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준중형 전기 트럭, 우리가 앞장선다”, 타타대우 모빌리티

지난 11월 6일, 타타대우 모빌리티가 전북 군산의 본사 및 공장에서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미디어 데이를 개최했다. 이날 타타대우는 새로운 사명과 슬로건을 선보이고, 각종 친환경 트럭과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회사로 도약할 비전도 제시했다. 국내 최초의 준중형(2.5톤) 전기 트럭, 기쎈의 실물과 주요 제원도 처음 공개했다.

전북(군산)=김기범 편집장(ceo@roadtest.kr)
사진 타타대우 모빌리티, 김기범

30년 역사의 국내 2위 상용차 회사

구름 한 점 없이 짙푸른 하늘에 깃발 세 개가 세차게 펄럭였다. 왼쪽부터 인도 국기 ‘티랑가’와 우리 태극기, 타타대우 모빌리티(이후 타타대우) 회사기(會社旗)다. 이 조합으로 거듭나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쳤다. 지난 11월 6일, 타타대우 모빌리티가 전북 군산의 본사 및 공장을 무대로,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미디어 데이를 개최해 현장을 찾았다.

타타대우는 준중형과 중형, 대형 트럭이 주력인 국내 2위 상용차 제조사다. 직원 1,280명, 연간 생산능력은 23,000대다. 현재 국내 판매망은 29개, 서비스망은 95개다. 누적 내수와 수출의 비율이 7:3으로, 지금까지 110개국에 수출했다. 오늘날 전 세계 31개사를 통해 판매 중이고, 7개국에서 ‘KD(Knockdown, 현지 조립·판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타타대우의 뒤안길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여명기와 격동기를 오롯이 꿰뚫는다. 1955년 신진자동차를 시작으로, 1972년 GM과 손잡고 GM코리아로 거듭났다. 그러나 제1차 석유파동으로 GM이 발을 빼면서 산업은행이 투자해 새한(새로운 한국)으로 부활했다. 1983년 대우자동차로 탈바꿈했고, 1995년 군산 공장 완공과 더불어 대우상용차가 태어났다.

이번에 기념하는 30주년의 기산(起算) 시점이 그때였다. 당시 브랜드 출범을 함께 한 대우 차세대 트럭은 국내 최초의 독자개발 상용차였다. 2004년 세대교체 때 ‘노부스’로 이름을 바꿔 지금도 판매 중이다. 한편, 2004년 인도의 타타 그룹 산하 타타모터스는 IMF 이후 어려움을 겪던 대우상용차를 인수해 타타대우상용차로 거듭났다. 20년 전의 일이다.

타타대우는 3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새 사명도 알렸다. 바로 타타대우 모빌리티다. 전통적인 상용차 제조업체에서 고객과 함께 미래 모빌리티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의 변화를 상징한다.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여정(Empower your Journey)’라는 새로운 슬로건도 발표했다. ‘고객의 모든 순간에 새로운 가능성을 더하는 파트너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국내 최초 준중형 전기 트럭, ‘기쎈’

이날 타타대우 모빌리티는 리브랜딩의 첫 프로젝트도 공개했다. 주인공인 국내 최초의 준중형 전기 트럭, ‘기쎈(GIXEN)’이다. 1톤 소형 트럭에 국한된 국내 전기 화물 시장을 확장할 견인차다. 전기(電氣)의 ‘기’와 세고 강하다는 ‘쎈’의 합성어다. 사다리꼴 프레임과 캡 골격 등 주요 밑바탕은 기존의 디젤 엔진 품은 준중형 트럭 ‘더쎈(DEXEN)’과 공유한다.

군산 공장 ‘비전룸’에서 실물로 처음 만난 기쎈은 더쎈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더쎈의 윤곽을 기본으로, 반듯하고 예리한 직선으로 에지를 강조했다. 덕분에 디자인이 한층 간결하고 선명하다. 거울을 대체한 디지털 미러도 시선을 끈다. 좌우로 뿔처럼 나온 카메라 지지대와 A필러 안쪽의 세로 디스플레이가 짝을 이뤘다. 시인성도 좋고, 공기저항도 적다.

기쎈은 적재량과 차량 총 중량에 따라 각각 3톤/9톤과 6톤/13톤의 두 가지로 나온다. 파워트레인은 ‘세트랙스(Cetrax)2’다. 2022년 6월, 독일 ZF가 처음 공개한 대형 상용차용 차세대 전기 구동 시스템이다. 기쎈의 정격출력은 286마력(210㎾), 정격토크는 47.7㎏·m(468Nm)다. 최고속도는 시속 90㎞, 총 중량 9톤 모델 기준 등판능력은 53%다.

배터리는 BYD의 LFP(리튬·인산·철)과 LG에너지솔루션의 NCM(니켈·카드뮴·망간) 리튬이온으로 이원화했다. 용량도 144, 150, 216, 300㎾h(킬로와트시)의 4가지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총 중량 9톤/150㎾h 배터리가 약 230㎞, 13톤/300㎾h 배터리가 약 485㎞. 장거리용 LFP, 단거리용 리튬이온의 조합인데, “원가 대비 성능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다양한 용도에 맞춰 특장 얹기 좋게 네 가지 배터리 레이아웃도 마련했다. 프레임 좌우 탑재를 기본으로, 친환경 청소차는 캡 바로 뒤에 단다. 내장탑, 윙바디 등은 구동축과 통합한 e액슬을 달고, 기존 전기 모터 자리에 배터리 한 개를 추가로 다는 식이다. 또한, 60㎾, 100A의 출력 포트를 따로 마련해 내장 배터리만으로 특장장치를 구동할 수 있다.

친환경 상용차와 종합 서비스 준비 중

타타대우는 내년 상반기 기쎈을 20여 대 시험생산하고,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더쎈 라인에서 혼류 생산한다. 그런데 선결조건이 있다. 현재 국내 전기 상용차 보조금 대상은 1톤 트럭뿐이다. 환경부가 2.5톤 전기 트럭 보조금을 신설 추진 중이란 언론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타타대우 관계자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타타대우 모빌리티의 김방신 대표는 “현재 보조금 혜택 받는 전기버스를 기준으로 개발해 어떤 조건에서도 받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준중형 전기 트럭은 승용차보다 일일 주행거리가 훨씬 길어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높다. 도심 택배 무공해차 전환, 이른 새벽 청소차 소음 등 여러 이해관계가 맞아 보급은 필연적 귀결”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2.5톤 전기 트럭 시장은 폭풍 전야다. 관련 보도를 종합해 보면, 타타대우 이외에도 우신산전 같은 국내 업체는 물론 BYD와 둥펑자동차 등 중국 업체들도 출시를 준비 중이다. 유럽에서 전기 상용차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SNE 리서치는 상용차 관련 환경규제 강화로,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연 평균 25% 성장을 점치고 있다.

타타대우는 기쎈 이후 수소내연기관, 수소연료전지 등 친환경 상용차 개발에 가속을 붙일 방침이다. 김방신 대표는 “ZF의 솔루션을 이용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얹은 트럭은 물론 전기 버스와 각종 서비스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타타대우는 9,501대를 팔아 매출 1조100억 원을 기록했다. 나아가 2028년 1만4,450대 판매, 10% 전동화가 목표다.

상용차를 독자 개발한 김우중 회장과 그룹 최초로 해외 자동차 회사를 인수한 라탄 타타 회장은 이제 세상에 없다. 그러나 드넓은 간척지에 자리한 타타대우는 종합 모빌리티 기업의 꿈을 품고, 오늘도 묵묵히 국산 상용차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늦은 밤, 취재 마치고 군산을 떠나며 꺼내든 타타대우 30년 사사(社史)의 표지 제목이 새삼 명징하게 다가왔다.

‘함께 한 30년, 함께 할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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