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위해, BMW 안성 부품물류센터

내비게이션 안내를 따라 목적지에 도착하자, 낮고 넓게 펼쳐진 거대한 물류창고가 나타났다.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BMW 그룹 코리아의 ‘안성 부품물류센터(Regional Distribution Center, RDC)’다. BMW 해외법인 중 세계 최대의 부품창고인데, 앞으로 면적을 54% 더 늘려 압도적 규모의 물류 허브로 거듭날 계획이다.
 
글 서동현 기자(dhseo1208@gmail.com)
사진 BMW 코리아

축구장 12개 면적의 초대형 부품물류센터로

BMW 그룹 코리아는 1996년, 인천에 첫 번째 물류센터를 지었다. 8,900㎡ 면적에 4,600종의 부품을 보관했고, 15명의 직원이 관리했다. 정확히 10년 뒤에는 경기도 이천에 약 2배 규모(1만6,500㎡)의 새 창고를 지었다. 보유 부품 가짓수는 3만5,000종으로 크게 늘었으며, 운영 인력도 90명으로 확대했다. 물류 전산 시스템 GIS도 도입해 효율적으로 재고를 관리했다.

그리고 2017년, 이번에 방문한 안성 물류센터가 문을 열었다. 약 1,300억 원을 투자해 5만7,000㎡의 땅을 초대형 물류센터로 탈바꿈시켰다. 부품 종류는 6만 종. 부품 가용성은 본사의 목표치 94%보다 높은 95.1%다. 직원 수도 200명으로 늘었다. BMW 그룹 차원에서는 물론, 국내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도 최대 크기라고 한다.

이날 BMW 코리아는 안성 RDC의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약 650억 원을 추가 투자, 2027년까지 기존 창고 바로 옆 3만1,000㎡ 너비 부지에도 물류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최종 넓이는 무려 축구장 약 12개 면적에 달한다. 부품 보관 라인과 보관 수량 역시 62%씩 늘어날 예정. 이에 더해 전기차 고전압 배터리만 보관하는 1만3,000㎡ 면적의 창고 건축 계획도 가지고 있다.

신속성과 정확성, 안전성까지 고려한 설계

물류센터 확장에 대한 설명을 모두 들은 뒤, 관계자의 안내를 따라 창고 내부를 직접 둘러봤다. BMW 안성 부품물류센터는 메인창고와 위험물 창고(2개동), 팔레트 보관소, 웰컴 하우스, 경비동 등 총 6개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인공습지 및 주차장으로 구성된 부대시설과 공원, 카페테리아, 산책로, 웰컴 센터 등의 직원 편의 시설도 함께 갖췄다.
 
메인 창고의 첫 번째 자랑거리는 원활한 배송 시스템이다. 수도권 딜러에 한정된 추가 배송을 포함, 하루에 3번씩 부품 배송을 진행한다. 가령 오전에 발주한 부품은 당일 17시 이내에 각 딜러에 도착하며, 오후 중 주문한 부품은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을 마친다. 국내 수입자동차 브랜드 중 가장 빠른 배송 시스템이다. 국내 주요 고속도로 및 45번 국도에 인접한 지리적 특성 덕분에 가능한 일. 참고로 인천공항에서는 2시간, 평택항에서는 1시간 내 거리다.

원활한 부품 공급은 고객 혜택으로 이어진다. 각 딜러사에 부품이 도착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수리기간 역시 단축할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 부품 공급 시스템인 ‘SRD(Supply & Replenishment for Dealership)’ 프로그램의 빅데이터 및 수요예측 알고리즘을 활용해 전국 BMW 그룹 코리아 공식 서비스센터의 부품 수요량을 계절·시기별로 분석, 부품을 자동으로 공급하는 체계도 갖추고 있다.
 
BMW 순정 부품들은 배로 약 60일, 비행기로 약 10일 만에 독일 딩골핑에서 우리나라로 도착한다. 다만 항공운송은 해상운송보다 11배가량 비싸기 때문에, 재고를 쌓아두기 위한 부품들은 주로 배에 실어 보낸다. 재고가 없어 급하게 필요한 부품 등에 한해 비행기로 보낸다.

두 번째 장점은 철저한 안전 대책. 특히 화재 예방을 위한 준비가 아주 철저하다. 건물 지하에는 900톤에 달하는 소방용수를 저장했다. 약 2시간 동안 공급할 수 있는 양인데, 안전 요구 기준인 1시간보다 2배 많은 물을 저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온도에 민감한 조기작동형(ESFR, Suppression Fast Response) 스프링클러는 항상 1만2,625개의 분사구 직전까지 물을 채워둔다. 화재 감지 시 탱크에서 물을 끌어오는 방식보다 불꽃을 조기에 진압할 수 있다.
 
아울러 인 랙(In-Rack) 스프링클러도 특정 구역에 설치했다. 창고 천장이 아닌 각 보관대에 직접 스프링클러를 장착하는 방식이다. 역시 빠른 화재 진압을 위한 설비다. 천장은 제한 높이인 38m보다 한참 낮은 12.2m. 화재 감지 속도를 단축시키고자 의도적으로 낮췄다고.
 
여기에 화염 속에서도 높은 강성과 안전성을 유지하는 불연성 ‘미네랄 울(Mineral wool)’ 패널로 벽체를 시공해 화재 시 연기나 유독가스 발생을 최소화했다. 최대 내열온도 300℃, 융해점 700℃인 글라스 울보다 훌륭한 성능을 자랑한다(최대 내열온도 750℃, 융해점 1,000℃).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재물보험사 중 하나인 ‘FM’의 방화 규정 중 최상위 단계를 충족하기 위한 설계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적용했고, 물류센터 내 모든 소방제품은 미국 UL 인증마크와 FM 인증품을 사용한다.

세 번째 장점은 근로자의 안전을 고려한 친환경·인체공학적 설계 공법이다. 먼저 바닥은 표면마모저항도 AR1(영국 BS8204 기준)을 충족해 30년 이상의 수명을 보장한다. 1㎡당 견딜 수 있는 최대 하중은 약 5톤. 먼지가 발생하지 않는 ‘더스트프리(Dustfree)’ 소재를 사용해 근무 직원들의 건강도 고려했다.
 
시설 내 모든 LED 조명은 모션 센서를 적용해 사람을 감지, 자동으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 소모량을 최대 약 40%가량 절약했다. 지붕이 높은 창고 특성상 천정과 바닥의 온도 차이가 큰데, 이를 최소화하는 이중난방 시스템을 도입해 겨울에도 항상 최적의 온도를 유지한다. 50여 개의 냉난방 및 통풍시설(HVAC, Heating, Ventilation, and Air Conditioning) 과 17개의 천장 팬 설치로 보관된 부품의 품질을 최상급으로 유지하고, 여름철에도 쾌적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까지 조성했다.

현재 안성 RDC는 하루에 8,500종의 부품을 내보낸다. 연간 배송 거리를 전부 더하면 193만6,750㎞. 지구 약 50바퀴와 맞먹는 거리다. 전국 102개 서비스센터(승용 86개, 모터사이클 16개)가 고객들에게 빠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다. BMW의 안성 BDC 확장 계획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요에 대응하고, 최상의 서비스 품질을 꾸준히 제공하기 위한 장기 전략이다. 국내 1위 수입차 회사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이곳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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