스플로러는 한때 국내에서 세그먼트 1인자였다. 가령 5세대 익스플로러는 2017년 수입차 판매량 TOP 10 리스트에 유일한 SUV로 이름을 올렸다. 우람한 몸집과 3열 시트, 든든한 사륜구동 시스템은 자녀를 둔 아빠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비교적 최근인 2020년에도 연간 판매량 5,998대를 기록, 단일 트림 기준 수입차 판매량 5위를 기록했었다.
최근에는 대폭 늘어난 대형 SUV 선택지와 수입차 상품성의 상향평준화 등으로 예전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희소식은 그나마 익스플로러가 수입차 중 세그먼트 내 판매량 선두라는 점. 이제 부분변경을 치러 앞뒤 디자인을 손보고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개선해 ‘요즘 차’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의 상품성을 챙겼다. 무엇보다 최상위 트림 가격을 낮췄으며, 신규 트림 ST-라인을 들여와 소비자들의 시선을 확 끌었다.
① 익스테리어
익스플로러는 늘 ‘덩치’만으로도 압도적인 기운을 뿜었다. 신형도 마찬가지다. 길이와 너비, 높이 각각 5,050×2,005×1,780㎜로, 팰리세이드보다 55, 30, 30㎜씩 크다. 휠베이스는 3,025㎜. 그런데 얼굴을 바꾸면서 위압감이 더 늘었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아래로 확 넓히고 헤드램프도 근육을 붙였다. 새까만 그릴은 국내에 처음 선보인 ST-라인만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익스플로러에서 가장 선호하는 구도는 옆모습이다. 첫 번째 이유는 짤막한 프론트 오버행. 6세대부터 후륜구동 플랫폼으로 바꾸면서 앞 오버행이 확 줄었다. 덕분에 5세대의 다소 둔한 인상을 지울 수 있었다. 두 번째 포인트는 대각선으로 솟아오른 C-필러. 1세대 때부터 지켜온 나름의 전통이다. 21인치 알로이 휠과 레드 캘리퍼는 ST-라인 전용 사양이다.
구형과 테두리가 비슷한 리어램프는 유행을 따라 한 줄로 만났다. 트림에 관계없이 반짝이는 크롬 대신 블랙 컬러 패널을 적용해 스포티한 맛을 살렸다. 이외의 차이는 트렁크 패널 굴곡 변화와 범퍼 아래로 숨어들어간 머플러 정도. 약 2.2톤의 견인력을 자랑이라도 하듯, 견인장치는 겉으로 드러나 있다.
② 인테리어
외관보단 인테리어 개선이 더 반갑다. 남들보다 앞서가는 디자인은 아니지만 사용성을 고려한 자연스러운 기능 배치가 마음에 든다. 계기판과 중앙 디스플레이 크기는 각각 12.3인치와 13.2인치. 그중에서도 계기판 그래픽이 유독 뛰어나다. 중심에 외장 컬러와 맞춘 익스플로러 이미지를 띄우고, 주행 모드를 바꿀 때마다 화려한 효과를 선보인다. 오프로드 화면에선 차체의 네 방향 기울기와 조향 각도까지 띄운다. 엔진 회전수와 주행 속도를 표시하는 숫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크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순정 내비게이션은 물론,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후방카메라 화질도 훌륭한 편. 화면을 전환해도 공조장치 메뉴는 모니터 하단에 계속 나타난다. 그래서 물리버튼 감소로 인한 불편함을 느끼기 힘들다. 이외의 특별한 볼거리는 없다. 시트와 조명 제어, 운전자 보조 시스템 설정 등 기본적인 구성만 갖췄다.
1열에서의 가장 독특한 요소는 스피커일 듯하다. 대시보드 윗부분의 가로로 길쭉한 구조물 전체가 하나의 ‘사운드 바’다. 오디오는 뱅앤올룹슨 제품. 사운드 바를 포함해 ST-라인에는 10개, 플래티넘에는 14개의 스피커가 실내 곳곳에 들어간다. ST-라인의 음질도 충분히 좋은데, 기본 세팅에선 소리가 약간 앞쪽으로 몰린 느낌이 든다.
2열 시트 배치는 트림에 따라 다르다. 상위 모델인 플래티넘은 2+3+2 구조의 7인승이며, ST-라인은 2+2+2 방식의 6인승이다. 시승차는 ST-라인으로, 3열 진입이 쉬운 대신 2열 시트에 짐을 늘어놓기가 어려웠다. 컵홀더 4개와 수동식 에어컨, USB-C 단자, 열선 시트, 창문 커튼, 파노라마 선루프 등 뒷좌석 전용 편의 옵션은 섭섭하지 않게 준비했다.
체격이 큰 만큼 3열도 앉을만하다. C 필러와 D 필러 사이 유리창이 넓고, 컵홀더와 USB-C 단자도 준비되어 있어 제법 쾌적하다. 다만 앞바퀴굴림 기반의 팰리세이드보다는 무릎 공간이 다소 좁다. 여느 3열 SUV들이 그렇듯 풀 플랫 폴딩을 고려한 방석은 기울기가 반듯해, 허벅지를 충분히 잡아주진 못한다.
트림에 따른 1열 시트 옵션 차이도 있다. 상위 버전인 플래티넘에는 통풍 기능을 갖춘 풀 가죽 시트가 들어가며, ST-라인에는 통풍 기능이 없는 가죽+직물 시트가 들어간다. 시승 당일 날씨가 추워 통풍 기능이 없는 아쉬움을 100% 체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등과 허벅지 등 시트와 몸이 가장 밀착하는 부분에 직물을 적용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통기성이 뛰어나다.
3열 시트를 모두 펼친 상태에서의 트렁크 용량은 SAE 기준 515L. 이를 접으면 1,356L로, 2열 시트까지 폴딩하면 최대 2,486L로 늘어난다. 천장까지 측정하는 SAE 수치임을 감안해도, 대형차답게 공간 자체는 상당히 여유롭다. 트렁크 우측 벽에 3열 시트를 조작할 수 있는 버튼도 있어 접었다 펼치는 과정도 번거롭지 않다.
③ 파워트레인
구형 익스플로러는 4기통과 6기통 가솔린, 6기통 PHEV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품고 나왔다. 이번엔 딱 한 가지다. 직렬 4기통 2.3L 가솔린 터보 에코부스트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범용성이 좋아 국내 판매 머스탱과 브롱코에도 들어가고 있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304마력 및 43.0㎏·m. 복합연비는 1L당 8.7㎞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전 트림 기본이다.
④ 주행성능
신형 익스플로러가 처음 공개됐을 때, 기존 V6 엔진의 부재가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다. 미국산 대형 SUV의 이미지와 넉넉한 엔진 출력의 조화가 훌륭했으니까. 예상대로 4기통 에코부스트 엔진은 6기통만의 부드러움을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힘은 여전히 차고 넘친다. 공차중량 2,125㎏의 거구를 조금의 버거움도 없이 고속도로 제한속도 영역에 올려놓는다.
스포츠 모드에선 제법 목소리도 높일 줄 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을수록 고성능 6기통 엔진과 비슷한 기운찬 소리를 뱉는다. 특히 배기 사운드가 뒤통수 방향에서 넘어오도록 만들어, 애매하게 세팅한 여타 가상 배기 시스템보다 분명 퀄리티가 좋았다. 이외에도 에코와 미끄러운 길, 견인/끌기, 오프로드 등 정통 SUV에 걸맞은 여섯 가지 주행 모드를 마련했다.
단, 배기음에 취해 속도를 계속 높였다간 연비로 쓴맛을 볼 수 있다. 서울→양평 약 65㎞ 구간을 무심하게 달렸을 때, 트립 컴퓨터는 평균 연비 7.5㎞/L를 띄웠다. 돌아오는 길에 직접 운전대를 잡고 최고 연비를 뽑아보기로 했다. 1시간을 조금 넘게 달려 얻은 연비는 1L당 10.1㎞. 시속 100㎞ 항속 운전 중 초기화했을 땐 순간적으로 16.0㎞/L를 표시하기도 했다.
정속 주행 연비가 그나마 괜찮았던 이유는 10단 자동변속기 덕분일 듯하다. 공회전 시 엔진 회전수는 약 600rpm. 시속 100㎞로 항속 주행할 땐 겨우 1,500rpm으로 회전수를 낮게 유지한다. 이때 엔진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 하부 소음과 풍절음도 제법 잘 막았는데, 시속 120㎞를 넘어서면 서서히 방음 실력의 한계가 드러난다.
가장 의외였던 부분은 승차감이다. 운전해보기 전까진 ‘미국 차’ 하면 떠올리기 쉬운 나긋나긋한 승차감을 예상했다. 그런데 의외로 탄탄하다. 저속에선 도로 위 굴곡의 정도를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최대 장점은 역시 고속 주행 안정성. 제법 빠른 속도로 달려도 불안한 기색이 전혀 없다. 출퇴근 또는 주말에 장거리 운전이 잦다면 분명한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또한 차체 크기와 대비해 도심에서의 기동성도 좋다. 대표적인 이유는 회전 직경이다. 휠베이스가 3m 이상이지만, 기아 스포티지나 현대 아이오닉 5보다도 유턴할 때 그리는 원의 크기가 작다. 높은 시야와 360도 어라운드 뷰, 후진 제동 보조 등 안전 시스템 덕분에 사각지대 걱정도 줄었다. 유일한 아쉬운 점은 평면거울이 들어간 운전석 사이드미러뿐이다.
⑤ 총평
포드코리아가 강조한 신형 익스플로러의 메리트 중 하나는 가격이다. ST-라인과 플래티넘의 가격은 각각 6,290만 원 및 6,900만 원. 이전에는 2.3 리미티드가 6,865만 원, 3.0 플래티넘이 7,895만 원이었다. 즉 옵션이 많이 들어간 2.3 에코부스트끼리 비교하면 겨우 35만 원 오른 셈이다. 실내외 디자인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업데이트하고, 트레일러 토우 패키지까지 기본 사양인 점을 따져보면 공격적인 가격이다. 참고로 쉐보레 트래버스의 가격은 5,640만~6,615만 원, 혼다 파일럿은 6,940만~7,090만 원, 토요타 하이랜더는 6,660만~7,470만 원이다.
여전히 익스플로러는 튀는 구석이 없다. 오히려 소재나 편의기능 면에선 남들보다 투박하기도 하다. 그런데 듬직하다. 불필요한 겉치장 대신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다. 많은 사람과 짐을 태우고 어디로든지 떠나는 ‘본연의 임무’를 위해서. 지난 34년간 대형 SUV의 표본으로 활약한 익스플로러가 젊은 스타일까지 챙겨 돌아왔으니, 다시 한번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ecification table
차종 | 포드 익스플로러 ST-라인 |
엔진 |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
배기량 | 2,261㏄ |
최고출력 | 304마력/5,500rpm |
최대토크 | 43.0㎏·m/2,500rpm |
압축비 | 10.0:1 |
연료공급장치 | 전자제어식 직분사 |
연료탱크 | 68L |
Fuel | Petrol |
Transmission | |
Format | 10단 자동 |
Rolling Method | Rolling on all fours |
Body | |
Format | 5-door SUV |
Structure | Monocoque |
Length×Width×Height | 5,050×2,005×1,780㎜ |
Wheelbase | 3,025㎜ |
Tread forward|backward | 1,699|1,699㎜ |
Lowest ground elevation | 201㎜ |
Tolerance weight | 2,125㎏ |
Front to back weight ratio | -. |
Rotation diameter | -. |
Coefficient of air resistance (Cd) | -. |
Chassis | |
Steering | Rack and pinion |
Steering lock-to-lock | -. |
Suspension Front|Rear | Macpherson Strut|Multilink |
Brake Front|Rear | 모두 V 디스크 |
Tyre front|rear | 모두 205/55 R 19 |
Wheel Front|Rear | -. |
Spaces | |
Trunk | 536/1,166L |
Performance | |
0→100 km/h acceleration | -. |
Top speed | -. |
Certified fuel economy (combined) | 8.7㎞/L |
Carbon dioxide emissions | 193g/㎞ |
Origin | United States |
Pricing | 6,290만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