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엄격한 기준으로 배터리 만든다”, 벤츠 배터리 개발 책임자 우베 켈러

지난 21일(현지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운터튀르크하임(Untertürkheim)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e 캠퍼스에서 벤츠의 배터리 개발 책임자를 만났다. 이름은 우베 켈러(Uwe Keller). 지난 2021년부터 벤츠 전동화 모델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총괄하고 있다. 그에게 메르세데스-벤츠의 향후 전동화 계획은 물론,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이슈까지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글 서동현 기자(dhseo1208@gmail.com)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우베 켈러는 1994년 독일 다름슈타트 공과대학교에서 전기전자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2000년 벤츠에 입사, 엔진 및 변속기 제어 시스템과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부서에 몸담았다. 이날 인터뷰 세션에는 우베 켈러와 함께 메르세데스-벤츠의 파워트레인 구매 및 공급사 품질 총괄을 맡고 있는 카르스텐 브레크너 박사(Dr. Carsten Breckner)도 깜짝 방문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e 캠퍼스는 올해 7월 새로 개관한 면적 3만㎡ 이상의 배터리 기술 개발 센터다. 벤츠의 자체적인 기술력으로 만든 고성능 셀 제작이 목표며, 몇 년 내로 배터리 비용을 30% 이상 절감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실리콘 복합재 기반 고에너지 음극과 코발트-프리 양극재, 전고체 배터리 기술 등이 이곳에서 무르익고 있다.

아래는 인터뷰에서 나눈 주요 질의응답 정리다. 질문은 주제별로 묶었으며, 가장 민감한 사안인 인천 청라 EQE 화재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Q&A 세션을 시작했다.

동일한 안전기준으로 만드는 벤츠의 배터리

Q. 한국의 EQE 차주들이 ‘벤츠가 파라시스 배터리의 결함을 알고도 이를 은폐했다’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를 본사에서도 인지하고 있는가? 또한 ‘파라시스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서 열폭주 위험이 큰데, 벤츠가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적절한 설계나 장치를 갖추지 않았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과수 조사에 따르면 EQE 화재 사고 원인이 ‘외부 충격’이라고 알려졌다. 해당 발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우베 켈러 – 먼저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 대해서는 우리도 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해당 사건에 대해 진지하게 신경 쓰고 있기 때문에 모두 알고 있는 사안이다. 다만 조사가 아직도 진행 중인 만큼, 공식적인 보고가 나오기 전까지는 명확하게 말씀드리기가 어렵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우리는 배터리가 견딜 수 있는 외부의 힘을 확인하기 위한 모든 종류의 충돌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 셀 설계의 경우에는 모두 ‘표준 디자인’에 기초한다. 또한 우리만의 엄격한 품질 관리 프로세스를 따라서 각 배터리 공급사들과 협력하고 있다. 그래서 배터리 설계 자체의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고, 열폭주 등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들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있다.

Q. 파라시스와의 계약은 어떻게 체결됐는지? 마이너 업체와의 협업은 상당히 리스크가 컸을 텐데, 협업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A. 카르스텐 브레크너 –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벤츠의 모든 배터리 공급사들은 같은 품질 검사와 공급사 분석을 거쳐 선정된다. 제품 검사는 기본이며, 생산 공장에 직접 방문해 면밀하게 체크하기도 한다. 예외는 없다. 높은 수준의 품질 기준이 몇 년 전에도 분명하게 적용됐다. 이는 파라시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Q. 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신기술이 있는가? 그리고 배터리를 들여오는 외부 제조사와 안전성 및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협력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우베 켈러 – 한국에서의 사고와 무관하게 안전성 개선을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당연히 파트너사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우리의 자체 규정과 외부 규정을 꾸준히 발전시키는 중이다. 결국 모두의 기술 자체가 함께 진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차와 배터리에 대한 책임은 결국 우리가 져야 하므로, 파트너사와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충돌 시험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의 배터리 업체 모두와 협업관계

우-카르스텐 브레크너 박사(Dr. Carsten Breckner), 좌-우베 켈러(Uwe Keller)

Q. 추후 한국에 출시할 전기차에도 파라시스의 제품이 들어가는지, 아니면 다른 제품으로 교체할 생각인지 궁금하다. 또 조만간 판매할 EQS 연식 변경 모델도 트림에 따라 다양한 제조사의 배터리가 적용될 예정인지?

A. 우베 켈러 – 현재 상위급 전기차는 두 가지 배터리 공급사의 제품을 쓰는데, 마켓별로 차별을 두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미국과 유럽, 한국에서 각각 EQS를 구매한다고 가정했을 때 비슷한 확률로 배터리 공급사가 A일 수도 있고 B일 수도 있다. 다만 대부분 시장에 판매하는 모델은 독일과 미국에서 생산하며, 중국 판매용은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차이가 있다.

배터리 제조사는 모듈 개수에 따라 나뉜다. 상대적으로 작은 10개 모듈 배터리는 파라시스도 만드는데, 12개 모듈 배터리 팩은 CATL이 공급한다. 신형 EQS의 경우에는 12개 모듈로 구성한 CATL 제품이 들어간다.

Q. 최근 LG 에너지솔루션이 벤츠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추가적인 국내 배터리 업체화의 협력 강화 가능성은?

A. 카르스텐 브레크너 – LG 에너지솔루션과는 수개월 동안 많은 소통이 있었고, 최근에서야 공식적인 관계를 발표했다. 하지만 우리는 LG 에너지솔루션뿐만 아니라 세 곳의 한국 공급사와 모두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다. 제품 포트폴리오와 폼팩터, 활물질 등 각 회사마다 제공해줄 수 있는 독특한 특징과 가치들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 글로벌한 입지를 가지고 있고, 특히 한국은 미국과 FTA를 체결하고 있다는 장점도 있다.

Q.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진행하고 있다. 벤츠는 GM과 LG의 얼티엄 같은 합작 조인트 벤처 설립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는지? 혹은 다른 완성차 브랜드와 함께 배터리 구매 그룹을 만들 생각은 없는지 궁금하다.

A. 우베 켈러 – 일단 우리의 기본적인 목표는 벤츠만의 DNA를 가지고 있는 자체 셀 개발이다. 이후에 그 셀을 양산하고 산업화하고자 한다. 한 가지 사례로 우리와 스텔란티스, 토탈에너지가 합작 투자를 통해 ‘ACC(Automotive Cells Company, 프랑스에 위치)’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벤츠는 글로벌 회사라 하나의 파트너와만 협력할 수는 없다. 제품 생산 역시 다양한 국가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해당 시장의 규제 등 여러 가지 이슈를 고려해 로컬 파트너들과의 협력이 아주 중요하다.

2020년대 후반, 전고체 배터리 적용한다

Q. 차세대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는 지금 어느 정도 개발이 되어 있는지, 실제 자동차에 적용하고자 하는 목표 시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우베 켈러 – 우리의 예측 시기는 2020년대 후반이다. 이와 관련해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는 한국의 셀 공급업체를 포함해 여러 회사들과 협력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기술이 초창기이기 때문에 2020년대 후반을 보고 있고, 처음 도입할 때도 완전한 전고체 형태가 아닌 반고체 형태로 적용할 것 같다.

Q. 벤츠가 이미 미국의 팩토리얼 에너지로부터 1㎏당 391Wh의 전고체 배터리를 받아 전기차에 적용한 뒤 테스트까지 진행했다고 들었다. 또 지난 6월에도 2차 샘플을 공급받았는데, 사실상 벤츠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가장 접근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의견은?

A. 우베 켈러 – 팩토리얼과 벤츠는 약 3년 전부터 투자를 진행하는 등 실제로 달성해야 할 주요 목표를 단계별로 세웠다. 아주 새로운 기술이다 보니 당장 언제쯤 달성한다고 보장하긴 어렵다. 또 우리가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도 있다. 서로의 특허가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양사의 지식을 융합하고, 빠르게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추가로 팩토리얼의 전고체 배터리 셀은 한국에서 공급해오고 있다. 정확히는 한국에 기반을 둔 팩토리얼의 자회사다.

Q. 한국 정부가 내년부터 배터리 사전인증제를 도입한다. 벤츠도 2026년부터는 해당 인증을 통과해야만 신차를 판매할 수 있다. 해당 규정 도입이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에 대응할 방안은?

A. 우베 켈러 – 새로운 배터리 인증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지지하는 입장이다. 벤츠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결국 모두를 위한 높은 표준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지한다. 우리는 안전 기준과 관련해서는 시장을 구분하지 않는다. 특정 국가의 규정과 관계없이 최고의 안전 기준을 세우고 있다.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자면, 먼저 EQE 화재 사고에 대한 명확한 분석 결과는 아직 들을 수 없었다. 본사 차원에서의 수습 과정이 모두 끝난 뒤에야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흥미로웠던 점은 LG 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한 국내 배터리 업체와의 협업. 현재 벤츠 코리아가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순수 전기차 중 EQA와 EQB만 국산 배터리를 쓰고 있는데(SK on), 앞으로는 더 다양한 전기차에서 우리나라 업체의 배터리를 만날 수 있을 듯하다.

또한 전기차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자 마련한 한국 정부의 배터리 사전인증제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큰 사고로 국내에서 큰 타격을 입은 메르세데스-벤츠. 앞으로 소비자를 생각하는 현명한 대처와 믿을 수 있는 제품으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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